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올곧은 사어(史魚)와 권도를 행한 거백옥(蘧伯玉)
15-6.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직(直)하도다! 사어(史魚)여! 나라에 도가 있어도 화살처럼 곧고 나라에 도가 없어도 화살처럼 곧구나. 15-6. 子曰: “直哉史魚! 邦有道, 如矢; 邦無道, 如矢. 군자(君子)로다! 거백옥(蘧伯玉)이여! 나라에 도가 있으면 벼슬하고, 나라에 도가 없으면 물러나 모든 것을 수렴하여 가슴속에 품어둘 뿐이로다.” 君子哉蘧伯玉! 邦有道, 則仕; 邦無道, 則可卷而懷之.” |
사어(史魚), 거백옥(蘧伯玉)은 모두 위나라의 중신(重臣). 거백옥은 공자가 위나라에서 신세진 인물로서 공자가 존경하는 선배. 기출.
그러나 사어(史魚)에 관해서는 잘 모른다. 그의 사적에 관해서는 한초(漢初)의 서물인 『한시외전(韓詩外傳)』에 실려있는 삽화(揷話)가 있다. 그가 죽어가면서 군주인 영공에게 현신(賢臣) 거백옥을 발탁하실 것과, 영신(佞臣) 미자하(彌子瑕)를 방축할 것을 권고하면서 이것이 실현되지 않으면 빈소도 차리지 말고 장례도 지내지 말라고 유언을 남기고 죽는다. 나중에 영공이 이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의 권고대로 충신 거백옥은 발탁되었고, 간신 미자하는 방축되었다. 그런데 이 같은 이야기가 『공자가어』 「곤서(困誓)」 10편에도 실려있다. 과거에는 가』를 위서로 간주하였으나 지금 생각해보면 가의 고사가 『한시외전』보다는 더 오래된 오리지 날한 기록으로 보인다. 『공자가어』에 실린 공자의 평어는 다음과 같다.
예로부터 많은 자들이 임금에게 간(諫)해왔지만 죽으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사어(史魚)와 같은 사람은 죽어 시체가 되어서까지 간(諫)하여 그 충심이 임금을 감동시켰다. 어찌 직(直)하다 말할 수 있지 않으리오?
古之列諫之者, 死則已矣. 未有若史魚死而屍諫, 忠感其君者也. 不可謂直乎?
여기에도 직(直)이라는 표현이 사용되고 있다. 『공자가어』의 「곤서(困誓)」과 「위령공」편은 동시대에 성립한 문헌일 가능성도 있다. 앞으로 문헌비평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게 후학들에게 열려있다.
‘가권이회지(可卷而懷之)’는 두루마리 같은 것을 주욱 펼쳐놓았다가 두루루 다시 감아서 가슴에 품는다는 이미지가 있다. 모든 것을 수렴하여 가슴에 품고 세상과 거슬림이 없게 은거한다는 뜻이다. 고주의 포씨가 말하기를, “‘권이회(卷而懷)’란 시정(時政)에 간여하지 않는 것을 일컫는다. 부드럽고 순하여 세인 들을 거스르지 않는다[苞氏曰: “卷而懷, 謂不與時政. 柔順, 不忤於人也”].”라고 하였다. ‘권회(卷懷)’란 단순한 은퇴나 패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소여(所與)를 초월하여 주체적으로 소여를 규정하는 낙도(樂道)의 삶이다. 거백옥의 삶의 태도는 공자에게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공자의 귀로 후의 삶은 한마디로 ‘권회의 삶’이라 말할 수 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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