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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산책, 해체의 시학(詩學): 파격시의 세계 - 6. 김삿갓은 없다②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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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산책, 해체의 시학(詩學): 파격시의 세계 - 6. 김삿갓은 없다②

건방진방랑자 2021. 12. 7.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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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김삿갓은 없다

 

 

이응수에 의해 김삿갓의 시집이 처음 간행된 것은 그가 세상을 뜬지 근 70년 뒤인 1939년의 일이다. 이응수는 이곳저곳에서 구전되던 김삿갓의 시 183편을 모아 상재하였다. 대부분이 전문(傳聞)에 의한 기록이고 보면, 그 진위(眞僞)를 헤아려 따진다는 것은 애초에 무망한 일이다. ‘최불암 시리즈가 그렇고 덩달이 시리즈가 그렇듯이 극단적으로 말하면, 김삿갓의 시 또한 전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불특정 다수의 희작시들이 모두 그의 이름 아래 모인 것일 뿐이다. 김삿갓의 시로 알려진 다음 시를 보자.

 

是是非非非是是 옳은 것 옳다 하고 그른 것 그르다 함, 이것이 옳음 아니고
是非非是非非是 그른 것 옳다 하고 옳은 것 그르다 함, 옳지 않음 아닐세.
是非非是是非非 그른 것 옳다 하고 옳은 것 그르다 함, 이 그름이 아닐진대
是是非非是是非 옳은 것 옳다 하고 그른 것 그르다 함, 이것이 시비로구나.

 

김삿갓의 시시비비시(是是非非詩)는 이미 김시습(金時習)이 지은 것으로 홍만종(洪萬宗)소화시평에 소개되고 있다. 한마디로 시비(是非)에 대한 분별력을 상실한 개판의 세상을 향한 야유다. 뿐만 아니라 김시습은 아예 한수 더 떠서 이런 구절도 남겼다.

 

同異異同同異異 다른 것 같다 하고 같은 것 다르다 하니, 같고 다름이 다르고
異同同異異同同 같은 것 다르다 하고 다른 것 같다 하니, 다르고 같음이 같구나.

 

허후(許厚)도 그의 시비음(是非吟)에서 이렇게 노래한 바 있다.

 

是非眞是是還非 참 옳은 것 시비하면 옳음도 그름 되니
不必隨波强是非 물결 따라 억지로 시비할 것 아닐세.
却忘是非高着眼 시비를 문득 잊고 눈을 높이 두어야
方能是是又非非 옳은 것 옳다 하고 그른 것 그르다 할 수 있으리.

 

다 비슷한 발상에서 나온 말장난들이다. 또 김삿갓이 문전축객 하는 주인을 풍자해서 지었다는 인도인가(人到人家)에 다음 구절이 있다.

 

人到人家不待人 사람이 사람 집에 왔는데 사람 대접 않으니
主人人事難爲人 주인의 인사가 사람 되기 어렵도다.

 

매 구절마다 ()’ 자를 세 번씩 썼다. 말장난의 기미가 농후하다. 이 또한 조선 전기의 문인 기준(奇遵, 1492~1521)의 시와 유사한 느낌을 준다.

 

人外覓人人豈異 사람 밖에서 사람 찾으니 사람이 어찌 다를 것이며
世間求世難同世 세간에서 세상을 찾으니 세상을 같이하기 어렵겠네.

 

여기서는 인()과 세()를 각각 세 번씩 반복했다. 예전 시조에 말하기 좋다 하고 남의 말 하는 것이, 남의 말 내 하면 남도 내 말 하는 것이. 말로써 말이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 하던 말장난과 비슷하다.

 

 

 

 

 

 

인용

목차

한국한시사

1. 요로원(要路院)의 두 선비

2. 요로원(要路院)의 두 선비

3. 눈물이 석 줄

4. 눈물이 석 줄

5. 김삿갓은 없다

6. 김삿갓은 없다

7. 김삿갓은 없다

8. 슬픈 웃음, 해체(解體)의 시학(詩學)

9. 슬픈 웃음, 해체(解體)의 시학(詩學)

10. 슬픈 웃음, 해체(解體)의 시학(詩學)

11. 슬픈 웃음, 해체(解體)의 시학(詩學)

12. 한시(漢詩) 최후의 광경

13. 한시(漢詩) 최후의 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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