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곽개사의 연회 잔치
김시습(金時習)
有一人, 自稱郭介士. 擧足橫行. 進而告曰: “僕巖中隱士, 沙穴幽人, 八月風淸, 輸芒東海之濱, 九天雲散,含光南井之傍. 中黃外圓, 被堅執銳. 常支解以入鼎, 縱摩頂而利人. 滋味風流, 可解壯士之顔, 形摸郭索, 終貽婦人之笑. 趙倫雖惡於水中, 錢昆常思於外郡. 死入畢吏部之手, 神依韓晉公之筆. 且逢場而作戱, 宜弄脚以周旋.”
卽於席前, 負甲執戈, 噴沫瞪視, 回瞳搖肢, 蹣跚趨蹌, 進前退後, 作八風之舞. 其類數十, 折旋俯伏, 一時中節, 乃作歌曰:
“依江海以穴處兮 吐氣宇與虎爭 身九尺而入貢 類十種而多名 喜神王之嘉會 羌頓足而橫行 愛淵潛以獨處 驚江浦之燈光 匪酬恩而泣珠 非報仇而橫槍 嗟濠梁之巨族 笑我謂我無腸 然可比於君子 德充腹而內黃 美在中而暢四肢兮 螯流玉而凝香 羌今夕兮何夕 赴瑤池之霞觴 神矯首而載歌 賓旣醉而彷徨 黃金殿兮白玉牀 弄君山三管之奇聲 飽仙府九盌之神漿 山鬼趠兮翶翔 水族跳兮騰驤 山有榛兮濕有笭 懷美人兮不能忘”
於是, 左旋右折, 殿後奔前, 滿座皆輾轉失笑. 戱畢,
해석
有一人, 自稱郭介士.
그러자 한 사람이 나타났는데, 자칭 곽개사(郭介士)라고 했다.
擧足橫行. 進而告曰:
발을 들어 옆으로 걸으면서 나와 말했다.
“僕巖中隱士, 沙穴幽人,
“저는 바위 틈에 숨어사는 선비요. 모래 구멍에 사는 한가한 사람입니다.
八月風淸, 輸芒東海之濱,
팔월에 바람이 맑으면 동해 바닷가에 가서 벼 까끄라기를 실어 나르고,
九天雲散,含光南井之傍.
구월 하늘에 구름이 흩어지면 남정성(南井星)의 곁에서 빛을 머금기도 하였지요.
中黃外圓, 被堅執銳.
속은 누렇고 겉은 둥글며, 단단한 갑옷을 입고 날카로운 창을 가졌지요.
常支解以入鼎, 縱摩頂而利人.
늘 손발을 잘려서 솥에 들어갔으며, 비록 정수리를 갈리면서도 사람을 이롭게 하였습니다.
滋味風流, 可解壯士之顔,
맛과 풍류도 장사들의 얼굴을 기쁘게 하였으며,
形摸郭索, 終貽婦人之笑.
곽색(郭索)한 꼴로 부인들에게 웃음을 끼치기도 하였지요.
趙倫雖惡於水中,
조나라 왕윤은 물속에서 만나도 저를 미워하였지만,
錢昆常思於外郡.
전곤은 지방에 나가 있으면서도 저를 생각하였습니다.
死入畢吏部之手, 神依韓晉公之筆.
제가 죽어서는 필이부(畢吏部)의 손에 들어갔지만, 한진공의 붓에 의해서 초상이 이루어졌습니다.
且逢場而作戱, 宜弄脚以周旋.”
오늘 이러한 마당을 만나 놀게 되었으니, 마땅히 다리를 틀어 춤을 추어 보겠습니다.”
卽於席前, 負甲執戈, 噴沫瞪視,
곽개사는 곧 그 앞에서 갑옷을 입고 창을 잡아 쥐었으며, 침을 흘리고 눈을 부릅떴다.
回瞳搖肢, 蹣跚趨蹌,
눈동자를 돌리며 팔다리를 흔들더니,
進前退後, 作八風之舞.
재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뒤로 물러서며 팔풍무(八風舞)를 추었다.
其類數十, 折旋俯伏, 一時中節,
그와 같은 무리 몇십 명도 땅에 엎드려 고개를 숙이고 돌면서 절도 있게 춤을 추었다.
乃作歌曰: “依江海以穴處兮 吐氣宇與虎爭 身九尺而入貢 類十種而多名 喜神王之嘉會 羌頓足而橫行 愛淵潛以獨處 驚江浦之燈光 匪酬恩而泣珠 非報仇而橫槍 嗟濠梁之巨族 笑我謂我無腸 然可比於君子 德充腹而內黃 美在中而暢四肢兮 螯流玉而凝香 羌今夕兮何夕 赴瑤池之霞觴 神矯首而載歌 賓旣醉而彷徨 黃金殿兮白玉牀 弄君山三管之奇聲 飽仙府九盌之神漿 山鬼趠兮翶翔 水族跳兮騰驤 山有榛兮濕有笭 懷美人兮不能忘”
곽개사가 이내 노래를 지어 불렀다.
依江海以穴處兮 | 강과 바다에 몸을 붙여 구멍 속에 살지언정 |
吐氣宇與虎爭 | 기운을 토하면 범과도 다툰다네. |
身九尺而入貢 | 이 몸이 구척이니 나라님께도 진상하고 |
類十種而多名 | 겨레가 열 갈래니 이름도 많다네. |
喜神王之嘉會 | 거룩하신 용왕님의 기쁜 잔치에 참석하여 |
羌頓足而橫行 | 열 발을 구르면서 옆으로 걸어가네. |
愛淵潛以獨處 | 못 속에 깊이 잠겨 혼자 있기 좋아하고 |
驚江浦之燈光 | 강나루 등불에 놀라기도 했었지 |
匪酬恩而泣珠 | 은혜를 갚으려고 구슬 눈물을 흘렸던가? |
非報仇而橫槍 | 원수를 갚으려고 창을 뽑아 들었던가? |
嗟濠梁之巨族 | 호수 다리에 사는 거족들이야 |
笑我謂我無腸 | 무장공자(無腸公子)라 나를 비웃지만, |
然可比於君子 | 군자에게도 비할 만하니 |
德充腹而內黃 | 덕이 뱃속에 차서 내장에 누렇다네. |
美在中而暢四肢兮 | 속이 아름다워 온 사지에 통달하니 |
螯流玉而凝香 | 엄지발에 향이 맺혀 옥빛으로 통통해라. |
羌今夕兮何夕 | 오늘 저녁은 어떤 저녁이던가? |
赴瑤池之霞觴 | 요지(瑤池)잔치에 내가 왔네. |
神矯首而載歌 | 용왕께서 노래하시자 |
賓旣醉而彷徨 | 손님들 취해 술렁이네. |
黃金殿兮白玉牀 | 황금 궁전 백옥상에 |
弄君山三管之奇聲 | 술잔을 돌려 풍류 베푸니, 피리 소리는 군산을 울리고 |
飽仙府九盌之神漿 | 아홉 주발에는 신선의 술이 가득 찼네. |
山鬼趠兮翶翔 | 산귀신도 와서 더덩실 춤을 추고 |
水族跳兮騰驤 | 물고기들도 펄떡펄떡 뛰노네. |
山有榛兮濕有笭 | 산에는 개암나무 있고 진펄엔 씀바귀가 있으니 |
懷美人兮不能忘 | 그리운 우리 님을 잊을 수가 없어라. |
於是, 左旋右折,
이에 왼쪽으로 돌다가 오른쪽으로 꺾어지며
殿後奔前,
뒤로 물러났다가 앞으로 달려가기도 하니,
滿座皆輾轉失笑. 戱畢,
자리에 가득 모였던 사람들이 모두 몸을 비틀면서 웃음을 참지 못했다.
인용
1화: 용궁에 초대된 한생
2화: 한생, 글로 용왕의 맘에 들다
3화: 한생에게 상량문을 부탁하다
5화: 신나는 연회자리
6화: 곽개사의 연회 잔치
7화: 현 선생의 연회잔치
8화: 연회자리의 한시 한 마당1
9화: 연회자리의 한시 한 마당2
10화: 한생의 용궁구경
11화: 용궁의 기물들
12화: 집으로
논문: 금오신화의 문학사적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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