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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한글역주, 양혜왕장구 하 - 5. 왕이 재물과 여자를 좋아한다는 것 본문

고전/맹자

맹자한글역주, 양혜왕장구 하 - 5. 왕이 재물과 여자를 좋아한다는 것

건방진방랑자 2022. 12. 16.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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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왕이 재물과 여자를 좋아한다는 것

 

 

1b-5. 제선왕이 물어 말하였다: “사람들이 옛날 천자가 제후를 순수(巡狩)할 때 썼던 태산의 명당(明堂)이 명목상 남아있을 뿐이니 부셔버리자고 하는데 그래도 그것이 유서 깊은 전통을 간직한 건물 아니겠소. 그것을 정말 부셔버릴까요, 말까요?명당에 관해서 여러 설이 있다. 제국 영토 에 남아있는 천자의 태묘라고도 한다
1b-5. 齊宣王問曰: “人皆謂我毁明堂. 毁諸? 已乎?”
 
이에 맹자가 대답하여 말씀하시었다: “대저 명당이란 천하를 다스리는 왕자의 전당이니, 왕께서 진정 왕도를 구현하시어 천하를 통일하고자 하신다면 그 전당을 허물지마소서.”
孟子對曰: “夫明堂者, 王者之堂也. 王欲行王政, 則勿毁之矣.”
 
왕은 말한다: “거 참 좋은 말이구료. 그런데 왕도를 구현하는 정치에 관해 말해줄 수 있으시겠소?”
王曰: “王政可得聞與?”
 
대답하여 말씀하신다: “옛날에 문왕께서 기()지금 섬서성 기산현(岐山縣) 일대 땅을 다스리실 때, 농토를 우물 정자(井字)처럼 9등분 하고 8가족에게 그 등분한 땅을 하나씩 사전(私田)으로 주되, 가운데 하나는 공전(公田)으로 하여 바치게 하였으니 농민세율이 9분의 1밖에 안되는 가벼운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관리 노릇하는 사람들은 그 봉록을 세습시키고 생활을 안정시켜 착취할 생각을 못하게 하였고, 국경세관이나 시장에서는 이상한 짓을 하는 놈들을 취조하기는 하였으나 통행세와 물품세는 전혀 징수하지 않아 자유무역을 성행케 하였으며, 나라의 저수지나 고기 잘 잡히는 어량(魚梁)을 계절 따라 통제하기는 하였으나 근본적으로 금지하는 일은 없었고, 죄인을 벌하는 것도 그 본인에게만 해당되고 그 처자식이 연좌되는 일은 없었습니다. 늙어서 처가 없는 홀아비를 환()이라 부르고, 늙어서 남편이 없는 과부를 과()라 부르고, 늙어서 자식이 없어 돌보는 이 없는 사람을 독()이라 부르고, 어린아이가 부모 없이 버려진 것을 고()라고 부릅니다. 이 네 부류의 환과독고(鰥寡獨孤)야말로 천하에 빈궁한 사람들이며 어디에도 기탁할 곳이 없는 불쌍한 사람들입니다. 문왕께서 정치를 행하시어 인정을 베푸심에, 반드시 이 네 부류의 환과고를 먼저 보살피시는 복지정책을 시 행하셨습니다. ()소아 정월(正月)에 다음과 같은 노래가 있지요: ‘난이 닥친들 부자들이야 뭔걱정이 있으리오? 초췌하고 외로운 이들이 슬픔을 당할 뿐이지!’”
對曰: “昔者文王之治岐也, 耕者九一, 仕者世祿, 關市譏而不征, 澤梁無禁, 罪人不孥. 老而無妻曰’. 老而無夫曰’. 老而無子曰’. 幼而無父曰’. 此四者, 天下之窮民而無告者. 文王發政施仁, 必先斯四者. : ‘哿矣富人, 哀此煢獨.’”
 
왕이 말한다: “~ 참으로 좋은 말씀이시구려!”
王曰: “善哉言乎!”
 
말씀하신다: “아니 왕께서 그렇게 좋은 말씀이라고 생각하신다면 왜 이것을 당장 실천하지 않으시나이까?”
: “王如善之, 則何爲不行?”
 
왕이 말한다: “과인이 병통이 좀 있소. 과인이 너무 재물을 좋아한단 말이오. 왕정을 실현하는 데 방해요소가 아니겠소?”
王曰: “寡人有疾, 寡人好貨.”
 
대답하여 말씀하신다: “주나라의 초기 성군 중에 시조 후직(后稷)의 증손으로서 공류(公劉)라는 분이 있지요공류는 융적(戎狄)의 지역으로 쫓긴 상태에서 즉위하였지만 농경에 힘쓰고, 토지의 특성을 잘 살피고, 위수를 건너 목재를 채취하여 사용하였고, 재화를 잘 활용하여 다스리는 영토 내에 재물이 쌓였다. 그래서 사람들이 모여들고 정교(政敎)가 흥성하였다. 공류는 빈(=)에 도읍하였고 그의 아들 경절(慶節)은 그곳에 나라를 세웠다. 사기(史記)』 「주본기참고. 이 분은 매우 재물을 좋아하셨지요. 그 분이 서융(西戎) 지역에 사실 때에 그 분의 선정을 찬양하는 시()가 있어요【『() 생민지십(生民之什) 중의 공류(公劉): ‘노적가리가 산처럼 쌓였다. 창고 또한 곡물로 가득찼다. 말린 음식을 차곡차곡 쌓아 밑없는 푸대에(양쪽을 봉하여 둘러메는 용이다), 밑있는 푸대에 꽉꽉 담아 천도의 준비를 한다. 백성을 편안케 하고 국위를 광대(光大)하게 빛낼 그 날을 꿈꾸며, 활과 살을 준비하고, 방패ㆍ창ㆍ작은 도끼ㆍ큰 도끼를 갖춘 후에 비로소 안전하게 빈으로 천도의 길을 떠났다. 그러므로 남아있는 인민은 창고에 충분한 곡식의 축적이 있으니 걱정이 없고, 길 떠나는 인민은 푸대에 휴대식량이 잔뜩 있으니 걱정이 없습니다. 그런 연후에나 천도의 길을 떠나 훌륭한 나라를 세운 것입니다. 왕께서 재물을 좋아하신다 한들, 그것을 백성과 더불어 함께 하신다면 왕께서 천하를 통일하는 왕정을 행하시는 데 무슨 어려움이 있겠나이까?”
對曰: “昔者 公劉好貨. : ‘乃積乃倉, 乃裹餱糧, 于橐于囊. 思戢用光. 弓矢斯張, 干戈戚揚, 爰方啓行.’ 故居者有積倉, 行者有裹糧也, 然後可以爰方啓行. 王如好貨, 與百姓同之, 於王何有?”
 
왕이 말한다: “과인에게 그것 말고도 또 병통이 있습니다. 과인은 여색을 너무 좋아합니다. 이것도 왕정에 장애가 되겠지요?’
王曰: “寡人有疾, 寡人好色.”
 
대답하여 말씀하신다: “옛날에 고공단보 태왕(문왕의 친할아버지)께서도 여색을 좋아하셔서 그 부인 강씨를 그렇게도 사랑하셨습니다. 빈에 사시던 고공단보께서 적인들의 공격을 받아 말타고 도망가는 절박한 모습을 노래한 시가 있습니다대아 문왕지십(文王之什) (): ‘고공단보는 아침 날이 밝자마자 말을 달려 도망갈 때에도 그 부인을 껴안고 달렸다. 서쪽의 저수(沮水)와 칠수(漆水) 물가를 따라 기산(岐山) 아래에 이르시니 이에 같이 온 강씨 부인과 함께 새 집터를 보시고 그곳에서 행복하게 사시었다.’ 목숨 걸고 부인을 사랑하는 태왕의 모습은 정당한 부부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러기 때문에 고공단보의 치세 당시에는 안으로는 혼기를 놓치고 집안에 쑤셔박혀 원한을 품은 여자도 없었고, 밖으로는 색시를 못 얻어 어슬렁거리는 외로운 남자도 없었습니다. 모두 단란한 가정을 꾸렸지요. 왕께서 여색을 좋아하신다면, 혼자서 처첩을 잔뜩 거느리지 마시고 백성들과 같이 즐기며 여자를 독점하지 않으신다면, 천하를 통일하는 왕도를 구현하시는 데 무슨 어려움이 있겠나이까?”
對曰: “昔者大王好色, 愛厥妃. : ‘古公亶甫, 來朝走馬, 率西水滸, 至于岐下. 爰及姜女, 聿來胥宇.’當是時也, 內無怨女, 外無曠夫. 王如好色, 與百姓同之, 於王何有?”

 

맹자의 사유의 위대함은 상대방의 논리를 정면으로 부정하여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긍정하면서 그 의미와 논리구조에 즉하여 반론을 펴고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킨다는 것이다. 맹자의 사유는 항상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다. 그러면서도 왕도의 철학적 일관성을 양보하지 않고 상대방을 계발시킨다. 그리고 인간의 기본적 욕망을 긍정한다. 그러나 그 긍정을 반드시 사회적 차원으로 승화시킨다. 인간의 욕망은 오로지 모든 사람이 같이 즐길 수 있는 보편성을 획득할 때만이 윤리적 가치를 띠게 된다는 것이다. 욕망도 공감의 유대성을 지녀야 한다.

 

명당호에 관한 논리는 공자가 고삭의 희양을 폐지하기를 꺼려하는 논리와 연속성이 있다(논어(論語)3-17). 그리고 여기 맹자의 왕도론에 관하여 중요한 항목들이 첨가되고 있다.

1) 정전제(井田制)의 주장. 농민의 세금을 경감시켜야 한다.

2) 관료들의 일정한 봉급을 보장할 것.

3) 통행세와 물품세를 철폐하여 상인들이 제나라로 몰려들어 자유무역을 하도록 할 것. 시장경제의 활성화.

4) 군주의 사유지를 공개할 것.

5) 형벌에 있어서 연좌제를 폐지할 것. 형벌보다는 서민교육에 의하여 도덕을 진작시킬 것.

6) 환과독고(鰥寡獨孤)의 최빈자를 최혜자로 취급할 것 등등의 구체적 치세론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치세론도 제나라에 머물고 있던 기간 중에 발전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왕도론은 편력기간 동안에 발전적으로 이루어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인용

목차 / 맹자

전문 / 본문

중용 강의

논어한글역주

효경한글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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