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학년도 전공한문 1차 시험의 추억
내가 처음 임용시험을 봤던 2007학년도 전공한문 임용시험은 주관식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25문제 정도를 150분 안에 풀면 된다. 이 시험은 그 다음 해인 2008학년도 전공한문 임용시험까지 이어졌고 바뀌었다.
▲ 처음으로 봤던 임용. 경기도까지 올라와서 봤다.
2009학년도 바뀐 시험 체제와 나름의 선방
2009학년도 임용시험부턴 엄청난 변화가 찾아왔다. 기존에 2차 시험으로 진행되던 게 3차 시험체제로 바뀌었으며 그에 따라 12월 첫째 주에 진행되던 시험이 10월 넷째 주에 진행되도록 일정조차 빨라진 것이다.
바뀐 임용시험 체제와 그에 따른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각 과목별로 공청회가 활발하게 개최되었고 한문과에서도 그에 따른 결과를 발표되어 배포되기 시작했다. 바뀐 임용 체제에서 1차 전공 시험은 객관식으로 출제된 총 40문항을 120분 안에 푸는 것이다. 여기서 뽑는 인원의 2배수를 선별하여 2차 시험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2차 전공 시험은 논술식으로 출제된 4문제를 각각 2문제씩 2교시에 걸쳐 제시하고 한 교시 당 120분의 시간 동안에 풀도록 한다. 즉, 한 문제 당 1시간 정도의 시간을 배정했으니 제대로 된 한문 실력에 대한 역량 테스트라 보아야 맞을 것이다.
2009학년도 전공한문 시험은 경기도에 올라가서 봤다. 객관식으로 바뀐 첫 해의 시험이니만치 어떻게 문제가 출제될 것이며, 과연 내가 어느 정도까지 풀 수 있을지도 전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시험지를 펼쳐보니 생각보단 어렵지 않더라. 더욱이 객관식이니만치 주관식으로 무작정 써야만 할 때보다 조금 더 접근하기 쉽다는 인상도 받았다. 막상 시험이 끝나고 전주로 내려올 땐 ‘이번엔 왠지 기대해볼 만하겠는 걸’이란 생각까지도 들 정도로 시험이 끝났을 때 상쾌한 감정이 느껴졌다. 실제로 그땐 경기도에선 떨어진 성적이 나왔지만 전북에서라면 붙을 수 있을 정도의 점수가 나왔으니 상쾌했던 감정 자체가 근거가 없는 감정은 아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 임용시험 체제가 바뀐다. 체제가 바뀔 때 많은 변화가 따른다.
2010학년도 시험에 대한 희망과 열정
아깝게 떨어진 만큼 절망보단 희망이 보였다. 이대로만 공부할 수 있다면 분명히 좋은 결과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더욱이 2009년엔 나에게도 엄청난 도전이 따라온 해이기도 했다. 바로 국토종단을 목포에서 시작해서 강원도 고성까지 한 달 가까이 해서 잘 마친 것이다. 늘 하고 싶다고만 생각했던 여행을 교사도 되지 않은 마당에 용기를 내어 떠날 수 있었고 때론 외로움과 벗해가며, 때론 마냥 걸을 수 있다는 희열과 발걸음을 맞춰가며 우리나라를 사선으로 종단할 수 있었다. 이건 나에게 또 다른 용기를 줬다. 맘만 먹고 하지 못하던 일도 언제든 용기 내어 해보면 못할 게 없다는 깨달음을 줬고 막상 해보면 그렇게까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도 명확히 알게 해줬으니 말이다.
2008년에 본 시험을 통해 이대로만 쭉 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겠다는 희망을 느꼈고, 2009년에 했던 도보여행을 통해 포기하기엔, 나 자신을 한계 짓기엔 내 안에 저력이 있다는 열정을 느꼈다. 바로 이런 희망과 열정을 안고 2010학년도 임용시험은 전주에서 보게 됐다.
아침에 마티즈를 끌고 서곡중학교에 도착했다. 지금껏 경기도에서 두 번, 광주에서 한 번 시험을 보며 시험 전 날부터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던 데 반해, 이땐 시험일에 마티즈를 끌고 서곡중학교에 가면 되니 여러모로 기분이 남다르더라. 간편하기도 했고 자는 문제랄지, 아침 컨디션 조절이랄지 하는 것들을 모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 이번엔 정말 좋은 결과가 나올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1년을 기다려온 임용시험이 결국 시작되었다.
▲ 국토종단과 임용시험의 결과는 2010학년도 시험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되었다.
2010학년도 시험과 10년 만에 다시 푸는 나의 자세
교육학은 원래 하던 대로 어렵지 않게 풀었다. 그리고 엄청난 기대를 하며 펼쳐든 전공 한문 시험지, 그 시험지를 보기 전에 맘을 가다듬었다. ‘올핸 더 충실히 이 시간을 보내보자’
하지만 시험지를 펼쳐들고 쭉 40문제를 훑어보는데 세상에 이럴 수가 있을까? 내가 풀 수 있는 문제가 거의 없었으니 말이다. 마치 한 번도 임용시험 공부를 하지 않은 사람마냥 1번부터 차례차례 보았지만 무엇 하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제는 없었다. 시험시간으로 주어진 2시간 동안 난 끙끙 앓으며 답을 써나가고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문제를 풀어가면 풀어갈수록 한숨만 짙어져 갔다. ‘겨우 이런 꼴을 보려고 그렇게 기대를 했고 희망을 가졌더란 말인가’라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
그래서 그날 시험이 끝나자마자 헛헛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어 타고 왔던 마티즈를 무작정 타고 모악산으로 향했었다. 무겁게 짓눌린 마음, 차갑게 식어버린 희망 따윌 직면할 맘가짐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날 모악산은 한치 앞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안개가 짙게 깔려 있었고 그 길을 터벅터벅 올라가고 있으니, 모악산의 안개 짙은 모습이 마치 지금의 내 마음이자 나의 미래인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처럼 2010학년도 임용시험 문제는 나에게 씻을 수 없는 내상을 입혔고 나 또한 그 어느 때에도 느껴본 적 없는 깊은 절망을 느껴야만 했다.
그렇게 잊혀졌던, 그리고 언제든 잊고 싶었던 시험 문제를 올해 공부를 하며 다시 꺼내들게 되었다. 2010년에도 임용시험 공부를 했지만 그땐 나에게 낭패감을 안겨줬던 그 문제를 다시 보기는 싫었었고, 작년부터 다시 임용시험을 준비하면서는 기본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당이라, 그리고 2014학년도부터 임용체제가 다시 바뀌었기 때문에 객관식 시험문제는 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러다 올해 초반부터 기출문제를 다시 공부하게 되면서 여러 상황으로 보지 못했던, 아니 보기 싫었던 2010학년도 문제를 마침내 보게 된 것이다.
다시 이렇게 직면하여 보게 되니 그 당시에 느꼈던 아련한 감정들이 마치 어제 있었던 일인 양 스멀스멀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10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그때와는 달리 지금은 ‘한문에 대해 모르는 게 당연하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시 보며 하나하나 푸는 일이 힘겹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지금은 이렇게 모르는 것을 알아가고, 또 정리해갈 수 있다는 게 즐겁게만 느껴졌다.
▲ 이때 탔던 모악산은 정말 이런 분위기였다.
모르니 보고, 알고 싶기에 본다
9월 24일부터 시작됐던 2010학년도 전공한문 1차 시험 풀이는 10월 3일인 어제서야 끝이 났다. 내가 넘지 못했던, 아니 다신 보지 않으려 했던 문제를 이렇게 막고 품으며 풀이를 적고 내용을 정리하고 나니 묵은 과제를 해결하기라도 한 듯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더라.
그러고 보면 예전엔 내가 실패했던 과거에 대해 원망만 하며 넘겨버리려 했던 데 반해 지금은 그런 과거들을 그대로 인정하고 나의 자양분으로 삼고 싶은 마음이 보인다. 그 또한 내가 살아왔던 나의 역사일 테니 말이다. 그리고 이런 관점은 한문임용을 준비하는 지금의 모습에도 그대로 반영이 되어 있다. 여전히 난 한문에 대해 많은 것들을 모른다고 생각하며 그게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저 지금은 모르기 때문에 알고 싶고, 알고 싶기 때문에 하나하나 보고 싶을 뿐이다. ‘보다보면 조금이라도 알게 될까? 그렇게 열심히 봤는데도 모르겠으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이 살짝 들기도 하지만, 욕심은 내지 않으려 한다. 그저 현실의 나를 받아들이고 이 상태에서 하고 싶은 것을 하고, 해나가야 하는 것을 해나가면 그뿐이니 말이다.
한문 임용공부를 맘껏 할 수 있는 이 순간을 축복이라 여기며, 또 이렇게 과거의 이야기들을 이젠 편안하게 풀어갈 수 있는 지금을 행운이라 여기며 오늘도 난 한문공부의 매력에 빠져 이 길에 나의 발자취를 남기며 걸어가고 있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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