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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한글역주, 양혜왕장구 하 - 4. 선왕의 여행에 비견할 수 있겠습니까? 본문

고전/맹자

맹자한글역주, 양혜왕장구 하 - 4. 선왕의 여행에 비견할 수 있겠습니까?

건방진방랑자 2022. 12. 16.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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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선왕의 여행에 비견할 수 있겠습니까?

 

 

1b-4. 제선왕이 맹자를 이궁장인 설궁(雪宮)궁에서 떨어져 있는 호화스러운 비원 같은 곳. 누각ㆍ호수ㆍ동산 등이 있다에서 접견하였다. 왕이 말하였다: “옛 성현(聖賢)들도 이러한 고상한 즐거움이 있었습니까?” 맹자께서 대답하여 말씀하시었다: “암 있구말구요. 그렇지만 인민들이 이러한 즐거움에 참가할 수가 없으면 그 윗사람을 비난하는 상황도 있었겠지요. 그런데 자기가 직접 이러한 즐거움에 참여하지 못한다고 해서 무조건 그 윗사람을 비난하는 것도 잘못된 것이요. 또한 백성의 임금된 자리에 있으면서 그러한 즐거움을 백성들과 함께 나누지 않는다는 것도 매우 잘못된 일입니다.
1b-4. 齊宣王見孟子於雪宮. 王曰: “賢者亦有此樂乎?” 孟子對曰: “. 人不得, 則非其上矣. 不得而非其上者, 非也; 爲民上而不與民同樂者, 亦非也.
 
군주가 백성들이 즐거워하는 것을 같이 즐거워하면, 백성들은 반드시 군주의 즐거움을 즐거워합니다. 군주가 백성들이 근심하는 것을 같이 근심하면, 백성들은 반드시 군주의 근심을 근심해줍니다. 즐거움을 천하와 더불어 하고, 근심을 천하와 더불어 하고서도 천하의 인민이 그에게로 귀속되지 아니 하는 자는 일찍이 있어본 적이 없습니다.
樂民之樂者, 民亦樂其樂; 憂民之憂者, 民亦憂其憂. 樂以天下, 憂以天下, 然而不王者, 未之有也.
 
옛날에 제경공(齊景公)성은 강(), 명은 저구(杵臼), BC 547~490 재위. 공자와 동시대. 과음의 로맨티스트, 실정으로 제나라를 전씨(田氏)에게 기울게 만들었다이 그의 신하 안자(晏子)?~BC 500. 제나라의 명재상, 이름은 영(). 영공(靈公)ㆍ장공(莊公)ㆍ경공(景公) 군을 섬김. 절검(節儉)과 역행(力行), 그리고 세금이나 노역, 형벌을 줄이는 합리적 민본사상, 천도(天道)보다 인사(人事)를 중시하는 무신론사상으로 유명. 공자가 제나라에서 대부 되는 것을 막았는데 그 또한 정당한 판단이다. 그의 판단이 오히려 공자를 위대하게 만들었다. 사마천은 안영(晏嬰)의 인격을 흠모하여 지금 살아계시다면 그의 마부 노릇이라도 하고 싶다고 말하였다: 현존하는 안자춘추(晏子春秋)는 안영을 흠모하는 순우곤의 집단에서 그의 언행으로 전해내려오는 것들을 편찬한 것이다. 그러니까 직하의 작품이다. 경공과 안영에 관하여 추론할 수 있는 많은 사실적 분위기를 잘 전해준다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습니다:
나는 지금 여행을 하고 싶습니다. 우선 전부산(轉附山현재 지부산(芝罘山): 고대의 지명이 정확히 전승이 안되어 확실치 않다과 조무산(朝儛山)현재 산동성 영성현(榮城縣) 동쪽의 소석산(召石山)으로 유람을 떠나 그곳에서 해안을 따라 남하하여 멋드러진 낭야(琅邪)산동성 제성현(諸城縣) 동남까지 가려고 합니다만, 문제는 제가 여행하면서 무슨 일을 해야만 위대한 선왕들의 유람에 비견될 수 있는 품격을 갖출 수 있는지, 그것을 잘 모르겠습니다.’
昔者齊景公問於晏子曰: 吾欲觀於轉附朝儛, 遵海而南, 放于琅邪. 吾何脩而可以比於先王觀也?
 
안영이 대하여 말하였습니다: ‘~ 참으로 훌륭한 질문을 하시는군 요! 천자(天子)가 제후의 나라를 방문하는 것을 순수(巡狩)라고 합니다. 순수라는 것은 제후가 지키고 있는[=] 봉토(封土)를 순시(巡視)한다는 의미올시다. 그리고 천자가 봉토에 당도했을 때 그곳 제후가 천자에게 참조(參朝)하는 것을 술직(述職)이라고 합니다막연하게 천자의 나라로 조회간다고 번역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술직(述職)’순수(巡狩)’와 관련되어 일어나는 사건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술직이라고 하는 것은 제후가 맡은 바 직무[]를 잘 이행하고 있다고 보고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천자든 제후든 여행을 한다는 것은 건성 놀러가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구체적인 용무를 가지고서 여행을 하는 것입니다. 봄에는 경작ㆍ파종의 상황을 잘 살피어 부족한 것을 보태주고, 가을에는 수확상태를 잘 살피어 인원이나 도구가 잘 수급되지 않고 있는 것을 도와줍니다. 하나라의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 임금님이 여행 오시지 않으면 우리 농민들은 쉴 수가 없네! 우리 임금님이 놀러 오시지 않으면 우리 농민들은 어디서 도움을 받나? 한 번 여행 오시고 한 번 놀러 오시는 것이 모두 제후의 법도가 된다네!’
晏子對曰: 善哉問也! 天子適諸侯曰巡狩, 巡狩者巡所守也; 諸侯朝於天子曰述職, 述職者述所職也. 無非事者. 春省耕而補不足, 秋省斂而助不給. 夏諺曰: “吾王不遊, 吾何以休? 吾王不豫, 吾何以助? 一遊一豫, 爲諸侯度.”
 
그러나 지금은 이런 속담이 생겨날 형편이 아닙니다. 임금님이 순행을 하면 엄청난 군대를 데리고 다니며 백성이 먹어야 할 식량을 징발하며, 굶주린 백성 마저 먹을 것이 없어지고, 피로에 지친 농민들이 쉴 수가 없습니다. 이럴수록 연약한 백성들은 서로 눈을 흘기며 서로를 원망하고 서로를 비방하면서 결국 나쁜 짓이란 짓은 다하게 되는 것입니다. 임금이 천 명을 어기고 제 백성을 학대하며 마시고 먹는 것을 물 흐르듯이 낭비합니다. 이토록 류련황망(流連荒亡)’ 짓을 일삼으니 제나라에 소속된 한 소제후들의 근심이 커지게 되는 것입니다이것은 재상 안영의 말이며, 어디까지나 제나라 자체의 상황을 면대(面對)하여 이야기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옳다. ‘()’라는 것은 배 띄우고 띵까띵까 방탕하게 놀면서 물 흐르는 대로 내려갈 뿐 돌아올 줄 모르는 것을 일컫는 것입니다. ‘()’이라는 것은 배 띄우고 띵까띵까 방탕하게 놀면서 흐르는 물을 거슬러 올라갈 뿐 다시 돌아올 줄 모르는 것을 일컫는 것입니다. ‘()’이라는 것은 말 달리며 짐승을 쫓아다니는 데 열중하여 만족을 모르고 그 짓을 계속하는 것을 일컫는 것입니다이렇게 되면 사람이 황폐화된다. ‘()’이라는 것은 술을 즐기되 끊임없이 마시는 것을 일컫는 것입니다곧 뒈지고 말기 때문에 ()’이라 한 것이다. 고대의 성왕(先王)들은 이러한 류련(流連)의 방탕한 즐거움이나 황망(荒亡)의 황폐한 행동이 없으셨습니다. 그러니 이런 선왕의 아름다운 행동과 지금 군주들의 횡포, 그 어느 것을 선택하실지는 오직 당신이 결단해야 할 문제이올시다.’
今也不然: 師行而糧食, 飢者弗食, 勞者弗息. 睊睊胥讒, 民乃作慝. 方命虐民, 飮食若流. 流連荒亡, 爲諸侯憂. 從流下而忘反謂之流, 從流上而忘反謂之連, 從獸無厭謂之荒, 樂酒無厭謂之亡. 先王無流連之樂, 荒亡之行. 惟君所行也.
 
경공께서는 이런 비판을 듣고서도 크게 기뻐하시어, 나라 전체에 근신하라는 포고령을 내리시고, 당신 스스로 궁전을 나와 교외에 임시 막사를 지으시고 국정을 시찰하시었습니다. 이에 처음으로 국정을 흥발(興發)시키고 창고를 열어 백성들의 부족한 것을 채워주셨습니다. 그리고는 악관(樂官) 태사(太師)를 불러 다음과 같이 분부하시었습니다: ‘나를 위하여 군ㆍ신이 서로 기뻐하며 즐길 수 있는 음악을 지어다오!’ 이런 연유로 만들어진 위대한 음악이 바로 치소(徵招)와 각소(角招)입니다궁상각치우에서 치가 군음인 음악, 각이 군음인 음악을 말하며, ()는 소()를 의미한다. 그 노래가사 중에, ‘임금을 비판하는 것이 무슨 허물이 되라!’라는 말이 있는데, 임금을 비판하는 것이야말로 임금을 사랑하는 것이올시다.”
景公說, 大戒於國, 出舍於郊. 於是始興發補不足. 召大師曰: ‘爲我作君臣相說之樂!’ 蓋徵招角招是也. 其詩曰: ‘畜君何尤?’畜君者, 好君也.”

 

제나라의 과거 명신의 이야기를 빌어 현재 제왕을 비판하는 맹자의 정신은 일관된 흐름을 지니고 있다. ‘여민동락(與民同樂)’의 주제가 여행이라는 장르에서도 일관되게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사회의 모든 지도급 인사들은 논다라는 개념을 명료하게 할 필요가 있다. 놀아도 건성 노는 것이 아니라, 즉 사적 쾌락의 충족이나 타임킬링의 이 되어서는 아니 되는 것이며, 반드시 (play)’ 그 자체가 여민동락의 사회적 행위(social act)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행을 통하여서도 민정을 살피고 국가의 개선책을 마련하지 않는 자는 국가의 지도자가 될 수가 없다. 정치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이런 공적 부담에서 일초도 해방될 수가 없다는 것이 맹자의 주장이다. 모든 정치인은 끊임없이 비판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비판의 소리야말로, 사랑의 소리라는 것이다. 정치인이 비판을 싫어하고 수용하지 않는 것, 그것은 정치인의 죽음이다. 이것 또한 맹자의 신념이다.

 

 

 

 

인용

목차 / 맹자

전문 / 본문

중용 강의

논어한글역주

효경한글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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