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한생의 용궁구경
김시습(金時習)
生拜謝, 進而告曰: “龍宮勝事, 已盡見之矣. 且宮室之廣, 疆域之壯, 可周覽不?” 神王曰: “可”.
生受命, 出戶盱衡, 但見綵雲繚繞, 不辨東西. 神王命吹雲者掃之. 有一人, 於殿庭, 蹙口一吹, 天宇晃朗, 無山石巖崖, 但見世界平闊, 如碁局, 可數十里. 瓊花琪樹, 列植其中, 布以金沙, 繚以金墉, 其廊廡庭除, 皆鋪碧琉璃塼, 光影相涵.
神王命二人, 指揮觀覽. 行到一樓, 名曰朝元之樓. 純是玻瓈所成, 飾以珠玉, 錯以金碧. 登之若凌虛焉. 其層十級. 生欲盡登, 使者曰: “神王以神力自登, 僕等亦不能盡覽矣.” 蓋上級, 與雲霄幷, 非塵凡可及, 生登七層而下.
해석
生拜謝, 進而告曰:
한생이 절하고 감사드린 뒤에 앞으로 나아가 용왕에게 아뢰었다.
“龍宮勝事, 已盡見之矣.
“용궁의 좋은 일들은 이미 다 보았습니다.
且宮室之廣, 疆域之壯, 可周覽不?”
그런데 웅장한 건물들과 넓은 강토도 둘러 볼 수가 있겠습니까?”
神王曰: “可”.
용왕이 말했다. “좋습니다.”
生受命, 出戶盱衡,
한생이 용왕의 허락을 받고 문 밖에 나와서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았는데,
但見綵雲繚繞, 不辨東西.
오색구름이 주위에 둘려 있는 것만 보여서 동서를 분별할 수가 없었다.
神王命吹雲者掃之.
용왕이 구름을 불어 없애는 자에게 명하여 구름을 쓸어버리게 하자,
有一人, 於殿庭, 蹙口一吹,
한 사람이 궁전 뜰에서 입을 오므리며 한 번에 불어 버렸다.
天宇晃朗, 無山石巖崖,
그러자 하늘이 환하게 밝아졌는데, 산과 바위 벼랑도 없고
但見世界平闊, 如碁局, 可數十里.
다만 넓은 세계가 바둑판처럼 보였는데 수십 리나 되었다.
瓊花琪樹, 列植其中, 布以金沙,
아름다운 꽃과 나무가 그 가운데 줄지어 심어져 있었고, 바닥에는 금모래가 깔려 있었다.
繚以金墉, 其廊廡庭除,
둘레는 금성으로 쌓아졌으며, 그 행랑과 뜰에는
皆鋪碧琉璃塼, 光影相涵.
모두 푸른 유리벽돌을 펴고 깔아서 빛과 그림자가 서로 비쳤다.
神王命二人, 指揮觀覽.
용왕이 두 사람에게 명하여 한생을 이끌고 구경시키도록 했다.
行到一樓, 名曰朝元之樓.
한 누각에 이르렀는데, 그 이름을 ‘조원지루(朝元之樓)’라고 했다.
純是玻瓈所成, 飾以珠玉,
이 누각은 순전히 유리로 이루어졌고 진주와 구슬로 장식하였으며,
錯以金碧.
황금색과 푸른색으로 아로새겨졌다.
登之若凌虛焉. 其層十級.
그 위에 오르자 마치 허공을 밟는 것 같았으며, 그 층이 열이나 되었다.
生欲盡登, 使者曰:
한생이 그 위층까지 다 올라가려고 하자 사자가 말했다.
“神王以神力自登,
“여기는 용왕께서 신력(神力)으로 혼자만 오르실 뿐이고,
僕等亦不能盡覽矣.”
저희들도 또한 다 둘러보지를 못하였습니다.”
蓋上級, 與雲霄幷,
이 누각의 위층이 구름 위에 솟아 있었으므로
非塵凡可及, 生登七層而下.
보통 사람이 올라 갈 수는 없어 한생이 칠층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인용
1화: 용궁에 초대된 한생
2화: 한생, 글로 용왕의 맘에 들다
3화: 한생에게 상량문을 부탁하다
5화: 신나는 연회자리
6화: 곽개사의 연회 잔치
7화: 현 선생의 연회잔치
8화: 연회자리의 한시 한 마당1
9화: 연회자리의 한시 한 마당2
10화: 한생의 용궁구경
11화: 용궁의 기물들
12화: 집으로
논문: 금오신화의 문학사적 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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