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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생각의 집, 나를 어디서 찾을까? - 5. 아홉은 죽어나가는 과거시험 본문

책/한문(漢文)

생각의 집, 나를 어디서 찾을까? - 5. 아홉은 죽어나가는 과거시험

건방진방랑자 2020. 4. 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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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아홉은 죽어나가는 과거시험

 

 

다시 연암으로 돌아가서, 과거에 합격한 이웃 사람에게 보낸 축하 편지 한통을 읽어 보자. 과거 시험에 대한 연암의 평소 생각이 잘 드러나 있다. 제목은 하북린과賀北隣科이다.

 

 

무릇 요행을 말할 때는 만에 하나라고들 하지요. 어제 과거에 응시한 사람은 수만 명도 더 되는데, 이름이 불리운 사람은 겨우 스무명 뿐이니 참으로 만분의 일이라 할 만합니다. 문에 들어설 때에는 서로 짓밟느라 죽고 다치는 자를 헤일 수도 없고, 형과 아우가 서로를 불러대며 찾아 헤매다가 서로 손을 잡게 되면 마치 다시 살아온 사람을 만난 듯이 하니, 그 죽어 나간 것이 열에 아홉이라고 할 만합니다. 이제 그대는 능히 열에 아홉의 죽음을 면하고 만에 하나의 이름을 얻었구려. 나는 무리 가운데에서 만분의 일에 영예롭게 뽑힌 것을 축하하지 않고, 다시는 열에 아홉이 죽는 위태로운 판에 들어가지 않게 된 것만 가만히 경사롭게 여깁니다. 즉시 몸소 축하해야 마땅하겠으나, 나 또한 열에 아홉의 나머지인지라, 바야흐로 드러누워 끙끙 앓으면서 용태가 조금 나아지기를 기다리고 있다오.

凡言僥倖, 謂之萬一. 昨日擧人, 不下數萬, 而唱名纔二十. 則可謂萬分之一. 入門時, 相蹂躪, 死傷無數, 兄弟相呼喚搜索, 及相得握手, 如逢再生之人. 其去死也, 可謂十分之九. 今足下能免十九之死, 而乃得萬一之名. 僕於衆中, 未及賀萬分之一榮擢, 而暗慶其不復入十分九之危場也. 宜卽躬賀, 而僕亦十分九之餘也, 見方委臥呻楚, 容候少閒.

과거에 급제했다고 이웃에서 한바탕 잔치가 벌어졌던 모양이다. 모두冒頭에서 과거급제는 요행수일 뿐이라고 말을 걸쳐 놓고, 이른바 국가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선발한다는 과거시험, 열이 들어가면 아홉이 죽어나오는 그 시험에 급제한 것에 대해서는 조금도 축하하고 싶은 맘이 없고, 이제 다시는 그 난장판에 끼지 않아도 되게 된 것만을 축하한다고 했다.

본문 중에 열에 아홉이 죽어 나간다는 이야기에서 우리는 퍼뜩 앞서 염재기念齋記에서 무슨 말인지 종잡을 수 없던, 점장이가 아홉을 잃고 하나만 남았으니 좋은 징조라고 하던 점괘 풀이를 환기하게 된다. 정작은 연암 자신도 그 시험장에서 만신창이가 되어 여태도 앓아 드러누워 있노라고 했다.

그가 보기에 당시 조선의 사회는 썩어 문드러질 대로 문드러져 제 정신을 지닌 지식인이라면 아예 미쳐 버리거나 끙끙 앓아 드러누울 수밖에 없는 구제불능의 상태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인용

목차

작가 이력 및 작품

1. 송욱이 송욱을 찾아다니다

2. 자신의 과거시험지를 자신이 채점하다

3. 송욱처럼 완전히 미치길

4. 전후의 안쓰러운 내면풍경

5. 아홉은 죽어나가는 과거시험

6. 연암이 과거시험을 절망스럽게 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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