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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상권 108. 변함없는 자연과 변하는 인공물을 대비한 백광훈의 시 본문

연재/한문이랑 놀자

소화시평 감상 - 상권 108. 변함없는 자연과 변하는 인공물을 대비한 백광훈의 시

건방진방랑자 2021. 10. 28.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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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함없는 자연과 변하는 인공물을 대비한 백광훈의 시

 

 

소화시평권상 108에선 백광훈의 시 세계를 다루고 있다. 강서시파의 시가 이전에 살펴봤듯이 엄청난 수식이 가해지고 퇴고를 거친 후에 만들어진다면 백광훈의 시는 그렇지 않다. 그를 삼당시인(최경창, 백광훈, 이달)이라 부르는데 당시의 특징은 수식이나 퇴고를 가하려 하기보다 보이는 정감을 그대로 표현하여 마치 읽고 있으면 저절로 그 정황이 머릿속으로 그려지는 것이다. 그래서 당시를 흔히 그려지는 시라 표현하고, 송시를 서술하는 시라 표현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 나오는 세 편의 작품들은 모두 마치 그림 같은 그 잔상이 그대로 묻어나고 있고 심오한 철학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해하기도 수월한 편이다.

 

 

秋草前朝寺 殘碑學士文 가을 풀, 고려 때 절 그리고 부서진 비문에 담긴 학사들의 문장
千年有流水 落日見歸雲 천년 동안 흐르는 물, 지는 해에 돌아가는 구름을 보네.

 

홍경사(弘慶寺)라는 시는 너무도 잘 알려진다. 한시를 다루는 모든 책에 예외 없이 등장할 정도로 유명하고 독특하며 미감까지도 갖추고 있다.

 

보통 7언율시의 경우 함련(頷聯, 3~4)과 경련(頸聯, 5~6)에 대구(내용이나 어법이 서로 짝을 이루기에 해석 순서가 같음)를 이루며 5언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이 시는 대구를 이루고 있고 특히 시작부터 대구를 활용하고 있다. 이런 경우를 바로 투춘법(偸春法, 봄을 시샘하여 미리 빼앗아오는 방법)’라고 한다. 더욱이 1~2구는 서술어도 없이 명사들로만 쭉 나열되어 있다. 그대로 해석해보면 가을 풀, 옛 조정의 사찰, 쓰러진 비문, 학사들의 글이 끝이다. 교수님은 이렇게 명사가 나열되어 있을 땐 숨겨진 서술어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그 의미 맥락을 쭉 끌고 갈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숨겨진 서술어를 찾아 해석해보면 가을 풀 자라난 고려 때의 사찰, 그곳 부서진 비문에 쓰인 학사들의 글이라 볼 수 있다.

 

3~4구로 오면 1~2구와는 확 달라진다. ‘1000년이란 세월에 흐르는 물속에 있다는 매우 시적인 표현을 쓰고 있으며, ‘해질녘에 돌아가는 구름을 본다는 감성 충만한 표현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3~4구를 현재의 우리 언어로 바꾸면 천년 동안 쉼 없이 흘렀을 물가에서 서서 석양에 돌아가는 구름을 보네.’라 할 수 있다.

 

이 시는 이색의 부벽루(浮碧樓)라는 시와 매우 닮아 있다. 자연물과 인공물의 대비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자연물은 시기에 따라 무수히 변해가며 변함없는 모습을 연출하지만, 인공물은 그곳에 살던 사람이 사라짐으로 변한 모습을 보여준다. 자연물을 통해서는 유상(有常), 인공물을 통해서는 무상(無常)을 대비시킴으로, 무상감을 더욱 배가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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