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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 찾아온 유학자들, 장재와 정호ㆍ정이 형제 - 장재의 형이상학적 감수성이 낳은 신유학의 서막 본문

고전/대학&학기&중용

강의실에 찾아온 유학자들, 장재와 정호ㆍ정이 형제 - 장재의 형이상학적 감수성이 낳은 신유학의 서막

건방진방랑자 2022. 3. 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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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의 형이상학적 감수성이 낳은 신유학의 서막

 

 

장재는 기의 형이상학으로 이 세계를 완전히 다르게 보기 시작했습니다. 장재의 시선에는 지금까지 갈등과 대립으로 일관되어 온 인간들의 모습이 어떻게 보였을까요? 한마디로 우스운 일이라고 했을 것입니다. 마치 둥근 얼음과 네모난 얼음이 서로 싸우는 것과 마찬가지일 테니까요. 둥근 얼음은 자신의 둥이 옳다고 주장하고, 네모난 얼음은 자신의 네모남이 옳다며 싸우는 모습을 한번 생각해보세요. 물의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우스운 일이겠습니까? 둥근 얼음이나 네모난 얼음 모두 물의 자식들이 아니던가요? 이런 관점에서 장재는 자신이 바라보았던 세계를 다음과 같이 아름답게 이야기했습니다.

 

 

하늘을 나의 아버지라 부르고 땅을 나의 어머니라 부르며, 나는 이처럼 미미한 존재로 아득하고 광대한 천지에 살고 있다. 그러므로 나는 하늘과 땅에 가득한 것으로 나의 몸을 삼으며, 천지를 통솔하는 것으로 나의 본성을 삼는다. 사람들은 모두 나와 같은 뱃속에서 태어난 가족이며, 만물은 모두 나의 동료이다. 대군주(大君主)는 나의 부모의 받아들이고, 대신하(大臣下)는 맏아들의 집을 관리하는 사람이다. 나이 많은 사람을 존경하는 것은 어른을 어른으로 대하는 것이고, 외롭고 약한 이들을 자애롭게 보살피는 것은 어린아이를 어린아이답게 대하는 것이다.

乾稱父, 坤稱母, 予玆藐焉, 乃混然中處. 故天地之塞, 吾其體, 天地之帥, 吾其性, 民吾同胞, 物吾與也. 大君者吾父母宗子, 其大臣宗子之家相也. 尊高年所以長其長, 慈孤弱所以幼吾幼,

건칭부, 곤칭모, 여자막언, 내혼연중처. 고천지지색, 오기체, 천지지수, 오기성, 민오동포, 물오여야. 대군자오부모종자, 기대신종자지가상야. 존고년소이장기장, 자고약소이유오유,

 

성인은 덕이 천지와 일치하며, 현인은 덕이 빼어난 사람이다. 천하에 피곤하고 고달프며, 병들고 불구인 사람 그리고 부모나 자식, 남편이나 아내가 없는 사람들은 모두 나의 형제들 가운데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하소연할 곳이 없는 사람들이다. 정몽』 「건칭

聖其合德, 賢其秀者也, 凡天下疲癃殘疾惸獨鰥寡, 皆吾兄弟之顚連而無告者也.

성기합덕, 현기수자야, 범천하피륭잔질경독환과, 개오형제지전연이무고자야.

 

 

장재의 주요 저서 정몽가운데 건칭(乾稱)편에 실려 있는 이 구절은 장재가 자신의 서재 서쪽 벽에 써 붙여놓고 항상 음미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글을 서명(西銘)이라고도 부릅니다. 서명을 보면 장재가 이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을 하나의 거대한 가족이라고 생각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긴 장재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일이겠지요. 이 세상 모든 사람은 한결같이 기가 모여 일시적으로 존재하는 객형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우주가족을 지향하는 장재의 정신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은 바로 다음 구절입니다.

 

천하에 피곤하고 고달프며, 병들고 불구인 사람 그리고 부모나 자식, 남편이나 아내가 없는 사람들은 모두 나의 형제들 가운데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하소연할 곳이 없는 사람들이다[凡天下疲癃殘疾惸獨鰥寡, 皆吾兄弟之顚連而無告者也].”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맹자측은지심(惻隱之心)을 이야기했습니다. 측은지심이란 우물에 막 빠지는 아이를 볼 때 마음에 일어나는 동정심이라고 말했지요. 맹자는 이것이 우리 내면의 본성에서 비롯된 윤리적으로 선한 마음이라고 했습니다. 맹자의 주장과 비교했을 때, 장재의 정신은 그 규모면에서 전혀 다른 정서를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가난하고 병든 자들,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자들 모두가 나의 가족이라는 생각만큼, 장재의 유학 정신을 잘 표방해주는 것도 없을 것입니다. 공자와 맹자는 기본적으로 한 개인의 주체라는 좁은 관점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그에 비해 장재는 기()라는 형이상학적 지평에 서서, 이 세상 모든 인간을 가족으로 여겨야 한다는 윤리적 심성을 요구했습니다. 바로 이와 같은 장재의 형이상학적 감수성에서부터 신유학(新儒學, Neo-confucianism)은 마침내 장대한 서막을 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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