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넓게 배우려는 이유
4b-15.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널리 배우고 자세히 설명하는 것은 자신의 박학을 자랑하기 위함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박학의 지식을 융합하여 요령이 되는 핵심을 설파하기 위한 것이다.” 4b-15. 孟子曰: “博學而詳說之, 將以反說約也.” |
비슷한 취지의 논의가 『논어(論語)』(6-25)에도 있다: ‘군자는 문(文)의 세계에 있어서는 가급적 널리 배워야 한다. 그러나 그것을 반드시 예로써 집약시켜야 한다. 그리하면 도에 어긋남이 없을 것이다[君子博學於文, 約之以禮, 亦可以弗畔矣夫].’(9-10, 12-15). 하여튼 ‘박(博)’과 ‘약(約)’은 학문의 방법론으로서 공문(孔門)에서 중시되어온 것이다.
박학지사와 대화를 하다보면 횡설수설하면서 자기가 과연 어떠한 주제를 이야기해야 하는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헤매는 현상을 나는 매우 자주 경험한다. 지식이 아무리 많아도 그 핵심을 전달하지 못하는 사람은 결국 정확히 알고 있지 못함을 의미할 뿐이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저 놈은 주제파악이 안 된다’라고 말할 때, ‘주제파악’이 여기서 말하는 ‘설약(說約)’이라고 보면 된다.
이 장의 논의는 ‘박학(博學)’과 ‘설약(說約)’의 변증법이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학문은 박학만으로도 아니 되고, 설약만으로도 아니 된다. 박학은 설약을 지향해야 하고, 설약은 박학을 지향해야 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많은 독서를 해야 하지만 종국에는 그것이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명료하게 단순하게, 간결하게 요약하여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렇지 못하면 요령을 얻지 못하고 지식의 늪에 빠져 학문을 하지 못한 순박한 사람의 진실에도 못 미치는 아주 쓸모없는 인간이 될 뿐 아니라, ‘도사연(道士然)’하는 이 사회의 기생충이 되고 만다. 박학이 요약을 얻지 못하면 반드시 지식의 질병에 빠지게 된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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