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용궁에 초대된 한생
김시습(金時習)
松都有天磨山. 其山高揷而峭秀, 故曰天磨山. 中有龍湫, 名曰瓢淵. 窄而深, 不知其幾丈. 溢而爲瀑, 可百餘丈. 景槪淸麗, 遊僧過客, 必於此而觀覽焉.
夙著異靈, 載諸傳記, 國家歲時, 以牲牢祀之.
前朝有韓生者, 少而能文, 著於朝廷, 以文士稱之. 嘗於所居室, 日晩宴坐, 忽有靑衫㡤頭郞官二人, 從空而下.
俯伏於庭曰: “瓢淵神龍奉邀.” 生愕然變色曰: “神人路隔, 安能相及? 且水府汗漫, 波浪相囓, 安可利往?” 二人曰: “有駿足在門, 願勿辭也.”
遂鞠躬挽袂出門, 果有驄馬. 金鞍玉勒, 蓋黃羅帕, 而有翼者也. 從者皆紅巾抹額, 而錦袴者十餘人. 扶生上馬, 幢蓋前導, 妓樂後隨, 二人執笏從之. 其馬緣空而飛, 但見足下煙雲苒惹, 不見地之在下也.
해석
松都有天磨山. 其山高揷而峭秀,
개성에 천마산이 있는데, 그 산이 공중에 높이 솟아 가파르므로
故曰天磨山.
‘천마산(天磨山)’이라 불렸다.
中有龍湫, 名曰瓢淵.
그 산 가운데 용추(龍湫)가 있으니 그 이름은 박연(朴淵)이다.
窄而深, 不知其幾丈.
그 못은 좁으면서도 깊어서 몇 길이나 되는지 알 수가 없었다.
溢而爲瀑, 可百餘丈.
물이 넘쳐서 폭포가 되었는데, 그 높이가 백여 길은 되어 보였다.
景槪淸麗, 遊僧過客, 必於此而觀覽焉.
경치가 맑고도 아름다워서 놀러 다니는 스님이나 나그네들이 반드시 이곳을 구경했다.
夙著異靈, 載諸傳記,
옛날부터 이곳에 용신이 살고 있다는 전설이 전기에 실려 있어서,
國家歲時, 以牲牢祀之.
나라에서 세시가 되면 커다란 소를 잡아 용신에게 제사지내게 했다.
前朝有韓生者, 少而能文,
고려 때에 한생(韓生)이 살고 있었는데, 젊어서부터 글을 잘 지어
著於朝廷, 以文士稱之.
조정에까지 알려지고 문사(文士)로 평판이 있었다.
嘗於所居室, 日晩宴坐,
하루는 한생이 거실에서 해가 저물 무렵에 편안히 앉아 있었는데,
忽有靑衫㡤頭郞官二人, 從空而下.
홀연히 푸른 저고리를 입고 복두(幞頭)를 쓴 낭관(郎官) 두 사람이 공중으로부터 내려왔다.
俯伏於庭曰: “瓢淵神龍奉邀.”
그들이 뜨락에 엎드려 말했다. “박연에 계신 용왕님께서 모셔오라고 하셨습니다.”
生愕然變色曰:
한생이 깜짝 놀라 얼굴빛이 변하면서 말했다.
“神人路隔, 安能相及?
“신과 인간 사이에는 길이 막혀 있는데, 어찌 서로 통할 수 있겠소?
且水府汗漫, 波浪相囓, 安可利往?”
더군다나 물의 관청은 길이 아득하고 물결이 사나우니, 어찌 갈 수가 있겠소?”
二人曰: “有駿足在門, 願勿辭也.”
두 사람이 말했다. “준마를 문 앞에다 대기시켰으니, 사양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遂鞠躬挽袂出門, 果有驄馬.
그들이 몸을 굽혀 한생의 소매를 잡고 문 밖으로 나서자, 말 한 마리가 있었다.
金鞍玉勒, 蓋黃羅帕, 而有翼者也.
금안장 옥굴레에 누런 비단으로 배띠를 둘렀으며, 날개가 돋쳐 있었다.
從者皆紅巾抹額, 而錦袴者十餘人.
종자들은 모두 붉은 수건으로 이마를 싸매고 비단 바지를 입었는데, 열댓 명이나 되었다.
扶生上馬, 幢蓋前導,
종자들이 한생을 부축하여 말 위에 태우자, 일산을 든 사람이 앞에서 인도하고
妓樂後隨, 二人執笏從之.
기생과 악공들이 뒤를 따라 그 두 사람도 홀(笏)을 잡고 따라왔다.
其馬緣空而飛,
그 말이 공중으로 올라가 날아가자,
但見足下煙雲苒惹, 不見地之在下也.
다만 발아래에는 구름이 뭉게뭉게 이는 것만 보여 땅 아래 있는 것은 보이지 않았다.
인용
1화: 용궁에 초대된 한생
2화: 한생, 글로 용왕의 맘에 들다
3화: 한생에게 상량문을 부탁하다
5화: 신나는 연회자리
6화: 곽개사의 연회 잔치
7화: 현 선생의 연회잔치
8화: 연회자리의 한시 한 마당1
9화: 연회자리의 한시 한 마당2
10화: 한생의 용궁구경
11화: 용궁의 기물들
12화: 집으로
논문: 금오신화의 문학사적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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