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순임금의 하지 않는 다스림
15-4. 공자께서 말씀하시었다: “함이 없이[無爲] 스스로 다스려지게 만든 자는 오직 순(舜)임금이실진저! 과연 무엇을 하셨겠는가? 몸을 공손히 하고 바르게 남면(南面)하셨을 뿐이로다.” 15-4. 子曰: “無爲而治者, 其舜也與? 夫何爲哉, 恭己正南面而已矣.” |
「논어」를 읽으면서 내가 계속 강조해왔지만, 유가사상을 도가사상과 대립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오직 외래종교인 불교에 대한 반감으로 생겨난 배불론(排佛論)의 틀 속에서 성립한 도통을 강조하는 송유 도학 이후의 사태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그 도학적 사유가 절대적 권위를 지닌 조선왕조의 세뇌를 거친 우리 나라 한학풍토 속에서는 아직도 도가와 유가의 통합적 사유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그러나 최근 간백문헌의 출토는 유ㆍ도의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도는 도 나름대로 연원이 있을 수도 있지만 유의한 측면이 극대화된 것이다. 도의 핵심은 ‘무위(無爲)’ 사상이다. 그런데 바로 ‘무위’사상이 유교의 핵을 형성하는 것이다. 본 장의 ‘무위’는 도가의 “무위‘와 하등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 도가에서 말하는 ‘무위’ 바로 그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무위(無爲)’는 ‘무불위(無不爲)’를 위한 것이며 적극적인 행위이다. 그 실내용 은 13-6에서 말한 바와 같다. 13-6의 내용과 『노자』 32장의 ‘백성은 법령을 내리지 않아도 스스로 고르게 다스려진다[민막지령이자균(民莫之令而自均)]’이나, 여러 정치형태를 비교적으로 논한 『노자』 17장의 내용은 상통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유가의 ‘무위’ 사상은 이미 「위정(爲政)」 1에서 우리가 논했던 것이다. 「위정」 2에서 『시』 300편을 ‘일언이폐지(一言以蔽之)’하여 말한다면 ‘사무사(思無邪)’라고 했는데, 결국 이것은 노래뿐만 아니라, 정치에서도 인위적인 사(邪)가 끼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무위(無爲)는 무사(無邪)이다. 법제적인 사특함으로써 백성을 다스려서는 아니 된다는 것은 ‘무위사상’을 운운하기 이전의 필부의 상식이다. 우리나라의 위정자가 도덕적 힘(moral power)이 딸리면 ‘검찰’을 내세우려 하고 ‘정보원’을 앞세우려 하는 행태는 무위사상을 운운할 필요조차 없는 도덕적 파탄이다. 지금도 자기 몸을 바르게 닦으며, 아무 말 없이 공손하게 청와대에 앉아있기만 하는 대통령이 있다면 우리나라 정치는 최고의 중흥기를 맞이할 것이다. 어찌 그 밑에서 사악한 참모가 설치며 어찌 그 밑에서 졸렬한 정책이 생겨날까보냐? ‘무위지치(無爲之治)’, 그것은 도가의 이상이기 이전에 유가의 이상이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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