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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2016 개학 스키여행 - 2. 겨울방학에 받은 두 번째 과제, 우물 안 개구리 본문

연재/여행 속에 답이 있다

2016 개학 스키여행 - 2. 겨울방학에 받은 두 번째 과제, 우물 안 개구리

건방진방랑자 2019. 12. 19.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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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겨울방학에 받은 두 번째 과제, 우물 안 개구리

 

한 때는 공교육 교사를 꿈꾸다가 그게 좌절되자, 출판사 편집자가 되기 위해 준비했었다. 그러다 운 좋게 대안학교인 단재학교에 교사로 오게 되면서 다시 교육자의 꿈을 꿀 수 있게 된 것이다.

 

 

학교에 들어와서 있으니 여러 교사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공교육 교사들이 던진 숙제

 

군자는 그 자리에 처하여 그 자리에 합당한 행동에 최선을 다할 뿐, 그 자리를 벗어난 환상적 그 무엇에 욕심내지 않는다(君子 素其位而行 不願乎其外). 중용14라는 인용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떤 자리에 있느냐에 따라 자신의 생각도 달라지고 고정된다. 지금은 교사이기에 교육에 대해, 배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교사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게 자연스럽다.

섬쌤은 민들레 모임 때 얼핏 보기만 했을 뿐 얘기해본 적은 없다. 그런데 작년 8월에 눈덩이 프로젝트를 제안해서 알게 되었고 모임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며 좀 더 친해졌다. 그러고 나서 이번 겨울방학에 다시 한 번 모임을 제안하여 섬쌤을 포함한 초등학교 교사 3명과 만나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당연히 이 날의 주제는 교육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도 어느덧 단재학교에서 근무한 지 4년이 흘러 5년 차에 접어드는 만큼, 교육에 대해, 배움에 대해 어느 정도 강냉이를 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3명의 교사들이 나누는 대화를 들으며 나의 생각은 한 여름의 아이스크림처럼 순식간에 녹아내리고 말았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좁은 물에서 지내오며 경험한 것들이 일반화될 수 있는 양 착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의 좁음은 말의 빈곤을, 말의 빈곤은 행동의 부자연스러움으로 이어졌다.

지금까지 단재학교에 지낸 시간은 자부심으로 자리 잡았고 그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그러니 지금이 가장 만족스러워라고 스스로 생각하며 더 이상 다른 생각을 하지 않게 된 것이다. 현실에 만족을 느끼는 걸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좁은 물에 살면서 그걸 인지하지 못하고 나만의 완고한 틀을 만들고 있다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실상 현장에 오래 있으면 있을수록, 여러 가지를 배우면 배울수록 혼란이 사라지거나 앎이 체계화되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더 많은 사례에 혼란스러워지고, ‘내가 아는 건 거의 없구나라는 체념으로 앎은 더욱 희미해질 뿐이다. 그런 상황에 이르러선 자민쌤의 말처럼 어떤 게 옳은지,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어요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된다. 이것이 이번 방학에 새롭게 받은 두 번째 숙제다.

 

 

  교사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나야말로 다시 한번 나를 생각하게 되었다. 썰을 풀러 왔다가 숙제만 받아 간다.

 

 

 

2016년은 지적폐활량을 키우는 해

 

그런 두 번의 삐딱선을 타며 혼란스러움과 답답함을 안은 채 2016학년도 1학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이쯤 되면 어떤 분들은 교사가 그렇게 중심을 잡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하면서 어떻게 아이들 앞에 서겠어요라고 불안해할 것이다. 나도 예전엔 앞에 선 사람이 중심을 잘 잡지 못하면 따르는 사람들에게 안 좋은 영향만 끼친다고 생각했으니, 그런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교사의 행동과 말투, 그리고 정신 상태는 이제 커 가고 있는 아이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치게 될 테니 말이다. 그렇기에 교사는 우람한 나무처럼 확신이란 땅에 뿌리 내리고 꼿꼿하게 서서 아이들에게 어떤 확고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교사도 한 명의 사람이고, 늘 흔들리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애써 멀쩡한 척’, ‘확고한 척할 필요는 없다. 그것이야말로 거짓을 보여주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 흔들리면 흔들리는 대로, 혼란스러우면 혼란스러운 대로, 불안하면 불안한 대로 그걸 그대로 간직할 필요도 있다. 그 속에서 어떻게 생각이 정리되어 가는지, 어떻게 다시 기초를 쌓아 가는지를 보여주면 된다. 동섭쌤은 이유를 알 수 없는 것에 둘러싸여서 초초함과 불만과 위화감으로 숨이 막히면 그 사태를 벗어나기 위하여 자신이 처한 상황을 알기 쉬운 논리로 감싸버리려고 한다.”라고 조급하게 혼란을 정리하고, 불안을 해소하는 행위를 지적하며, “곤란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는 곧바로 결론을 내리지 말고, 문제가 자신 안에서 입체적으로 보일 때까지 계속 몰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얘기하고 있다. 이를 동섭쌤은 지적폐활량이라 표현했는데,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도 지적폐활량을 키워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2016년 한 해는 지적폐활량을 키워가는 해로 정했다. 이게 그저 빈 구호처럼 선언하는 것에만 그칠지, 아니면 어떤 식으로든 지적폐활량을 키워 이해의 폭을 넓히게 될 것인지는 몇 년이 지나봐야 알 것이다.

개학여행기를 쓴다고 하면서 이상한 소리만 했다. 하지만 나의 상황을 말하지 않고 그냥 여행기만 쓰면 너무 사실 위주의 글이 될 것만 같아(몇 시에 일어나 밥을 먹고, 몇 시에 스키 타고, 몇 시에 잠을 잤다는 식의),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그러니 지금부턴 혼란스러운 건빵이 단재 친구들과 떠난 개학여행에서 어떻게 지적폐활량을 키워가고 있는지, 순간순간에 무엇을 느끼고 보았는지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이제 본격적으로 2박 3일간의 개학여행기 시작.

 

 

인용

목차

사진

1. 겨울방학에 받은 첫 번째 과제, 날 멸망시킬 태풍

2. 겨울방학에 받은 두 번째 과제, 우물 안 개구리

3. 개학여행 그리고 자나 깨나 동파조심

4. 한파가 찾아온 날 떠나는 스키여행

5. 장갑사건과 스키복장에 관해

6. 도전엔 늘 불안이 따른다

7. 몸이란 타자와 소통하기

8. 처음 보드를 타며 速成의 문제점을 간파하다

9. 4년 만에 다시 시작된 교사 없는 학교

10. 치열한 토론의 순간, 우린 이 순간을 살아내고 있다

11. 두 번째로 보드를 타는 이의 각오

12. 두 번째 보드 도전기

13. 민석이의 도전

14. 현세의 도전

15. 그래 우리 한 걸음씩만 나가보자

16. 여행이 끝나갈 땐 늘 아쉽다

17. 흔들리되 방향성이 있는 사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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