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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애노희락의 심리학, 삼국지 이야기 - 1. 관우는 왜 형주에서 죽어야만 했나: 촉의 비운 본문

책/철학(哲學)

애노희락의 심리학, 삼국지 이야기 - 1. 관우는 왜 형주에서 죽어야만 했나: 촉의 비운

건방진방랑자 2021. 12. 2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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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의 비운

 

제갈량(諸葛亮, 181~234)은 최선의 선택을 했지만, 유비나 장비가 제갈량이 될 수 없었다는 것이 촉의 비극이었다. 유비나 장비가 냉정하고 침착했다면, 촉을 바탕으로 촉한이 삼국을 통일했을지도 모른다. 관우의 죽음이 오히려 촉의 병사들을 분발시킬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관우의 죽음은 장비와 유비를 무너뜨린다.

 

소양인 장비는 바로 겉으로 드러나게 무너져버린다. 뒤에서 다시 설명되겠지만, 장비는 재간(才幹)도 뛰어나고 도량(度量)도 제법 보여주는 소양인이다. 그러나 장비는 관우가 죽자 한순간에 무너진다. 관우가 존경받던 무장이었으니, 촉의 전체 장병들이 어느 정도는 관우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생각이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하급 장교나 일반 병사의 마음이 장비의 마음 같기야 했을까? 그런 상황에서는 도량(度量)을 발휘하여 병사들의 수준에 맞추거나, 재간(才幹)을 발휘하여 병사들의 복수심을 더 끌어올렸어야 했다. 그러나 심리적 타격이 그 모든 능력을 빼앗아가 버린다. 도량(度量)재간(才幹)이 사라진 자리를 나심(懶心)과심(誇心)이 차지한 것이다. 결국 박인의 모습이 되어 부하들을 닦달하기 시작한다. 그 결과가 처벌을 두려워한 범강과 장달에 의한 장비의 암살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결국 출전조차 못하고 출전 준비 중에 부하에게 암살당하고 만다.

 

태음인 유비는 겉으로는 꿋꿋이 버텨내지만 속으로 입은 내상은 감당 못한다. 태음인다운 느긋함과 신중함을 잃어버리고 무리하게 오를 공격하다가, 결국 75만의 대병을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유비가 죽은 뒤 제갈량이 몇 번의 중원 공략을 시도한다. 그때 끌고 가는 병력이 최대로 준비했을 때가 34만이라고 나온다. 마지막에는 10~20만의 병력으로 싸우게 된다. 유비가 75만의 병력을 잃은 것은 신생국 촉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타격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병력보다 더 큰 손실은 그로 인해 유비가 낙담하여 일찍 죽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공명과 유비 사이에 내정과 전쟁 수행의 역할 분담이 불가능해진다.

 

제갈량은 자신이 위의 정벌에 나섰을 때 내정을 맡아 줄 사람으로 징완, 비위, 등지 등을 발굴해서 열심히 키운다. 하지만 실무 능력만으로는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정벌에 나선 군대를 후방에서 확실히 지원하려면 신하들을 완전히 장악하는 왕이나 승상이 필요하다. 공명이 내정을 부탁한 인물들은, 실무 능력은 확실하지만 몇몇 공신들이 삐딱하게 나갈 때 이를 제어할 만한 카리스마가 없다. 결국 이것이 문제가 된다. 제갈량은 몇 번의 전쟁에서 기선을 제압하는 유리한 상황에 놓이지만, 후방 지원이 흔들리면서 철수하게 된다.

 

식견(識見)경륜(經綸)의 경지에 도달한 소음인 제갈량의 계획은 정교하고 뛰어났다. 그러나 소음인이었기에 감정의 이해에서 한계를 보인다. 관우의 죽음이 유비와 장비를 어느 정도까지 무너뜨릴지 정확하게 계산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그것이 큰 뜻이 꺾이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인용

목차

사상체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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