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현 선생의 연회잔치
김시습(金時習)
又有一人, 自稱玄先生. 曳尾延頸, 吐氣凝眸, 進而告曰: “僕蓍叢隱者, 蓮葉遊人. 洛水負文, 已旌夏禹之功, 淸江被網, 曾著元君之策. 縱刳腸以利人, 恐脫殼之難堪. 山節藻梲, 殼爲臧公之珍. 石腸玄甲, 胸吐壯士之氣. 盧敖踞我於海上, 毛寶放我於江中. 生爲嘉世之珍, 死作靈道之寶. 宜張口而呵呻, 聊以舒千年藏六之胸懷.”
卽於席前,吐氣裊裊如縷, 長百餘尺, 吸之則無迹. 或縮頸藏肢, 或引頸搖項. 俄而, 進蹈安徐, 作九功之舞, 獨進獨退, 乃作歌曰:
“依山澤以介處兮 愛呼吸而長生 生千歲而五聚 搖十尾而最靈 寧曳尾於泥途兮 不願藏乎廟堂 匪鍊丹而久視 非學道而靈長 遭聖明於千載 呈瑞應之昭彰 我爲水族之長兮 助連山與歸藏 負文字而有數兮 告吉凶而成策 然而多智有所危困 多能有所不及 未免剖心而灼背兮 侶魚蝦而屛迹 羌伸頸而擧踵兮 預高堂之燕席 賀飛龍之靈變 玩呑龜之筆力 酒旣進而樂作 羌歡娛兮無極 擊鼉鼓而吹鳳簫兮 舞潛虯於幽壑 集山澤之魑魅 聚江河之君長 若溫嶠之燃犀 慚禹鼎之罔象 相舞蹈於前庭 或謔笑而撫掌 日欲落兮風生 魚龍翔兮波滃泱 時不可兮驟得 心矯厲而慨慷”
曲終, 夷猶恍惚, 跳梁低昻. 莫辨其狀, 萬座嗢噱. 戱畢,
해석
又有一人, 自稱玄先生.
그의 춤이 끝나자 또 한 사람이 나섰는데, 자칭 현선생이라고 했다.
曳尾延頸, 吐氣凝眸,
꼬리를 끌며 목을 빼고 기운을 뽐내다가, 눈을 부릅뜨고
進而告曰:
앞으로 나와서 말했다.
“僕蓍叢隱者, 蓮葉遊人.
“저는 기초(蓍草) 그늘에 숨어 지내는 자요, 연잎에서 놀던 사람입니다.
洛水負文, 已旌夏禹之功,
낙수에서 등에다 글을 지고 나와 이미 하나라 우리 임금의 공로를 나타내었으며,
淸江被網, 曾著元君之策.
맑은 강물에서 그물에 잡혔지만 일찍이 송나라 원군(元君)의 계책을 이루어 주었습니다.
縱刳腸以利人, 恐脫殼之難堪.
비록 배를 갈라서 사람을 이롭게 해주기는 하였지만, 껍질 벗기는 것은 견뎌 내기가 어렵습니다.
山節藻梲, 殼爲臧公之珍.
두공에 산을 새기고 동자기둥에 마름을 그렸으니, 껍질은 노나라 장공이 소중히 여겼습니다.
石腸玄甲, 胸吐壯士之氣.
둘 같은 내장에다가 검은 갑옷까지 입었으니, 내 가슴에서는 장사의 기상을 토하였습니다.
盧敖踞我於海上, 毛寶放我於江中.
노오는 바다 위에서 나를 걸터앉았으며, 모보는 강 가운데서 나를 놓아주었습니다.
生爲嘉世之珍, 死作靈道之寶.
살아서는 세상을 기쁘게 하는 보배가 되고, 죽어서는 좋은 길을 예언하는 보물이 되었습니다.
宜張口而呵呻,
이제 입을 벌리고 노래를 불러
聊以舒千年藏六之胸懷.”
천년 장륙의 회포를 풀어 보렵니다.”
卽於席前,吐氣裊裊如縷, 長百餘尺,
현생이 그 앞에서 기운을 토하자 실오리처럼 나부껴 그 길이가 백여 척이나 되더니,
吸之則無迹.
이를 들어 마시자 자취도 없이 되었다.
或縮頸藏肢, 或引頸搖項.
그리고는 그 목을 움츠려서 사지 속에 감추기도 하고, 혹은 목을 길게 빼어 머리를 흔들기도 했다.
俄而, 進蹈安徐,
얼마 뒤에 앞으로 조용히 나아와
作九功之舞, 獨進獨退,
구공무를 추면서 혼자 나아갔다 물러났다 하더니,
乃作歌曰: “依山澤以介處兮 愛呼吸而長生 生千歲而五聚 搖十尾而最靈 寧曳尾於泥途兮 不願藏乎廟堂 匪鍊丹而久視 非學道而靈長 遭聖明於千載 呈瑞應之昭彰 我爲水族之長兮 助連山與歸藏 負文字而有數兮 告吉凶而成策 然而多智有所危困 多能有所不及 未免剖心而灼背兮 侶魚蝦而屛迹 羌伸頸而擧踵兮 預高堂之燕席 賀飛龍之靈變 玩呑龜之筆力 酒旣進而樂作 羌歡娛兮無極 擊鼉鼓而吹鳳簫兮 舞潛虯於幽壑 集山澤之魑魅 聚江河之君長 若溫嶠之燃犀 慚禹鼎之罔象 相舞蹈於前庭 或謔笑而撫掌 日欲落兮風生 魚龍翔兮波滃泱 時不可兮驟得 心矯厲而慨慷”
이내 노래를 지어 불렀다. 그 가사는 다음과 같다.
依山澤以介處兮 | 산 속 연못에 의지하여 나 홀로 지내며 |
愛呼吸而長生 | 호흡만으로 오래도록 살고 있네. |
生千歲而五聚 | 천년을 살면서 오색을 갖추고 |
搖十尾而最靈 | 열 꼬리를 흔들며 가장 신령하였네. |
寧曳尾於泥途兮 | 내 차라리 진흙 속에서 꼬리를 끌지언정 |
不願藏乎廟堂 | 묘당(廟堂)에 간직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네. |
匪鍊丹而久視 | 단약(丹藥)이 아니라도 오래 살 수 있으며 |
非學道而靈長 | 도를 배우지 않아도 영과 통한다네. |
遭聖明於千載 | 천년 만에 성스런 님을 만나면 |
呈瑞應之昭彰 | 상서로운 징조들이 빛나게 나타나며, |
我爲水族之長兮 | 내 수족(水族)의 어른이 된지라 |
助連山與歸藏 | 연산(連山) 귀장(歸藏)의 이치를 연구하였네. |
負文字而有數兮 | 문자를 지고 나오니 숫자가 있었으며 |
告吉凶而成策 | 길흉을 알려 주어 계책을 이루게 하였네. |
然而多智有所危困 | 지혜가 많다 하여도 곤액은 어쩔 수 없고 |
多能有所不及 | 능력이 많아도 못 미칠 일이 있었네. |
未免剖心而灼背兮 | 가슴을 쪼개고 등을 지지는 것 면치 못하여 |
侶魚蝦而屛迹 | 물고기와 벗삼아 자취를 감추고서, |
羌伸頸而擧踵兮 | 목을 빼고 발을 들어 |
預高堂之燕席 | 높은 잔치 자리에 끼여들었네. |
賀飛龍之靈變 | 용왕님의 조화를 축하하려고 |
玩呑龜之筆力 | 힘차게도 붓을 뽑아 들자, |
酒旣進而樂作 | 술 권하고 풍악을 베풀어 |
羌歡娛兮無極 | 즐거움 끝이 없어라. |
擊鼉鼓而吹鳳簫兮 | 북을 치고 퉁소를 부니 |
舞潛虯於幽壑 | 골짜기에 숨은 규룡이 춤을 추네. |
集山澤之魑魅 | 산도깨비들 모여들고 |
聚江河之君長 | 물귀신들도 모여드네. |
若溫嶠之燃犀 | 온교(溫嶠)처럼 무소뿔을 태우고 |
慚禹鼎之罔象 | 우임금의 솥으로 부끄럽게 하였네. |
相舞蹈於前庭 | 앞뜰에서 서로 만나 춤추고 뛰어 놀며 |
或謔笑而撫掌 | 껄껄 웃기도 하고 손뼉도 치네. |
日欲落兮風生 | 해 저물자 바람이 일어 |
魚龍翔兮波滃泱 | 물고기들 뛰놀고 물결 일렁이는데, |
時不可兮驟得 | 좋은 때를 늘 얻을 수 없어 |
心矯厲而慨慷 | 내 마음이 자못 슬퍼라. |
曲終, 夷猶恍惚, 跳梁低昻.
노래는 끝났지만 그래도 황홀하여 발을 올렸다 내렸다 하며 춤을 추었다.
莫辨其狀, 萬座嗢噱.
그 몸짓을 형용할 수가 없어, 자리에 가득하였던 사람들이 웃음을 참지 못했다.
戱畢,
한바탕 장기자랑이 끝났다.
인용
1화: 용궁에 초대된 한생
2화: 한생, 글로 용왕의 맘에 들다
3화: 한생에게 상량문을 부탁하다
5화: 신나는 연회자리
6화: 곽개사의 연회 잔치
7화: 현 선생의 연회잔치
8화: 연회자리의 한시 한 마당1
9화: 연회자리의 한시 한 마당2
10화: 한생의 용궁구경
11화: 용궁의 기물들
12화: 집으로
논문: 금오신화의 문학사적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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