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공부계획이 바뀐 사연과 ‘하고 보자’는 정신에 대해
20년 전반기에 어떤 공부를 해왔는지는 ‘20년 전반기 한문공부 스케치’란 글에서 다뤘고 그 후로 한 달 보름동안 단어장과 씨름해왔는지는 ‘단어정리장 업로드를 마치며’라는 글에서 다뤘다. 그 후론 공부가 정상화되어 교육학을 공부하고 한문도 본격적으로 정리할 생각이었다. 책 정리는 원주용 선생이 쓴 『조선시대 산문읽기』와 『고려 시대 산문읽기』란 책을 저본(底本)으로 삼아 정리하고 부족한 부분은 ‘전공 한문 범위표’를 참고하며 메꾸고 그와 함께 『이조시대 서사시』 1권과 2권, 『고문진보』까지 보며 할 생각이었다.
▲ 나만의 공부환경, 지금은 컴퓨터로 공부를 한다. 세상 참 좋아졌네^^
본격적인 공부와 계획의 바뀜
그래서 본격적으로 공부하기로 맘을 먹고 세운 계획은 다음표와 같다.
하루에 봐야 할 글 |
교육학 3편 듣고 정리하기 |
고문진보 1편 | |
서사시 1편 | |
원주용 고려ㆍ조선 산문 1편 |
오전에 임고반에 올라가서 교육학을 듣고 정리를 한다. 강의 내용에 따라 이미 정리한 내용들을 다듬고 빠진 부분들을 채워 더욱 내실 있게 바꾸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 위에 제시된 3편의 산문 중 보고 싶은 산문부터 먼저 내용을 정리하며 공부를 한다. 임고반이기 때문에 컴퓨터로 작업하는 데 많은 제한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날 그날 임고반의 상황에 따라 컴퓨터로 작업할 수 있으면 컴퓨터로 작업하고 그게 불가할 경우엔 펜과 종이로 직접 써가며 작업을 한다.
2시 20분이 넘으면 집으로 내려와 정리한 내용을 컴퓨터로 작업하고 보지 못한 것들을 이어서 작업한다. 이런 식으로 시험 전까지 공부할 수 있다면 교육학도 제대로 공부하게 될뿐더러, 책 5권도 마치게 되는 효과가 있다. 한문실력의 나아짐 여부와는 상관없이 ‘하고 싶었던 공부는 마쳤다’는 뿌듯함이 임용시험을 볼 때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나으리라.
그런데 이런 계획을 세우고 조금 공부하다 보니 두 가지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첫째는 임고반이란 환경이 지닌 ‘최대한 조용하게 공부해야 한다’는 점과 관련이 있다. 올해 임고반은 ‘코로나19’라는 희대의 전염병으로 늦게서야 열게 되었고 그에 따라 임고반 학생들도 임고반에 번갈아가며 나가게 되었다. 그러니 초반에 올라갔을 땐 임고반이 텅 비어 보일 정도로 학생들이 별로 없었던 것이다. 그런 상황이면 충분히 임고반 내에서도 컴퓨터 작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기대를 하며 임고반에 올라간 것이었는데 나름 적응을 마친 아이들이 꽤 많이 나오더라. 더욱이 우리 라인은 내 옆 자리와 뒷 자리에 늘 와서 공부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컴퓨터 작업은 아무래도 힘들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이니 막상 공부하러 올라간 임고반에서 공부는 하지 않고 시간만 때우다 내려오는 상황이 반복되더라.
둘째는 세 권의 책을 돌아가며 정리를 해야 한다는 정신없음에 있었다. 하루에 각 권에 있는 내용 중 한 편씩은 보자는 생각으로 그렇게 정한 것인데, 그건 오히려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는 답답함을 갖게 만든 것이다. 상반기에 공부를 할 땐 ‘여러 책을 두루 보자는 생각이 아니라 한 권씩 끝내고 보자’라는 생각으로 공부를 했었다. 그덕에 『한시미학산책』과 『연암을 읽는다』와 『비슷한 것은 가짜다』와 같이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들을 끝낼 수 있었던 것이고, 그렇게 한 편씩 끝내가는 느낌을 통해 ‘제대로 공부하고 있다’는 뿌듯함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성공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 바꾼 공부 계획이 답답하게만 느껴진 거겠지. 그래서 며칠 해보고 이건 아니다 싶어 다시 계획을 변경하기로 했다.
하루에 봐야 할 글 |
교육학: 지금 당장은 하지 않고 좀 더 늦게 시작한다. 임고반에 올라가게 되는 날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 |
산문 & 서사시: 1권씩 책을 잡고 그 책부터 마무리 지어 간다. |
▲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린 장마가 있었던가? 삼천천에 거센 물살이 흐른다.
조선 산문을 먼저 끝내다
한 권씩 정리하기로 하고 먼저 선택한 책은 『조선시대 산문읽기』란 책이었다. 아무래도 임용 시험에 출제빈도가 더 높기 때문이고, 평소부터 한 번 정도는 쭉 내용을 보며 정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7월 30일부터는 임고반에 올라가지 않고 집에서 조선편을 읽고 정리하며 시간을 보내기로 했던 것이다.
이렇게 공부해보니 하루에 아주 열심히 정리하면 6편 정도의 산문을 할 수 있지만, 그렇게까지 조급해하지 않고 즐기듯 정리를 하면 4편 정도는 정리할 수 있더라. 하루에 몇 편을 하느냐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1편이든 8편이든 양은 분명한 차이가 있지만, 그보다 꾸준히 해나갈 수 있느냐의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임고반에도 올라가지 않고 집에서 정리하자고 맘을 먹은 이상 조급하지 않게 그러면서도 나름 즐기면서 재밌게 공부할 수 있었다.
그렇게 열심히 정리를 하여 마침내 8월 3일(월)에는 한 권의 책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물론 2일(일)에 책에 실린 내용은 모두 끝을 내긴 했지만 그간 보고 싶었음에도 여러 가지를 하느라 보지 못한 홍석주의 「무명변 일(無命辯 一)」ㆍ「무명변 이(無命辯 二)」와 박지원의 「증계우서(贈季雨序)」ㆍ「이존당기(以存堂記)」ㆍ「북학의서(北學議序)」와 같은 글을 하루 더 시간 내어 보게 되었다. 이렇게 한 권의 책을 끝내고 나니 솔직히 실력이 부쩍 늘었다는 생각은 전혀 늘지 않지만 하고 싶었던 것을 마무리 지었다는 생각에 개운한 기분은 들더라. 한문 공부를 다시 시작한 지 2년이 조금 넘었지만 지금 나의 한문공부 마인드는 바로 이것이다.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면 결과야 어떻든 하고 보자’
▲ 전주 한옥마을의 석양. 휴가기간인데 임고생에겐 그런 것도 없다. 내년엔 휴가갈 수 있으려나?(사진 출처 - 전주시청)
인용
'건빵 > 일상의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8.07 - 조선산문과 고사성어를 마치다 (0) | 2020.08.13 |
---|---|
조선산문과 고사성어를 마치다 - 2. 5년이 지나 성취한 것과 아모르파티 (0) | 2020.08.13 |
20.07.23 - 한문실력이 형편없다 (0) | 2020.07.23 |
니들이 한문 단어의 맛을 알아? - 목차 (0) | 2020.06.21 |
니들이 한문 단어의 맛을 알아? - 1. 단어와 한문의 맛 (0) | 2020.06.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