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영과후진(盈科後進) & 성문과정(聲聞過情)
4b-18. 맹자의 제자인 서자(徐子)【서벽(徐辟)을 가리킨다. 등나라에서 맹자의 문인으로 활약하였다. 3a-5에 기출】가 말하였다: “중니께서 자주 물을 찬양 하시어, ‘물이여! 물이여!’라고 감탄의 말씀을 발하셨는데, 도대체 물의 어떤 측면을 취하셨길래 그런 말씀을 하신 것일까요?”【『논어(論語)』 9-16 참조】 4b-18. 徐子曰: “仲尼亟稱於水, 曰: ‘水哉, 水哉!’ 何取於水也?”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수원지로부터 콸콸 솟아 흐르는 물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줄기차게 흐르며, 웅덩이가 있으면 채우고 나서 또다시 흐르며, 드디어 넓은 바다로 터져 나아간다. 이러한 물의 미덕처럼 수원지 같은 뿌리가 있는 사람은 고갈되는 것을 모른다. 공자께서는 바로 물의 이러한 측면을 취하신 것이다. 孟子曰: “原泉混混, 不舍晝夜. 盈科而後進, 放乎四海, 有本者如是, 是之取爾. 이렇게 수원지의 뿌리가 없으면, 7ㆍ8월 사이【현 음력 5ㆍ6월에 해당 하력 5. 6월 = 은력 6ㆍ7월 = 주력 7ㆍ8월】에 퍼붓는 비는 모여 큰 물줄기를 형성하여 구회(溝澮)【구(溝)는 작은 도랑, 회(澮)는 큰 도랑 밭 사이의 수로】를 가리지 않고 다 채우지만, 비가 그쳐 땡볕이 쬐면 그것이 고갈되는 모습을 서서 보는 동안에도 금방 확인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한 사람의 명성이 그 사람의 실정을 지나치는 것을, 군자는 수치스럽게 여긴다.” 苟爲無本, 七八月之閒雨集, 溝澮皆盈; 其涸也, 可立而待也. 故聲聞過情, 君子恥之.” |
맹자의 논의는 비록 공자의 물흐름에 관한 의미맥락과는 다른 해석을 하고 있을지라도 그 나름대로 매우 명료한 논리를 펼치고 있다. 공자가 ‘가는 것이 이와 같구나[逝者如斯夫]! 밤낮을 그치지 않는구나[不舍晝夜]!’라고 말한 것은 시간 속의 사물이 정체함이 없이 끊임없이 흐른다고 하는 시간성 그 자체를 예찬한 것이다. 변화의 무쌍함! 시원(始元)도 종말도 없이 흐르는 유전의 위대함! 공자는 말년고향의 사수(泗水)【우리 나라 경남 사천(泗川)에도 니구산(尼丘山)과 사수가 있다】 위에서 그러한 달관의 영탄을 발했던 것이다. 공자의 이러한 영탄(詠歎)은 동아시아문명을 신화적 질곡 속에서 해방시켰다. 모든 신화는 변화를 거부하고 시간을 공간화(spatialization of time)시킨다. 불변과 영원이 절대적 가치인 양 선전하여 인간의 모든 불안한 심리를 예속시킨다. 공자는 흐르는 물의 아름다움과 같이 우리의 삶이 흐르고 변화하는 것을 아름다운 것으로 수용한 것이다.
그런데 맹자는 이 흐름의 과정(Process) 그 자체를 예찬하지 않고 그 흐름을 가능케 하고 있는 원천(Spring)의 위대함을 예찬한다. 최근에 강원도 태백시를 다녀왔는데 바로 태백시의 한가운데 낙동강 천삼백 리의 시원인 황지(黃池)가 있다. 해발 650m에 위치하고 있는 이 황지에서는 자그마치 하루에 5천톤의 물이 솟아나고 있다. 백두대간에서 천지(天池)와 황지(黃池)가 음양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천지도 가보면 매우 신비롭다. 어떻게 그렇게 가장 높은 정상(2,749m)에서 그토록 많은 물이 쏟아지는가? 천지는 압록강ㆍ두만강ㆍ송화강의 시원이다. 천지의 한 샛강인 올기강 맑은 물의 그 우렁찬 소리를 한번 들어본 사람은 조선의 독립을 위하여 헌신한 수많은 용사들의 함성을 잊지 못한다. 나는 지금도 올기강의 새벽햇살과 황혼의 금빛 찬란한 여울목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저 남미 페루 잉카문명의 성지인 꾸스코(Cusco)를 한번 가보라! 비행장에 내리면 이미 3,399m의 고지에 올라와있고 아름다운 도시 정경이 펼쳐지는데 대기의 희박 때문에 가슴이 답답하고 모든 것이 아찔아찔하게 느껴진다. 거기서 200m 정도를 더 올라가면 삭샤이후아망Sacsayhuaman)이라는 어마어마한 석성(石城)이 나오는데, 돌 하나의 크기가 9m(350t)에 달하는 것도 있다. 그런데 그 돌 사이가 물 한 방울 새지 않을 정도로 정교하게 꿰맞추어져 있다. 거기서 좀 올라가면 껜꼬(Qenko)라는 사직단 이 나오고, 거기서 더 올라가면 땀보마차이(Tambomachay)라는 물의 제사(Water Cult)를 지내는 성소가 있다. 그런데 이 성소의 위치가 3,700m인데 그 주변에 이곳보다 높은 산은 어디에도 없다. 그런데 신비롭게 물이 콸콸 쏟아져 나온다. 영원히 흐르는 물, 수량의 변화가 없다고 한다. 그 물을 한번 마시면 10년 젊어진다고 하는데 그만큼 물이 청정하고 맛있다. 내 인생에서 물이라는 것을 아주 신비롭게 느껴본 곳이 바로 이 땀보마 차이의 성전이었다.
하여튼 맹자는 땀보마차이와도 같은 물의 뿌리를 사랑한다. 인간의 인격이나 도덕성의 깊이도 땀보마차이와도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변함없이 내면에서 솟아오르며 고갈될 줄을 모르는 어떤 생명력, 그 생명력을 인간의 본성의 본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본원이 없는 인간은 아무리 홍수가 날 정도로 그 명성과 권력이 범람해도 금방 고갈되어버리고 만다는 것이다. 진시황의 중국통일은 ‘일시적 범람’에 불과했다. 맹자는 그런 통일을 말하지 않는다. 인간의 인간다운 삶이 영원히 지속될 수 있는 샘이 깊은 물의 흐름과도 같은 인간의 역사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명성이나 영예가 실제정황보다 지나치다[성문과정(聲聞過情)]’은 군자의 수치라는 것을 꼭 기억하자! 비바 멘시어스(Viva Mencius, 맹자 만세)! 7a-24 참조.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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