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광 땅에서 시련을 당할 때 안연이 한참 늦게 오다
子畏於匡, 顔淵後.
後, 謂相失在後.
子曰: “吾以女爲死矣.”
女, 音汝.
曰: “子在, 回何敢死?”
何敢死, 謂不赴鬪而必死也.
胡氏曰: “先王之制, 民生於三, 事之如一. 惟其所在, 則致死焉. 況顔淵之於孔子, 恩義兼盡, 又非他人之爲師弟子者而已. 卽夫子不幸而遇難, 回必捐生以赴之矣. 捐生以赴之, 幸而不死, 則必上告天子, 下告方伯, 請討以復讐, 不但已也. 夫子而在, 則回何爲而不愛其死, 以犯匡人之鋒乎?”
해석
子畏於匡, 顔淵後.
공자께서 광땅에서 경계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안회가 뒤처져 있었다.
後, 謂相失在後.
후(後)는 서로를 잃어 뒤처져 있다는 말이다.
子曰: “吾以女爲死矣.”
공자께서 “나는 니가 죽었다고 생각했다.”라고 말씀하시니,
女, 音汝.
曰: “子在, 回何敢死?”
안회가 “공자께서 계시는데 제가 어찌 감히 죽겠습니까?”라고 말씀드렸다.
何敢死, 謂不赴鬪而必死也.
하감사(何敢死)는 전투에 달려가지 않아 반드시 죽진 않았다는 말이다.
胡氏曰: “先王之制, 民生於三,
호인(胡寅)이 말했다. “선왕의 제도에 백성은 세 가지에 따라 살아가니,
事之如一. 惟其所在, 則致死焉.
섬기기를 한결같이 하여 오직 있는 곳에서 죽음을 바친다.
況顔淵之於孔子, 恩義兼盡,
하물며 안회가 공자에 대해 은혜(恩惠)와 의가 겸하여 극진하였으니
又非他人之爲師弟子者而已.
또한 다른 사람의 사제지간이 되는 것과는 다르다.
卽夫子不幸而遇難,
먄약 부자께서 불행히 난리를 만났다면
回必捐生以赴之矣.
안회는 반드시 삶을 버리고 달려갔을 것이다.
捐生以赴之, 幸而不死, 則必上告天子,
삶을 버리고 달려갔지만 다행히 죽지 않았다면 위로 천자께 알리고
下告方伯, 請討以復讐,
아래로 관리들에게 말하여 토벌할 것을 청했지
不但已也.
다만 그만두지 않았을 것이다.
夫子而在, 則回何爲而不愛其死,
부자가 살아 있으니 안회가 어찌 죽음을 아끼지 않겠으며,
以犯匡人之鋒乎?”
광나라 사람의 칼끝을 범하겠는가.”
○ 공자가 광(匡)이란 곳에서 양호(陽虎)란 사람으로 오인되어 난처한 처지에 놓여 있을 때 일이다. 제자 안연(顔淵)이 일행보다 뒤처져 아무도 그의 생사를 알 수가 없었다. 마침내 안연이 합류하게 되자, 공자는 “네가 죽은 줄만 알았다[吾以汝爲死]”고 했다. 그러자 안연은 위와 같이 대답했다. 안연은 공자가 해를 모면하고 피신해 계시리라 확신했고, 어떻게든 선생님을 모시려고 했던 것이다. ‘논어’ ‘선진(先進)’편에 나오는 이 일화를 통해 안연이 공자를 얼마나 신뢰하고 경애했는지 잘 알 수가 있다.
자(子)는 선생님이니, 공자를 가리킨다. 재(在)는 존재한다, 살아 있다는 뜻이다. 신성한 기구를 표시하는 재(才)와 사(士)로 이루어져 점유와 지배의 뜻을 나타낸 글자인데 존재동사로 쓰인다. 회(回)는 안연의 이름으로 1인칭 대용이다. 하감(何敢)은 어찌 감히 ∼하겠는가라고 반문하는 어법이다. 하감사(何敢死)는 반문의 어법을 빌려 가볍게 죽을 수 없다는 뜻을 나타냈다.
고려 말의 이색(李穡)은 안연의 이 말에 공자가 평소의 삶이 신명(神明)의 뜻과 부합하므로 기도를 일삼을 필요가 없다고 했던 것과 같은 뜻이 들어 있다고 보았다. ‘술이(述而)’편에 나왔듯이, 공자가 위독하자 자로(子路)는 산천에 제사지내려고 했지만 공자는 “내가 기도해 온 것이 오래되었다[丘之禱久矣].”고 말하면서 거부했다. 이색은 ‘독야(獨夜)’ 제7수에서 “심지무소도 척약도조모(深知無所禱 惕若度朝暮)”라고 했다. “목숨을 빌 데가 달리 없음을 잘 알기에 하루하루를 조심조심 지낸다”는 뜻이다.
옛날에는 아버지가 생존해 계시면 자식 된 사람은 가벼이 난(難)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고 여겼다. 정약용은 안연이 선생님을 아버지처럼 여겼기 때문에 자식의 도리를 다했다[回也視予猶父,故用子道也]고 풀이했다. 삶을 추동하는 힘은 정녕 누군가에 대한 신뢰와 경애의 마음에 있을 법하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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