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백성의 뜻에 따라 인재를 등용하라
1b-7. 맹자께서 제선왕을 알현하셨을 때,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었 다: “이른바 우리가 평상적으로 고국(故國, 유서 깊은 나라)이라고 말하는 것은 그 영토에 교목의 수풀이 우거져 풍요롭다는 것을 일컫는 것이 아니요, 오직 그 나라를 지키는 대대로 내려오는 품격 있는 동량 같은 신하들이 버티고 있다는 것을 일컫는 것입니다. 지금 임금님께서는 진심으로 신임할 수 있는 친한 신하도 있는 것 같지 아니 하고, 어제 기용한 신하가 오늘 도망가 버려도 모르고 계신 형편인 것 같습니다.” 1b-7. 孟子見齊宣王曰: “所謂故國者, 非謂有喬木之謂也, 有世臣之謂也. 王無親臣矣, 昔者所進, 今日不知其亡也.” 왕이 말하였다: “그렇지만 내가 어떻게 처음부터 그런 인물을 보고 척 알아차려서 아예 기용하지 않는 그런 재간이 있을 수 있단 말이오?” 王曰: “吾何以識其不才而舍之?” 말씀하신다: “지금은 인재의 등용이 자유롭고 상하의 신분질서가 무너진 시대입니다. 그래서 더욱 임금께서 현자를 발탁하신다 해 도 정말 부득이한 경우에만 허용하셔야 하는 것입니다. 일단 등용케 되면 신분이 낮은 자라도 신분이 높은 자의 윗자리에 앉을 수 있 고, 나와 혈연이 무관한 자라도 나의 친족보다 더 높은 자리를 차지 할 수도 있는 것이니, 참으로 신중하지 아니 할 수 있겠나이까? 曰: “國君進賢, 如不得已, 將使卑踰尊, 疏踰戚, 可不愼與? 사람을 쓸 경우를 생각해봅시다. 좌우의 친한 신하들이 모두 어질다고 말하여도 아직 그를 쓰시면 안 됩니다. 뭇 대부들이 모두 말하기를 어질다 하여도 아직 그를 쓰시면 안 됩니다. 나라 사람들이 모두 어질다고 말한 연후에나 비로소 채용할 것을 고려하십시오. 그리고 임금님께서 직접 그가 과연 현명한지를 분별하신 연후에나 비로소 그를 채용하십시오. 左右皆曰‘賢’, 未可也; 諸大夫皆曰‘賢’, 未可也; 國人皆曰‘賢’, 然後察之; 見賢焉, 然後用之. 사람을 파면시킬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좌우의 친한 신하들이 모두 그 놈은 안 됩니다라고 말하여도 아직 그 말을 들으시면 안 됩니다. 뭇 대부들이 모두 그 놈은 안 됩니다라고 말하여도 아직 그 말을 들으시면 안 됩니다. 온 백성이 모두 그 놈은 정말 안 됩니다라고 말한 연후에나 그를 버릴 것을 고려하십시오. 그리고 임금님께서 직 접 그가 정말 안 되는 놈인지를 분별하신 연후에나 그를 파면하시옵소서. 左右皆曰‘不可’, 勿聽; 諸大夫皆曰‘不可’, 勿聽; 國人皆曰‘不可’, 然後察之; 見不可焉, 然後去之. 그리고 또 사람을 처형할 때도 마찬가지올시다. 좌우의 친한 신하들이 모두 그 놈은 죽일 만하다라고 말하여도 아직 그 말을 들으시면 안 됩니다. 뭇 대부들이 모두 그 놈은 죽일 만하다라고 말하여도 아직 그 말을 들으시면 안 됩니다. 나라 사람들이 모두 죽일 만하다라고 말한 연후에나 비로소 죽일 것을 고려하십시오. 그리고 임금님께서 직접 과연 그가 죽을 만한 죄를 저질렀는지를 깊게 분별하여 판단하시고 나서야 비로소 그를 죽이십시오. 이렇게 되면 역사에 그는 나라사람들이 죽였다라고 평가될 것입니다. 左右皆曰‘可殺’, 勿聽; 諸大夫皆曰‘可殺’, 勿聽; 國人皆曰‘可殺’, 然後察之; 見可殺焉, 然後殺之. 故曰, ‘國人殺之也.’ 이렇게 임금님께서 민의를 존중하신 연후에나 비로소 참된 백성의 부모가 되는 것이올습니다.” 如此, 然後可以爲民父母.” |
맹자의 논리는 참으로 정연하다. 소위 민본주의(Pletharchia)의 치열 한 논의가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우선 맹자가 산 시대를 알 필요가 있다. 이미 공자의 시대에 노나라와 같은 작은 나라의 대부가 천자의 팔일무를 춤출 수도 있었다는 것은 주실의 권위가 무너지기 시작하고 패도의 시대가 도래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왕실을 정점으로 하는 봉건제도(Feudal System)가 무너지기 시작하였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패도의 경향은 점점 가속화되어가며 맹자의 시대에는 이미 주왕실은 유명무실해졌다. 따라서 전국의 군웅시대로 접어들면 국제간의 경쟁구조가 치열해지면서 진현(進賢), 즉 ‘인재의 등용’이라는 문제가 심각한 과제상황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공자의 위대성은 이러한 시대경향을 예견하고 신분질서에 관계없이 진정한 실력자를 양성하여 제후들에게 공급하는 인재수급 교육시스템을 구축했다는 데 있다. 그 인재양성소가 바로 공문(孔門)이었다. 이 공문집단이 발전ㆍ분화하여 전국시대의 제자백가가 된 것이다. 맹자의 말중에 ‘비유존(卑踰尊), 소유척(疏踰戚)’이라는 명제는 단적으로 전국시대의 진현(進賢)의 과제상황을 표현해주고 있다. 족벌 정치의 시대가 이미 끝났다는 얘기다! 진정한 실력자가 아니면 대접받아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다. 진현(進賢)에 실패하면 경쟁에 지고, 결국 나라는 패망하는 것이다.
국가의 흥망이 인재수급에 달려있는데, 그 인재는 신분이나 족벌이나 전통이나 인습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인재도 ‘검증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검증’의 기준이 무엇인가? 그것은 왕이나 고관들의 주관적 판단이 아니라 민중의 객관적 판단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맹자가 비록 민주주의(Democracy)를 말하지는 않았어도, 오늘 날 민주라는 이상의 모든 철학적 원형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는 제도적으로는 민주를 이룩했다. 그러나 과연 실력자가 수급되는 제도가 확립되어 있는가? 이 21세기 대명천지에 오직 학벌이 같다고, 오직 개인적 안면이 있다고 오직 같은 교회에서 장로ㆍ집사를 했다고 그들에게 국가의 대사를 관장하는 공복의 자리, 장관, 국영기업ㆍ국영기관의 장자리를 마음대로 원칙 없이 살포하는 이런 정치를 과연 ‘민주의 진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오호 통재라! 역사는 앞으로 가는 것이냐, 빠꾸하는 것이냐, 지그재그로 가는 것이냐? 도무지 종잡을 길 없고, 국민의 원성만 높아지고 있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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