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시평의 특징과 가치
소화시평서(小華詩評序)
김득신(金得臣)
시를 아는 홍만종이 지은 소화시평
余嘗耳食於古人之所論, 知詩之難, 甚於爲詩之難, 其言豈不信哉!
余之所善洪于海萬宗, 博觀古人載籍, 而於古人詩集, 尤極博矣. 杜門一室, 沈潛反覆, 凡諸耄倪姸醜, 無不鏡于靈臺. 於是採摭我東名章傑句, 緝成一冊, 名之曰: 『小華詩評』, 其多幾乎萬矣.
소화시평의 특징
余昨年適于海所, 于海出是編, 使余諷誦之.
其詩或艶冶, 或蒼鹵, 或雄渾, 或簡雅, 或佶屈, 或沈鬱, 而其所評騭, 各臻其妙. 譬如塚發驪山, 珍貝盡獻, 犀燃牛渚, 光怪難逃, 一見可知其深於詩學矣.
소화시평만의 가치
以余觀之, 徐四佳之詩話, 精而不博; 梁霽湖之詩話, 穩而欠少. 今于海之所著也, 精而穩, 博而該, 雖謂之度越兩公, 亦非僭也.
若余詩者, 亦與於此評之末, 則誠以續貂爲愧, 而竊恐衆人之捧腹也.
동명의 우해 평가
蓋于海自髫齕, 學於東溟鄭君平, 君平嘗謂余曰: “于海格律淸峻, 頗有唐韻.” 又曰: “見得高明, 善於評點.” 此足爲一世定衡耳.
今茲詩評之作, 其不泯沒而傳於後也, 無疑. 此于海之所以必使余爲序於卷首, 而亦余之終不能辭遜者也.
昭陽赤奮若, 仲秋上浣, 栢谷老人金得臣序.
해석
시를 아는 홍만종이 지은 소화시평
余嘗耳食於古人之所論, 知詩之難, 甚於爲詩之難,
내가 일찍이 옛 사람이 논한 ‘시를 알기 어려운 것이 시를 짓는 어려움보다 심하다.’라는 걸 귀로 들었는데,
其言豈不信哉!
그 말이 어찌 믿음직하지 않으랴.
余之所善洪于海萬宗, 博觀古人載籍,
내가 좋아하는 우해 홍만종은 옛 사람의 서적을 널리 보았고
而於古人詩集, 尤極博矣.
옛 사람의 시집에 있어서는 더욱 더 박학했었다.
杜門一室, 沈潛反覆,
집에서 두문불출하며 책에 빠져 반복하며 읽어
凡諸耄倪姸醜, 無不鏡于靈臺.
일반적으로 모든 능숙한 것과 어리숙한 것, 고운 것과 추한 것이 마음에 비춰지지 않은 게 없었다.
於是採摭我東名章傑句, 緝成一冊,
이에 우리 동방의 이름난 글들과 걸작들을 채집하고 주워 한 책으로 편집하여 완성하고
名之曰: 『小華詩評』, 其多幾乎萬矣.
『소화시평』이라 이름 지었으니, 작품이 많기가 일만 편에 가까웠다.
소화시평의 특징
余昨年適于海所, 于海出是編,
내가 작년에 우해의 집에 가니 우해는 이 책을 꺼내
使余諷誦之.
나에게 읊고 외도록 했다.
其詩或艶冶, 或蒼鹵,
그 시는 혹은 곱고 아름다우며, 혹은 거칠고 엉성하며
或雄渾, 或簡雅,
혹은 웅장하고 넉넉하며, 혹은 간소하고 우아하며,
或佶屈, 或沈鬱,
혹은 난삽하여 이해하고 어려우며, 혹은 암담하고 우울하였는데
而其所評騭, 各臻其妙.
평가한 것이 각각 그 오묘함을 다했었다.
비유하면 여산릉을 발총하자 진귀한 보물이 모두 드러난 것과 같으며
견우성에서 소뼈를 태우자 빛의 괴이한 것들이 달아나지 않았다는 것과 같으니,
一見可知其深於詩學矣.
한 번 보면 시학에 깊이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소화시평만의 가치
以余觀之, 徐四佳之詩話, 精而不博;
내가 보니 서거정의 『동인시화』는 정밀하긴 해도 널리 모으진 않았고
梁霽湖之詩話, 穩而欠少.
양경우의 『제호시화(霽湖詩話)』는 깊은 맛이 있지만 작품이 적은 게 흠이었다.
今于海之所著也, 精而穩, 博而該,
이제 우해가 지은 『소화시평』은 정밀하고도 깊으며 넓고도 해박하니,
雖謂之度越兩公, 亦非僭也.
비록 시를 헤아림이 서거정과 양경우 두 분을 넘어섰다 해도 또한 참람되진 않으리라.
若余詩者, 亦與於此評之末,
나의 시 같은 경우는 또한 이 시평집 끝에 실렸으니
則誠以續貂爲愧,
진실로 담비에 붙인 것으로 부끄럽기만 해서
而竊恐衆人之捧腹也.
여러 사람들이 배를 움켜잡고 비웃지나 않을지 걱정된다.
동명의 우해 평가
대체로 우해는 어렸을 때부터 동명 정군평에게 배웠는데
君平嘗謂余曰: “于海格律淸峻, 頗有唐韻.”
군평이 일찍이 나에게 “우해는 격조와 법칙이 맑고도 우뚝해 매우 당시의 운이 있다.”라고 말했고
又曰: “見得高明, 善於評點.”
또한 “식견이 높고도 분명함을 얻어 시를 평가하는 것을 잘한다.”고 말했으니,
此足爲一世定衡耳.
이것은 한 세대의 균형 잡힌 저울이 되기에 충분할 뿐이다.
今茲詩評之作, 其不泯沒而傳於後也,
이제 『소화시평』은 없어지지 않고 후세에 전해질 것임을
無疑.
의심할 게 없다.
此于海之所以必使余爲序於卷首,
이것이 우해가 반드시 나에게 책머리에 서문을 지어달라는 이유이고
而亦余之終不能辭遜者也.
또한 내가 끝내 사양할 수 없는 이유다.
昭陽赤奮若 3, 仲秋上浣 4, 栢谷老人金得臣序.
소양 1673년 중추 상완에 백곡 노인 김득신이 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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