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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정궁인굴씨 비파가(崇禎宮人屈氏 琵琶歌) - 3. 후대에 되살아난 굴씨의 악기 본문

한시놀이터/서사한시

숭정궁인굴씨 비파가(崇禎宮人屈氏 琵琶歌) - 3. 후대에 되살아난 굴씨의 악기

건방진방랑자 2021. 8. 2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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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후대에 되살아난 굴씨의 악기

 

弟子進春學新飜 제자 진춘이 새로운 악보와
幷擾禽獸傳糟粕 아울러 동물 길들이는 법의 어설픔[각주:1]을 배웠네.
而來二百年無聞 그러나 이백년 흘러 전해지지 않아
惆悵人琴兩冥漠 슬프구나. 사람과 비파 두 가지가 어둡고 막막함이.
逤邏檀槽蹙鳳紋 라사의 자단목의 좁아지는 곳엔 봉황무늬 잇고
金縷玉質光灼爍 금색 실에 옥빛 바탕이라 광택이 반짝반짝이네.
豈知屈氏琵琶尙人間 어찌 굴씨의 비파가 아직도 인간세상에 있다는 걸 알았으리오?
鵾絃鉄撥隨風蘀 곤으로 만든 비파줄과 연주하는 철발[각주:2]이 바람 따라 끊어져
宮商附木木不言 궁상의 음계 나무에 붙었지만 나무는 말이 없고
庸奴淘井事可愕 하찮은 종놈의 우물 뜨개가 되었으니 이 일 경악할 만하네.
姜君歎息爲重裝 강군은 탄식하며 거듭 고치니
翠鳳昂首靈龜旁礴 비취빛 봉황이 머리 들고 신령한 거북이 위대하여라.
神明頓還絃柱間 신명함이 갑자기 현과 기둥 사이로 돌아와서
是日池上蕤賓鐵自躍 이날 연못가 유빈 소리[각주:3]가 스스로 약동하네.
此器本自漢宮來 이 악기는 본래 한나라 궁궐로부터 왔는데
肯與兜離共唯諾 기꺼이 오랑캐의 음악[각주:4]과 함께 즐기네.
胸膝上抱相親 가슴과 무릎에 올리고 안아 서로 친했지만
美人黃土餘薌澤 미인은 흙으로 돌아갔지만 배인 향기는 남았네.
我傷哀樂在前中年 나는 슬픔과 즐거움에 속상한 중년의 나이에 있지만
况今憑吊心作惡 더군다나 이제 조문하는 마음에 의지하니 괴로운 마음까지 생기니 오죽할까.
姜君爲我轉軸抹四絃 강군이 나를 위해 굴대 옮겨가며 네 곡조 연주하니
匪凮下泉凄而廓 비애와 원한을 담은 노래 서글프고도 텅 빈 듯해서
宛見屈氏無言擁袂立 굴씨가 말없이 소매 안으며 서 있는 모습 분명히 보이고
精靈化下遼陽鶴 정령이 요양의 학[각주:5]으로 변화하여 고향에 내렸으리. 警修堂全藁冊九

 

 

 

 

인용

전문

작가 소개

해설

 

 
  1. 조박(糟粕): '술찌꺼기'라는 뜻으로, '고인(古人)이 남긴 글'을 가리킨다. 그래서 ① '고인의 진면(眞面)은 추구하지 않고 껍데기만 익히는 것'을 말하기도 하고, ② '학술ㆍ예술 따위 학문을 옛 사람이 다 밝혀내고 남은 찌꺼기'를 말하기도 한다. [본문으로]
  2. 곤현철발(鵾絃鐵撥): 곤계(鵾雞)의 힘줄로 만든 비파 줄로, 곤현(鵾弦)이라고도 한다. 곤계는 학(鶴) 비슷한 새의 이름이다. 철발(鐵撥)은 악기를 탄주하는 공구(工具)인데, 쇠로 만들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 시구는 『소동파시집』 권11 「고전두곡(古纏頭曲)」 첫머리에 나오는데, 당 현종(唐玄宗) 개원(開元) 연간에 이원(梨園)에서 낙공봉(駱供奉), 하회지(賀懷智), 뇌청(雷淸) 등이 곤계의 힘줄로 줄을 만들고 철발로 탄주했다는 왕십붕(王十朋)의 주석이 있다. [본문으로]
  3. 유빈철(蕤賓鐵): 고악(古樂)의 12율 가운데 제7율을 가리킨다. 철(鐵)은 아주 분명함을 강조하는 수식어다. [본문으로]
  4. 두리(兜離): 오랑캐의 음악 이름으로, 전아하지 못한 음악을 말한다. [본문으로]
  5. 요양학(遼陽鶴): 요동학(遼東鶴)과 같다. 요동사람 정영위(丁令衛)가 도술을 익혀 학이 되어 돌아왔다는 고사를 말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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