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쓰와의 인터뷰
“인도에 와봐야 비로소 인간의 고통의 본질을 깨닫게 됩니다. 인간이 살고 있는 모습이 너무도 터무니없이 불공평한 것입니다. 정말 카르마(Karma, 業)의 이론의 정당성이 리얼하게 느껴지는 것이지요. 그리고 결국 그러한 모든 인간의 고통을 극복하는 열쇠가 내 마음속에 다 들어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지요.”
“티벹불교가 뭐가 그렇게 좋습니까? 우리는 기독교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고통으로부터 구원받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기독교는 인간의 마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합니다.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데 종교적인 차원을 얘기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우리의 마음을 콘트롤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마음의 상태를 항상 개선할 줄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티벹불교는 인간의 마음을 콘트롤하는 데는 최상입니다. 티벹불교에는 소승과 대승과 밀교, 3승의 전통이 빠짐없이 다 구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매우 개인적인 사제관계를 통해서 체계적으로 수련의 단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럼 지금 행복하십니까?”
“물론이지요. 인간에게 있어서 행복이란 그 자체로서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에게 있어서 참으로 중요한 것은 행복해지려는 동기입니다. 나는 여기 와서 그런 동기를 얻었습니다. 최근에도 나의 어머니를 만났는데, 내 몰골은 초라하게 보일지 몰라도, 엄마는 나의 현재 모습이 나의 과거모습보다 더 낫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가까운 사람들에게서도 나는 나의 행복을 인정받고 있는 셈이지요.”
“달라이라마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 분이 옆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우리는 행복합니다. 그의 존재 그 자체가 나의 마음을 편하게 하고, 항상 격려와 영감을 던져주며, 가르침을 줍니다. 겔룩과의 가르침은 신비롭지 않습니다. 인간의 추리능력(reasoning)을 강조합니다. 믿음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경제적으로는 어떻게 살고 있습니까?”
“인도는 물가가 엄청 쌉니다. 방 하나 빌려 사는 데, 돈 들 것이 없습니다. 8년 전에 판 집값 저축해놓은 것으로 지금까지 그냥 행복하게 살고 있지요…”
나는 수자타호텔이 한기가 심해 비싼 값 들여 빌린 방을 비워두고 옆에 허름한 여인숙에서 자고 있는 아이러니를 그냥 죠크로 얘기했다. 그랬더니 그녀는 금방 호텔열쇠 좀 빌려달라고 했다. 들어가서 목욕 좀 하고 싶다는 것이다. 수도생활은 오래 했어도 문명의 이기는 그리운 모양이었다. 그러나 참 대답하기가 난감했다. 어느 묘령의 여인에게 호텔방을 빌려준다는 것도 그렇고 또 빈방을 두고 거절하는 것도 그렇고 나는 대답을 회피한 채 그냥 슬그머니 호미 까페를 나와버리고 말았다. 이날 밤 나는 비교적 평온한 잠을 잘 수 있었다.
2002년 1월 10일 아침, 남군과 이군은 미스터 타클라를 만나러 갔다. 미스터 타클라는 오늘 오후 1시에 달라이라마를 만나 회합을 가질 예정이며 오늘 오후에 오면 정확한 알현시간을 줄 수 있다고 확약했다. 우리는 어차피 오늘 하루가 공백이기 때문에 시타림ㆍ전정각산에 자리잡고 있는 수자타 아카데미를 여유있게 다녀오기로 했다. 어제 만난 수자타동생 꾸마르는 예정대로 와주었다.
▲ 신앙심 깊은 인도여인, 작은 신상을 앞에 놓고 끊임없이 천연염료를 발라가면서 신에 대한 신앙(바크디)을 표시한다. 더러운 육신의 입김이 신에게 닿지 않게 하기 위하여 얼굴을 천으로 가리고 있다. 뭄바이 말라바르 언덕(Mallabar Hill) 위에 있는 쟈이나 사원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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