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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 찾아온 유학자들, 프롤로그 - 2. 화려하게 되살아난 공자 본문

고전/대학&학기&중용

강의실에 찾아온 유학자들, 프롤로그 - 2. 화려하게 되살아난 공자

건방진방랑자 2022. 3. 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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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화려하게 되살아난 공자

 

 

20021130일은 공자(孔子)와 관련해 상징적인 날로 기억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날, 중국 명문대학의 하나인 중국인민대학에서 중국 인민대학 <공자연구원>의 창립 기념식이 성대하게 열렸습니다. 기념식에는 중국공산당의 주요 인물들뿐만 아니라, 미국, 캐나다, 한국, 일본 등에서 수많은 유력 인사들이 모여들었습니다. <공자연구원>이 창립된 이날, 중국공산당의 이론지라고 할 수 있는 광명일보(光明日報)에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습니다.

 

 

유가 사상은 2000여 년 동안 발전하면서 중화민족의 정신을 배양했고, 민족 주체 정신을 창조하는 중임을 담당했으며, 그 자체의 생명과 지혜로 중화민족의 영원한 독립과 발전을 수호했다.

 

 

여러분은 이 구절을 보면서 별다른 느낌을 받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1960년대 중반부터 70년대 초반까지 지속된 중국의 문화대혁명을 기억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것입니다. 2002년 화려하게 부활한 공자는 1970년대까지 중국공산당에 의해 마치 죽은 개와 같은 취급을 받았기 때문이지요.

 

1966년 문화대혁명 시기의 선전 문구는 그 당시 공자가 어떤 위상을 차지하고 있었는지 역설적으로 잘 보여줍니다.

 

 

공가점(孔家店)은 봉건주의, 자본주의의 상징이며, 4대 구악(舊惡)의 대표이고, 자본주의를 부활시키는 세력의 지주이며, 모택동 사상의 절대적 권위를 수립하는 데 큰 장애이다. 반드시 공가점을 타도해야 한다. 반드시 공가점을 타도해야 한다.

 

 

이 구절에서 공가점이란 말이 어렵지요? 그것은 공자의 상점이라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공자의 학설을 이야기하고 전파하던 곳을 상징하는 것이지요. 문화대혁명을 수행했던 홍위병들, 즉 모택동의 공산주의를 추종했던 젊은이들은 북경에서부터 공자상이 모셔져 있던 산동성(山東省) 곡부(曲阜)까지 내려오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은 공자상을 심하게 훼손합니다. 공자상의 눈을 파내고, 그의 복부를 뚫어버렸습니다. 이어서 홍위병들은 공자상의 가슴에 천하의 몹쓸 놈[頭號大混蛋]’이라는 종이를 붙이고 격렬한 가두행진을 벌입니다. 마침내 행진이 끝난 뒤 공자상은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참혹하게 파괴되었습니다.

 

이제 알겠지요? 20021130일은 산산이 부서졌던 공자상이 다시 자신의 자리로 화려하게 복귀하는 날이었음을 말입니다. 이날 <공자연구원>은 창립 목표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우수한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공자 사상의 정수를 널리 알리고, 국민의 인문적 소질을 함양하며, 인류의 아름다운 미래를 건설하고자 한다.

 

 

그렇다면 왜 공자가 중국에서 이처럼 화려하게 되살아난 것일까요? 우리의 의문을 해결해줄 실마리는 앞에서 살펴본 1966년 문화대혁명 시기의 선전 문구에 이미 들어 있습니다. 공자의 사상이 자본주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 홍위병들의 평가를 한번 더 살펴볼까요? 잘 알다시피 중국은 정치적으로는 공산주의를 표방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이미 오래전부터 자본주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사실 공산주의와 자본주의가 어떻게 동거할 수 있는 지는 하나의 의문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노동자를 중시하는 공산주의와 자본가를 중시하는 자본주의가 중국에서는 분명 나란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분기점 가운데 공자 사상의 정수를 널리 알리려는 <공자연구원>이 위풍당당하게 그 막을 연 것입니다.

 

논어(論語)의 첫 번째 편인 학이(學而)를 보면 예의 쓰임은 조화를 귀하게 여긴다[禮之用, 和爲貴].”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예절의 중요한 목적은 조화를 지향한다는 의미입니다. 어쩌면 현대 중국은 공자의 유학(儒學) 사상에서 강조했던 조화[]’의 정신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갈수록 깊어져만 가는 부유한 자와 가난한 자 사이의 갈등과 대립을 무력으로 해결하기보다 조화를 지향하는 정신을 통해 해결하려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 조화란 대다수 중국 인민과 새롭게 등장한 자본가들, 또는 인민과 공산당 지도부 사이의 조화를 의미합니다. 결국 중국 내의 공산주의와 자본주의가 충돌하는 것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논리와 명분을 공자에게서 찾아내려는 것입니다.

 

과연 공자의 복권이라는 현상이 단순히 이 정도로 그치는 문제일까요? <공자연구원>의 창립 목표에서 알 수 있듯이, 그것은 중국의 미래를 설계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성격을 우선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자연구원>의 선언문은 여기에서 더 나아갑니다. 그들은 인류의 아름다운 미래를 건설한다는 원대한 구상을 펼쳐보였습니다. 현재 중국의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잠재력으로 보았을 때, 앞으로 머지않아 중국이 세계의 패권국가가 될 수 있으리라는 점은 누구든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만약 중국이 언젠가 그와 같은 국제적 힘을 갖게 된다면, 그들이 선양하는 공자의 유학(儒學) 사상 또한 다시 한 번 빛을 보게 될 날이 올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미 그 서막이 시작되었다고도 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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