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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산책, 한시와 현대시, 같고도 다르게 - 8. 밤비와 아내 생각③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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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산책, 한시와 현대시, 같고도 다르게 - 8. 밤비와 아내 생각③

건방진방랑자 2021. 12. 8.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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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밤비와 아내 생각

 

 

황진이의 시가 나온 김에 덧붙인다. 윤석중의 동시 낮에 나온 반달3연은 이렇다.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은

해님이 빗다버린 면빗인가요

우리 누나 방아찧고 아픈 팔 쉴 때

흩은 머리 곱게 곱게 빗겨줬으면.

 

 

밤하늘에 뜬 달이 아닌 처연한 낮달이다. 누나가 저녁밥을 지어 주려고 힘들게 방아를 찧고 있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팔이 아파 잠시 방아 찧기를 멈추고 이마에 진 땀을 닦는데 귀밑머리가 헝클어졌다. 우리 예쁜 누나의 흩어진 머리카락을 저 하늘의 옥색 면빗으로 곱게 곱게 정성껏 빗어주고 싶다. 그 마음이 참 곱고 따뜻하다.

 

그런데 이것은 바로 황진이의 영반월(詠半月)에서 가져온 것이다.

 

誰斲崑山玉 裁成織女梳 그 누가 곤륜산 옥을 캐어다 직녀의 얼레빗을 만들었을꼬.
牽牛一去後 謾擲碧空虛 견우님 한 번 떠나 가신 뒤로는 속상해 허공에다 던진거라네.

 

곤륜산 황옥을 깎아 만든 얼레빗으로 직녀는 삼단 같은 머리채를 곱게 빗어 님 앞에 서곤 했다. 그 님이 떠나자 다시 거울 앞에 설 일이 없다. 오늘은 오실까 싶어 빗을 들고 거울 앞에 앉는다. 아득한 마음에 빗을 들어올리던 손에 맥이 탁 풀리면서 아차차 그 빗을 그만 허공에 놓치고 말았다. 직녀가 맥이 풀려 허공에 놓친 그 얼레빗이 지금도 반달로 걸려 있다는 말씀이다.

 

하늘에 걸린 반달을 천상의 존재가 쓰다 버린 빗으로 연상하여 시상을 풀었다. 상상력의 원천이 같다. 한시와 현대시는 이렇게도 만난다.

 

 

 

 

 

 

인용

목차

한국한시사

1. 동서양의 수법 차이

2. 한시와 모더니즘

3. 한시와 모더니즘

4. 지훈과 목월의 거리

5. 지훈과 목월의 거리

6. 밤비와 아내 생각

7. 밤비와 아내 생각

8. 밤비와 아내 생각

9. 낯선 마을의 가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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