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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민 - 용만행재 문하삼도병진공한성(龍灣行在 聞下三道兵進攻漢城) 본문

한시놀이터/조선

이호민 - 용만행재 문하삼도병진공한성(龍灣行在 聞下三道兵進攻漢城)

건방진방랑자 2019. 1. 28.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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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만 행재소에서 하삼도의 의병들이 진출하여 한성을 공격한다는 걸 듣고서

용만행재 문하삼도병진공한성(龍灣行在 聞下三道兵進攻漢城)

 

이호민(李好閔)

 

 

干戈誰着老萊衣 萬事人間意漸微

地勢已從蘭子盡 行人不見漢陽歸

天心錯漠臨江水 廟筭凄凉對夕暉

聞道南兵近乘勝 幾時三捷復王畿 五峯先生集卷之四

 

 

 

 

해석

干戈誰着老萊衣
간과수착노래의
전쟁에 누가 노래자의 색동옷을 입을 수 있겠는가?
萬事人間意漸微
만사인간의점미
만사 인간의 뜻이 점점 희미해져가네.
地勢已從蘭子盡
지세이종란자진
지세는 이미 난자도의주(義州)에서 중국의 구연성(九連城)으로 건너가는 압록강의 수중에 검동도(黔同島)와 난자도(蘭子島)의 두 섬이 있다.로부터 끝났고,
行人不見漢陽歸
행인불견한양귀
행인은 서울로 돌아가는 이 보이질 않네.
天心錯漠臨江水
천심착막림강수
임금께선 암담하게착막(錯莫): 紛亂昏暗. 唐杜甫遠懷舍弟潁觀等: “雲天猶錯莫, 花萼尚蕭疏.” 仇兆鰲注: “錯莫, 謂紛錯冥莫.” 압록강을 굽어보고,
廟筭凄凉對夕暉
묘산처량대석휘
묘당의 계책은 처량하게 석양을 바라볼 뿐.
聞道南兵近乘勝
문도남병근승승
남도의 관군이 요즘 승기를 탔다고 들리던데,
幾時三捷復王畿
기시삼첩부왕기
언제나 전승하여삼첩(三捷): 삼전삼첩(三戰三捷)의 준말로서 전승(全勝)을 이름. 송사(宋史)』 「우고전(牛皐傳)에서 우고가 극악한 적 양진을 노산에서 토벌하였는데 세 번 싸워 세 번 이기자 적당이 무너져 흩어졌다.[皐討劇賊楊進於魯山 三戰三捷 賊黨奔潰]’고 하였음. 서울을 수복하려나. 五峯先生集卷之四

 

 

해설

유교 도덕에서 충효(忠孝)’는 인륜의 으뜸으로, 충효양전(忠孝兩全)을 이상으로 삼지마는, 전란과 같은 비상시가 되면 그 논리에는 트집이 생기게 마련이다. ‘부모에게서 받은 신체를 훼상(毁傷)함이 없이 온전히 보전하는 일이 곧 효의 시초라고 한 효경(孝經)의 가르침은, 평화시의 수칙(守則)일 뿐, 일단 싸움터로 나가게 되면, 그저 훼상 정도가 아니라, 통째로 목숨마저 주어 버리게 된다. 그러므로 안진경(顔眞卿)이미 효자이고 보면 충신이 될 수 없고, 이미 충신이고 보면 효자는 될 수 없다[已爲孝子 不得爲忠臣 已爲忠臣 不得爲孝子]’충효 불병(忠孝不竝)’을 역설했다.

 

무기를 잡고 싸움터로 나가는 사람이 갑옷은 입을망정, 어찌 효의 상징인 색동옷을 입을 수 있으랴?

 

백행(百行)의 근원인 효를 이미 행할 수 없게 되었으니, 여타() 인륜도덕의 여지없이 허물어져 감이야 어찌할 길이 없다.

 

몽진 행차는 이젠 더 나아갈 수도 없는 국토의 막바지에 다다라 있고, 도성은 적의 소굴이 되어 있어, 남으로 가는 행인은 발길이 끊어져 있는 형편이다.

 

이처럼 막다른 곳까지 몰린 임금의 착잡한 마음은, 속수무책(束手無策), 흐르는 강물이나 굽어보고 있는 암암한 심경이요, 묘책(妙策)에 궁한 조정 중신들은, 지는 해그림자를 운명처럼 쓸쓸히 바라보고 있는 막막한 경황일 뿐이다.

 

그러나, 듣자니 요사이 삼남 지방의 의군들이 승전하여, 그 여세를 몰아 도성을 향해 북상중이라 하니, 제발 승승장구(乘勝長驅), 하루 빨리 실지(失地)를 회복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나, 어느 날에야 이 소원이 이루어질는지 그저 애탈 뿐이다.

 

끝 연은 두보(杜甫)聞道河陽近乘勝 司徒急爲破幽燕을 연상케 하는, 이 시 전체에 생기를 불어 넣는 활구(活句)이다. 그러나 가장 빛나는 구는 세째 연의 대련이다. 이는 임란 당시의 풍전등화 같은 국운을 솔직 대담하게 표현한 절조이다. 작자는 직접 왕을 호종했던 중신의 한 사람으로서, 당시의 정황을 손에 잡힐 듯이 그렸으니, 이 한 구의 시가 능히 만 줄의 설명을 능가할 만하다.

 

남용익(南龍翼)호곡시화12에서, 오봉(五峰)은 천재로 일세에 알려져, 만년에는 시재(詩才)가 다했다는 한탄이 있기는 했으나, 그의 성년 때의 작인 天心~夕暉의 구는, 아무나 감히 얻을 수 없는 명구라고 칭찬했다.

 

신위는 논시절구에서 다음과 같이 읊었다.

 

天心錯莫臨江水 천의도 착잡할사 강에 임했고,
廟筭凄凉對夕暉 묘산은 처량해라 석양 대할 뿐
休說江郞才欲盡 재주 다한 강엄(江淹) 같다 이르지 마라.
五峯劘墨一時稀 오봉의 빼어남은 한 시대에 드물다.

 

김택영(金澤榮), 오봉의 용만시의 세째 연은 고금에 뛰어났으니, 비록 이백(李白)두보(杜甫)라 할지라도 마땅히 옷깃을 여밀 만하다고 극찬하였다.

-손종섭, 옛 시정을 더듬어, 정신세계사, 1992, 355~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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