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신나는 연회자리
김시습(金時習)
於是, 神王開潤筆宴. 生跪曰: “尊神畢集, 不敢問諱.”
神王曰: “秀才陽人, 固不知矣. 一祖江神, 二洛河神, 三碧瀾神也. 余欲與秀才光伴, 故相邀爾.”
酒盡樂作, 有蛾眉十餘輩, 搖翠袖, 戴瓊花, 相進相退, 舞而歌碧潭之曲曰:
“碧潭兮汪汪 飛澗兮泱泱 接天上之銀潢 若有人兮波中央 振環珮兮琳琅 威炎赫兮煌煌 羌氣宇兮軒昻 擇吉日兮辰良 占鳳鳴之鏘鏘 有翼兮華堂 有祥兮靈長 招文士兮製短章 歌盛化兮擧脩梁 酌桂酒兮飛羽觴 輕燕回兮踏春陽 獸口噴兮瑞香 豕服沸兮瓊漿 擊魚鼓兮郞當 吹龍笛兮趨蹌 神儼然而在牀 仰至德兮不可忘”
舞竟, 復有總角十餘輩, 左執籥, 右執翿, 相旋相顧, 而歌回風之曲曰:
“若有人兮山之阿 披薛荔兮帶女蘿 日將暮兮淸波 生細紋兮如羅 風瓢瓢兮鬢鬖䯯 雲冉冉兮衣婆娑 周旋兮委蛇 巧笑兮相過 損余褋兮鳴渦 解余環兮寒沙 露浥兮庭莎 煙暝兮嶔峨 望遠峰之嵾嵯 若江上之靑螺 疏擊兮銅鑼 醉舞兮傞傞 有酒兮如泥 有肉兮如坡 賓旣醉兮顔酡 製新曲兮酣歌 或相扶兮相拖 或相拍兮相呵 擊玉壺兮飮無何 淸興闌兮哀情多”
舞竟, 神王喜抃.
洗爵捧觥, 致於生前. 自吹玉龍之笛, 歌水龍吟一闋, 以盡歡娛之情. 其詞曰:
“管絃聲裏傳觴 瑞麟口噴靑龍腦 橫吹片玉一聲 天上碧雲如掃 響激波濤 曲翻風月 景閑人老 悵光陰似箭 風流若夢 歡娛又生煩惱 西嶺綵嵐初散 喜東峰氷盤凝灝 擧杯爲問 靑天明月 幾看醜好 酒滿金罍 人頹玉峀 誰人推倒 爲佳賓 脫盡十載雲泥臺鬱 快登蒼昊”
歌竟, 顧謂左右曰: “此間伎戱, 不類人間, 爾等爲嘉賓呈之.”
해석
於是, 神王開潤筆宴. 生跪曰:
이에 용왕이 윤필연(潤筆宴)을 열자, 한생이 꿇어앉아서 말했다.
“尊神畢集, 不敢問諱.”
“존귀한 신들께서 모두 모이셨는데, 아직 높으신 이름을 묻지 못하였습니다.”
神王曰: “秀才陽人, 固不知矣.
용왕이 말했다. “선생은 양계(陽界)의 사람이라 응당 모를 것입니다.
一祖江神, 二洛河神, 三碧瀾神也.
첫째 분은 조강신이고 둘째 분은 낙하신이며 셋째 분은 벽란신입니다.
余欲與秀才光伴, 故相邀爾.”
우리가 선생과 함께 놀아 볼까 하여 초대한 것입니다.”
酒盡樂作, 有蛾眉十餘輩,
곧 술을 권하고 풍류를 시작하자, 미인 열댓 명이
搖翠袖, 戴瓊花,
푸른 소매를 흔들며 머리 위에 구술꽃을 꽂고 나왔다.
相進相退, 舞而歌碧潭之曲曰: “碧潭兮汪汪 飛澗兮泱泱 接天上之銀潢 若有人兮波中央 振環珮兮琳琅 威炎赫兮煌煌 羌氣宇兮軒昻 擇吉日兮辰良 占鳳鳴之鏘鏘 有翼兮華堂 有祥兮靈長 招文士兮製短章 歌盛化兮擧脩梁 酌桂酒兮飛羽觴 輕燕回兮踏春陽 獸口噴兮瑞香 豕服沸兮瓊漿 擊魚鼓兮郞當 吹龍笛兮趨蹌 神儼然而在牀 仰至德兮不可忘”
앞으로 나왔다가 뒤로 물러났다가 춤을 추면서 「벽담곡(碧潭曲)」 한 가락을 불렀는데, 그 가사는 이러했다.
碧潭兮汪汪 | 푸른 뫼는 창창하고 |
飛澗兮泱泱 | 푸른 못은 출렁거리네. |
接天上之銀潢 | 흩날리는 폭포수는 우렁차게 |
若有人兮波中央 | 하늘 위 은하수까지 닿았구나. |
振環珮兮琳琅 | 환패(環佩) 소리 쟁쟁하여라. |
威炎赫兮煌煌 | 그 위풍 빛나는 데다 |
羌氣宇兮軒昻 | 그 모습까지 뛰어나셔라. |
擇吉日兮辰良 | 좋은 시절 길한 날에 |
占鳳鳴之鏘鏘 | 봉황새까지 울음 우는데, |
有翼兮華堂 | 날아가는 듯이 좋은 집 지었으니 |
有祥兮靈長 | 상서롭고도 신령스러워라. |
招文士兮製短章 | 문사를 모셔다가 상량문을 지어서 |
歌盛化兮擧脩梁 | 높은 덕을 노래하며 대들보를 올리네. |
酌桂酒兮飛羽觴 | 향내 나는 술을 부어 술잔을 돌리고 |
輕燕回兮踏春陽 | 제비처럼 가볍게 봄볕을 밟으며 노니네. |
獸口噴兮瑞香 | 짐승 모양 향로에선 상서로운 향내를 뿜어내고 |
豕服沸兮瓊漿 | 돌솥에선 옥 미음이 끓고 있는데, |
擊魚鼓兮郞當 | 목어(木魚)를 둥둥 치고 |
吹龍笛兮趨蹌 | 용적 불며 행진하네. |
神儼然而在牀 | 높이 앉으신 신이여 |
仰至德兮不可忘 | 지극한 덕을 잊지 못하리라. |
舞竟, 復有總角十餘輩,
춤이 끝나자 다시 총각 열댓 명이
左執籥, 右執翿,
왼손에는 피리를 잡고 오른손에는 도를 들고
相旋相顧, 而歌回風之曲曰: “若有人兮山之阿 披薛荔兮帶女蘿 日將暮兮淸波 生細紋兮如羅 風瓢瓢兮鬢鬖䯯 雲冉冉兮衣婆娑 周旋兮委蛇 巧笑兮相過 損余褋兮鳴渦 解余環兮寒沙 露浥兮庭莎 煙暝兮嶔峨 望遠峰之嵾嵯 若江上之靑螺 疏擊兮銅鑼 醉舞兮傞傞 有酒兮如泥 有肉兮如坡 賓旣醉兮顔酡 製新曲兮酣歌 或相扶兮相拖 或相拍兮相呵 擊玉壺兮飮無何 淸興闌兮哀情多”
서로 돌아보면서 「회풍곡(回風曲)」 한 가락을 불렀다. 그 가사는 이렇다.
若有人兮山之阿 | 높은 언덕에 계신 님은 |
披薛荔兮帶女蘿 | 향초 덩굴로 옷 입으셨네. |
日將暮兮淸波 | 날 저물어 물결 일렁이니 |
生細紋兮如羅 | 가는 무늬 비단 같아라. |
風瓢瓢兮鬢鬖䯯 | 바람에 나부껴 귀밑털이 헝클어지고 |
雲冉冉兮衣婆娑 | 구름이 피어올라 옷자락 너울거리네. |
周旋兮委蛇 | 느긋하게 빙빙 돌다가 |
巧笑兮相過 | 예쁘게 웃으며 마주치네. |
損余褋兮鳴渦 | 내 입던 홑옷은 여울 위에 던져두고 |
解余環兮寒沙 | 내 찼던 가락지도 모래밭에 빼어 놓았네. |
露浥兮庭莎 | 금잔디에 이슬 젖고 |
煙暝兮嶔峨 | 높은 산에 내가 아득한데, |
望遠峰之嵾嵯 | 높고 낮은 자 봉우리 멀리서 바라보니 |
若江上之靑螺 | 마치 강물 위에 푸른 소라와 비슷해라. |
疏擊兮銅鑼 | 이따금 치는 징 소리에 |
醉舞兮傞傞 | 나풀거리며 취해 춤추네. |
有酒兮如泥 | 강물처럼 술이 많고 |
有肉兮如坡 | 언덕처럼 고기도 쌓였어라. |
賓旣醉兮顔酡 | 손님이 이미 취하셨으니 |
製新曲兮酣歌 | 새 노래를 불러 보세나. |
或相扶兮相拖 | 서로 잡고 서로 끌다가 |
或相拍兮相呵 | 서로 치며 껄껄 웃네. |
擊玉壺兮飮無何 | 옥술병을 두드리며 마음껏 마셨더니 |
淸興闌兮哀情多 | 맑은 흥취 다하면서 슬픈 마음이 절로 나네. |
舞竟, 神王喜抃.
춤이 끝나자 용왕이 기뻐했다.
洗爵捧觥, 致於生前.
술잔을 씻어 다시금 술을 붓고 한생에게 권했다.
自吹玉龍之笛, 歌水龍吟一闋,
스스로 옥으로 만든 용적을 불면서 「수용음(水龍吟)」 한 가락을 노래하여
以盡歡娛之情.
즐거운 흥취를 도왔다.
其詞曰: “管絃聲裏傳觴 瑞麟口噴靑龍腦 橫吹片玉一聲 天上碧雲如掃 響激波濤 曲翻風月 景閑人老 悵光陰似箭 風流若夢 歡娛又生煩惱 西嶺綵嵐初散 喜東峰氷盤凝灝 擧杯爲問 靑天明月 幾看醜好 酒滿金罍 人頹玉峀 誰人推倒 爲佳賓 脫盡十載雲泥臺鬱 快登蒼昊”
그 가사는 이러했다.
管絃聲裏傳觴 | 풍류소리 가운데 술잔을 돌리니 |
瑞麟口噴靑龍腦 | 기린 모양의 향로에선 용뇌 향기를 뿜어내네. |
橫吹片玉一聲 | 옥피리를 비껴 쥐고 한 소리 불자 |
天上碧雲如掃 | 하늘 위의 푸른 구름은 씻은 듯 사라졌네. |
響激波濤 | 소리가 물결치더니 |
曲翻風月 | 가락은 풍월로 바뀌었네. |
景閑人老 | 경치는 한가한 인생은 늙어 가니 |
悵光陰似箭 | 살같이 빠른 광음이 애달프기만 하여라. |
風流若夢 | 풍류도 꿈이려니 |
歡娛又生煩惱 | 기쁨이 다하면 시름만 생기네. |
西嶺綵嵐初散 | 서산이 끼인 내가 이제 막 흩어지자 |
喜東峰氷盤凝灝 | 동산에 둥근 달이 기쁘게도 찾아오네. |
擧杯爲問 | 술잔을 높이 들어 |
靑天明月 | 푸른 하늘의 달에게 물어 보세 |
幾看醜好 | 추한 모습 고운 모습을 몇 번이나 보아 왔던가. |
酒滿金罍 | 술잔에 술 가득한데 |
人頹玉峀 | 옥산이 무너졌으니 |
誰人推倒 | 그 누가 넘어뜨렸나 |
爲佳賓 | 아름다운 우리 님을, |
脫盡十載雲泥臺鬱 | 십 년이 다하도록 근심 걱정일랑 잊어버리고 |
快登蒼昊 | 푸른 하늘 높은 곳에 유쾌히 오르자. |
歌竟, 顧謂左右曰:
용왕이 노래를 마치고는 좌우를 둘러보면서 말했다.
“此間伎戱, 不類人間,
“우리나라의 놀음은 인간세상의 것과 같지 않으니,
爾等爲嘉賓呈之.”
그대들은 귀한 손님을 위하여 솜씨를 보이라.”
인용
1화: 용궁에 초대된 한생
2화: 한생, 글로 용왕의 맘에 들다
3화: 한생에게 상량문을 부탁하다
5화: 신나는 연회자리
6화: 곽개사의 연회 잔치
7화: 현 선생의 연회잔치
8화: 연회자리의 한시 한 마당1
9화: 연회자리의 한시 한 마당2
10화: 한생의 용궁구경
11화: 용궁의 기물들
12화: 집으로
논문: 금오신화의 문학사적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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