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이행, 박은을 그리워하다
1. 『읍취헌유고(挹翠軒遺稿)』를 편찬하다.
1) 박은(朴誾)이 갑자사화(甲子士禍)로 사형당한 후 2년이 지나 중종반정(中宗反正)이 일어났고 이행(李荇)은 복귀함.
2) 이때 박은(朴誾)의 흩어진 시를 수습하여 이 유고집을 편찬함.
3) 이 둘은 『논어(論語)』 「안연(顔淵)」에서 말한 ‘이문회우(以文會友)’의 뜻을 이루었다고 할 만함.
卷裏天磨色 依依尙眼開 | 책 속의 천마의 산색 흐리나 오히려 눈앞에 펼쳐지네. |
斯人今已矣 古道日悠哉 | 이 사람 지금은 없어졌고 옛길 날로 그윽하네. |
細雨靈通寺 斜陽滿月臺 | 가랑비 영통사에 내리고, 비낀 해 만월대에 비치네. |
死生曾契闊 衰白獨徘徊 | 죽고 살아 일찍이 보질 못하니, 쇠한 백발로 홀로 배회한다. |
1) 박은(朴誾)이 죽은 지 3년 후에 『천마잠두록(天磨蠶頭錄)』을 꺼내 읽으며 그때를 떠올림.
2) ‘이의(已矣)’, ‘재(哉)’를 활용하여 자신의 통곡소리를 담음.
3) 3연에서 서술어를 두지 않아 독자가 눈을 감고 긴 생각에 잠기도록 함.
3. 이행(李荇)의 「독취헌시 용장호남구시운(讀翠軒詩 用張湖南舊詩韻)」
挹翠高軒久無主 | 읍취헌 높은 누각 오래도록 주인이 없었고, |
屋樑明月想容姿 | 누각 대들보의 밝은 달 용모와 자태 그리게 하네. |
自從湖海風流盡 | 이때로부터 강산의 풍류는 다하였으니, |
何處人間更有詩 | 인간 세상 어느 곳인들 다시 시가 있을꼬? |
1) 좌의정에 올라 부귀영화를 누리다가 만년의 벗 김안로(金安老)와 사이가 멀어져 54세에 평안도로 귀양감. 서울로 돌아오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함. 이 시는 유배지로 떠나기 얼마 전인 1531년에 지은 것으로 추정됨.
2) 박은(朴誾)이 죽은 지 30년이 흘렀지만 읍취헌(挹翠軒)에 뜬 달을 보니 박은(朴誾)이 떠오름.
3) 박은(朴誾)이 죽고 없으니 인간 세상에 진정한 의미의 시가 없다고 선언함.
4) 『국조시산(國朝詩刪)』에선 “마음에 맞는 벗이기에 이런 시가 나올 수 있었다‘고 평가함.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