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소신 없이
7a-42.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천하(天下)에 도(道)가 있으면 도로 하여금 내 몸을 따르게 할지어다. 이런 상황에서는 세상에 나가 도를 실현하여라! 천하에 도가 없으면 내 몸으로 하여금 도를 따르게 할지어다. 이런 상황에서는 은둔하여 내 몸 하나라도 지키는 것이 좋다. 천하에 도가 있건 없건, 도와 내 몸은 떨어질 수가 없는 것인데, 도로 하여금 타인을 따르게 하여 부귀권세를 추구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孟子曰: “天下有道, 以道殉身; 天下無道, 以身殉道. 未聞以道殉乎人者也.” |
주희는 ‘순(殉)’을 ‘순장(殉葬)’의 ‘순(殉)’과 같다 하고, ‘죽음으로써 무엇을 따른다는 것을 일컬은 말[이사수물지명(以死隨物之名)]’이라 하였다. 그러나 조기는 ‘순(殉)’을 단순히 ‘종야(從也)’라 하였다. 조기의 해석이 옳다. 조기 주는 다음과 같다:
천하에 유도하면 왕정(王政)이 행하여질 수 있으므로 도는 몸을 따라 공실을 베풀 수 있다. 천하에 무도하면 도가 행하여질 길이 없으므로 몸으로써 도를 따르고 도를 지키기 위해 숨는다. 정도로 써 속인을 따른다는 것은 일찍이 들어본 일이 없다.
天下有道, 得行王政, 道從身施功實也. 天下無道, 道不得行, 以身從道, 守道而隱. 不聞以正道從俗人者也.
‘이도순신(以道殉身)’은 문자 그대로 하면 ‘도로써 몸을 따른다’는 의미이지만, ‘도로 하여금 내 몸을 따르게 하다’라고 번역하면 의미가 더 명료해진다. 내 몸이 세상에 나아간다는 뜻을 내포하게 된다.
제일 마지막에 ‘이도순호인(以道殉乎人)’은 희가 ‘첩부지도(妾婦之道)’라 했는데 이는 3b-2의 대장부(大丈夫)론에서 대장부와 대비되는 여자의 길을 지칭한 것이며, 공손연(公孫衍)이나 장의(張儀)와 같은 종횡가들의 행태를 빗대어 말한 것이다. ‘이도순호인(以道殉乎人)’의 ‘인(人)’은 당시의 군주들을 지칭한 것이다.
전체적으로 이 장의 사상도 결국 『중용(中庸)』 1장에서 말하는 ‘도야자(道也者), 불가수유리야(不可須臾離也)’라는 사상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천하에 도가 있든 없든지를 막론하고 도(道)와 내 몸[身]은 떨어질 수가 없는 것이다. 『중용』 13장에 ‘도불원인(道不遠人)’이라 할 때의 ‘인(人)’은 여기서 말하는 타인의 ‘인(人)’이 아니고, ‘신(身)’을 말하는 것이다. 여기 대비되는 개념은 ‘도(道)’와 ‘신(身)’과 ‘인(人)’이다.
도(道) | 신(身) | 인(人) |
Moral Principle 도덕의 원칙, 신념 |
Subjectivity 나라는 주체 |
Secularity 세속적 가치 |
불가수유리야(不可須臾離也) | 부정적(negative) |
『논어(論語)』 「태백」에 나오는 공자의 ‘유도ㆍ무도’의 논리도 참고해볼 만하다(8-13). 결국 ‘이도순호인(以道殉乎人)’은 곡학아세(曲學阿世)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도순신 以道殉身 |
적극적 사회참여 Participation |
이신순도 以身殉道 |
고독한 수신(守身) Seclusion |
이도순인 以道殉人 |
곡학아세(曲學阿世) Sycophancy |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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