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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홍석주 - 무명변 이(無命辯 二) 본문

산문놀이터/조선

홍석주 - 무명변 이(無命辯 二)

건방진방랑자 2020. 8. 3.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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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은 헤아릴 수도, 기필할 수도 없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일을 해야 한다

무명변 이(無命辯 二)

 

홍석주(洪奭周)

 

 

명을 미리 헤아릴 수 없다

命可知也而不可爲也, 命可信也而不可必也.

何謂可知而不可爲? 無爲者天也, 有爲者人也, 命也者, 非人之所能爲也, 亦非天之所能爲也. 氣與事合, 運以時移, 若有使之, 而實莫爲之, 强以名之曰命而已, 固非有主宰而安排, 增減而予奪之者. 是不惟營爲而求諸人者之爲妄, 祈禳襘袚而求諸天者, 亦多見其無益也.

今夫巫祝瞽史, 操述以眩人, 鬻糈而求售, 淫祀繁而神人糅, 符呪熾而奸宄滋. 或謂之續命, 謂之度命, 夫可續也, 亦可度也, 又何以謂之命, 又何以謂之自然? 故曰: “命不可爲也.”

 

명은 기필할 수 없다

何謂可信而不可必? 可必者理也, 不可必者事也.

武王之疾, 有數在天, 而金縢之書, 周公之所不能已矣. 周公之道, 旣不可行而陳蔡之厄, 仲尼之所不求免也. 是以雖處必興之運, 明君不忘其懼, 雖當必亡之會, 忠臣必盡其力.

如曰: “知命之必然, 而不修吾義.” 是太保無祈天之誥, 而少師無剖心之絶, 率天下而大亂者, 必是說也. 故聖人言知, 則曰: “知幾如神.”而已, 言命則曰: “修身以俟之.”而已, 常防其源也.

聖人之所不言者, 而巫祝瞽史常言之; 聖人之所不知者, 而巫祝瞽史或知之. 使必決死生於期式, 相富貴於旬日, 而後謂之知也, 管輅賢於元聖, 唐擧智於宣尼, 豈不悖哉. 故曰: “命不可必也.”

 

반첩여와 제갈량의 말을 통해 본 운명과 자신의 할 일에 대한 견해

若夫班婕之言曰: “死生有命, 富貴在天, 修正尙不蒙福, 爲惡將欲何求?” 諸葛武侯亦有言: “鞠躬盡瘁死後已 成敗利鈍非臣之所能睹也.” 斯固義之至, 而知之盡也.

亦何必曰: “無命.” 而後快哉. 麗韓十家文鈔

 

 

 

 

 

 

해석

 

명을 미리 헤아릴 수 없다

 

命可知也而不可爲也,

()은 알 수 있지만 어찌 해볼 수 없는 것이고

 

命可信也而不可必也.

()은 맏을 수 있지만 그렇게 되리라 기필할 수 없는 것이다.

 

何謂可知而不可爲?

어떤 것을 알 수 있지만 어찌 해볼 수 없는 것이라 말하는가?

 

無爲者天也, 有爲者人也,

함이 없는 것은 하늘이고 함이 있는 것은 사람이니,

 

命也者, 非人之所能爲也,

()은 사람이 어찌 해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亦非天之所能爲也

또한 하늘도 어찌 해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氣與事合, 運以時移,

기는 일과 합하고 운은 때에 따라 옮겨가

 

若有使之, 而實莫爲之,

마치 그에게 시키는 것 같지만 실제론 그것을 하도록 하진 않으니,

 

强以名之曰命而已,

억지로 이름지어 명()이라 했을 뿐이지

 

固非有主宰而安排, 增減而予奪之者.

진실로 주재하고 안배하여 증감시키거나 주거나 뺐거나 한 것은 아니다.

 

是不惟營爲而求諸人者之爲妄,

이것은 경영하여 남에게 구하려 하는 사람이 망령될 뿐만 아니라,

 

祈禳襘袚而求諸天者, 亦多見其無益也.

빌거나 굿을 하여 하늘에 비는 사람들도 또한 많이 무익함을 보게 된다.

 

今夫巫祝瞽史, 操述以眩人,

오늘 무당과 고사들고사(瞽史): ()나라 때의 두 관직명으로, 고는 악관(樂官)이고 사는 음양·천시(天時예법에 관한 문헌을 담당하였다.은 술수를 부려서 사람을 현혹하여

 

鬻糈而求售, 淫祀繁而神人糅,

양식을 팔아 행해짐을 구하고 음란한 제사가 번성하고 귀신과 사람이 뒤섞이며

 

符呪熾而奸宄滋.

부적(符籍)과 주술(呪術)이 성행하고 간사한 이와 도적떼가 불어난다.

 

或謂之續命, 謂之度命,

혹자는 명을 이을 수 있다고 하고 혹자는 명을 헤아릴 수 있다고 하지만

 

夫可續也, 亦可度也,

대체로 이을 수 있고 또한 헤아릴 수 있다면

 

又何以謂之命, 又何以謂之自然?

또한 어찌 명()이라 말할 수 있고 또한 어찌 자연이라 말할 수 있는가?

 

故曰: “命不可爲也.”

그러므로 ()은 어찌할 수 없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명은 기필할 수 없다

 

何謂可信而不可必?

어떤 것을 믿을 수는 있지만 반드시 그러하리라 기필할 수 없다고 말하는가?

 

可必者理也, 不可必者事也.

반드시 그러하리라 기필할 수 있는 건 이치이고 기필할 수 없는 것은 일이다.

 

武王之疾, 有數在天,

무왕의 질병은 운수가 하늘에 달려 있으니,

 

而金縢之書, 周公之所不能已矣.

주공이 무왕 대신 죽겠다고 빈 금띠로 봉한 글금등(金縢): 주공이 무왕 대신 죽기를 하늘에 기도한 축문(祝文)이다. 금속의 노끈으로 꿰맨 상자에 보관하였으므로 금등의 글이라 한다. 서경(書經)』 「금등편(金縢篇)」】은 주공이 그만 둘 수 없었던 것이다.

 

周公之道, 旣不可行而陳蔡之厄,

주공의 도가 이미 행해질 수 없었고 공자가 진과 채 사이에 곤액을 당했으니,

 

仲尼之所不求免也.

공자는 그걸 피해가길 구하지 않았다.

 

是以雖處必興之運, 明君不忘其懼,

이런 까닭으로 비록 반드시 흥성할 운수에 처할지라도 명석한 임금은 두려움을 잊질 않고

 

雖當必亡之會, 忠臣必盡其力.

비록 반드시 멸망할 때를 당하더라도 충신은 반드시 그 힘을 다했던 것이다.

 

如曰: “知命之必然, 而不修吾義.”

만약 운명이 반드시 그러할 것을 알기에 나의 뜻을 닦지 않겠다.”라고 말한다면,

 

是太保無祈天之誥,

태보(太保) 소공이 하늘에 나라의 영명을 기원 말태보(太保): 주나라 소공(召公)을 말한다. 서경(書經)』 「소고(召誥)하늘에 영명(永命)을 기원함[祈天永命]”이란 구절이 있다.이 없었을 것이고

 

而少師無剖心之絶,

소사(少師) 비간(比干)은 심장이 잘리는 충절을 다함소사(少師) : ()나라 삼인(三仁)의 한 사람인 비간(比干)을 말한다. 사기(史記)』 「은본기(殷本紀)()가 더욱 음란하여 그치지 않자 비간이 간언(諫言)을 하였는데, 주가 노하여 말하기를, ‘내가 듣건대 성인의 심장에는 일곱 개의 구멍이 있다는데 사실인가?’ 하고 그를 죽여 심장을 해부하여 보았다[紂愈淫亂不止 比干 迺强諫紂 紂怒曰 吾聞聖人心 有七竅 剖比干 觀其心]”는 내용이 있다.이 없었으리니,

 

率天下而大亂者, 必是說也.

천하를 몰아다가 크게 어지럽히는 것은 반드시 이 말이리라.

 

故聖人言知, 則曰: “知幾如神.”而已,

그러므로 성인은 지()를 말하며 기미를 아는 것은 귀신과 같다.’라 말했을 뿐이고,

 

言命則曰: “修身以俟之.”而已,

()을 말하며 몸을 닦음으로 기다린다.’라고 말했을 뿐이니,

 

常防其源也.

항상 자포자기하려는 근원을 막은 것이다.

 

聖人之所不言者, 而巫祝瞽史常言之;

성인은 말하지 않은 것을 무당과 고사는 항상 말하고,

 

聖人之所不知者, 而巫祝瞽史或知之.

성인은 알지 못하는 것을 무당과 고사는 간혹 그것을 알기도 한다.

 

使必決死生於期式, 相富貴於旬日,

만약 반드시 관례에 따라 사생을 결단하고 열흘 내에 부귀를 점친 후에야

 

而後謂之知也, 管輅賢於元聖,

지혜롭다고 말한다면, 이것은 점쟁이 관로관로(管輅): ()의 점상(占相)으로 이름난 인물가 원성인 주공(周公)보다 현명하다 하는 것이고

 

唐擧智於宣尼, 豈不悖哉.

관상쟁이 당거당거(唐擧): ()의 관상자가 중니보다 지혜롭다 하는 것이니, 어찌 잘못된 게 아니랴.

 

故曰: “命不可必也.”

그러므로 ()은 반드시 그러하리 기필할 수 없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반첩여와 제갈량의 말을 통해 본 운명과 자신의 할 일에 대한 견해

 

若夫班婕之言曰: “死生有命, 富貴在天,

예를 들면 반첩여반첩여(班婕妤): 한 성제(漢成帝)의 후궁가 말했다. “죽고 사는 건 운명이 있고 부귀는 하늘에 달려 있으니,

 

修正尙不蒙福, 爲惡將欲何求?”

올바름을 닦아도 오히려 복을 받질 못하는데 악을 행하고서 장차 무얼 구하려 하는가?”

 

諸葛武侯亦有言: “鞠躬盡瘁死後已

제갈무후 또한 말했다. “몸을 다하여 죽은 후에야 그만두리니,

 

成敗利鈍非臣之所能睹也.”

성공과 실패, 날카로움과 둔함은 신하가 미리 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斯固義之至, 而知之盡也.

이것이 진실로 의리의 지극함이고 앎의 극진함이다.

 

亦何必曰: “無命.” 而後快哉. 麗韓十家文鈔

또한 하필 운명이란 없다라고 말한 뒤에야 상쾌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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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력 및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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