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을 전송하며 신세 한탄을 하는 이유를 밝힌 백광훈의 시
智異雙溪勝 金剛萬瀑奇 | 지리산 쌍계사는 빼어나고, 금강산 만폭동은 기이하다는데, |
名山身未到 每賦送僧詩 | 명산에 몸소 가질 못하고서, 매번 스님을 전송하는 시만 짓네. |
『소화시평』 권상 108번의 두 번째 시는 읽는 순간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그대로 보였다. 그건 마치 ‘디어 마이 프렌드’라는 드라마에서 문정아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이탈리아, 로마를 출발해 전 세계를 돌고, 다시 이탈리아 시칠리로 돌아오는 둘만의 세계일주를 하자”고 툭 던진 말을 희망으로 삼아 ‘언젠가는 세계일주를 할 것이다’는 희망 하나만을 부여잡고 사는 모습과 엇비슷하다. 이 시에서 백광훈도 ‘지리산 쌍계사나 금강산 만폭동이 절경이라는 건 많이 들어봐서 알고 있으니 언젠가는 가보겠지?’하는 바람을 담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현재의 자신은 홀연히 여행을 떠나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떠나려는 스님의 시축에 글을 쓰며 회한을 풀어내고 있다. ‘자신은 가지도 못하면서 부질없이 스님을 전송하는 시만 쓴다’는 푸념조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 보면 자신의 신세 한탄처럼 느껴지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 시를 씀으로 오히려 좋든 싫든 먼 곳으로 가야 하는 스님의 상황을 추켜세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금도 이런 경우는 흔하게 볼 수 있다. 3년 전에 학교 학생이었던 현세는 프랑스로 1년 정도 공부하러 떠났다. 아무리 맘을 먹었다 해도, 그리고 그곳 교육환경이 더 좋다 해도 낯선 환경에 홀로 내맡겨진 채 1년을 살아야 한다는 건 부담되는 일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현세도 떠나는 전날까지도 여러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럴 때 교사인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부럽다. 나는 한국 땅에 계속 남아 있어야 하는데”라는 말뿐이었다. 그게 진심이건 아니건 누구나 쉽게 할 수 없는 경험은 아니기에, 잘 보내고 왔으면 하는 마음에서 말이다. 이처럼 백광훈도 이런 푸념도 이런 정서를 담고 있을 것이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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