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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숭정궁인굴씨 비파가(崇禎宮人屈氏 琵琶歌) - 산문. 조선으로 들어온 비파 명인 굴씨의 파란만장한 삶을 남기게 된 사연 본문

한시놀이터/서사한시

숭정궁인굴씨 비파가(崇禎宮人屈氏 琵琶歌) - 산문. 조선으로 들어온 비파 명인 굴씨의 파란만장한 삶을 남기게 된 사연

건방진방랑자 2021. 8. 25.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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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 조선으로 들어온 비파 명인 굴씨의 파란만장한 삶을 남기게 된 사연

 

蘓州良家子, 幼選侍長秋殿, 崇禎末, 李自成陷京師, 氏逃匿民間, 自成, 氏爲淸九王所獲, 常置軍中. 昭顯世子質于瀋, 氏隷焉, 竟從至國, 屬萬壽殿, 事莊烈王妃.

氏善琵琶, 又能擾禽獸指使, 無不如意. 有弟子進春者幷傳法. 孝廟甞詢䯻制於, 今士大夫家䯻制自屈氏, 氏固多識也.

氏旣東來, 常泫然北望, 年七十餘將死, 語其人曰: “幸埋我西郊路.” 不忘首邱也. 肅廟命廣平氏主氏祀, 歲給祭需, 至今不絶. 氏亦明朝尙書應揚之後云.

余聞老梨園, 氏隨世子出, 居鄕校坊邸, 往往召梨園數輩, 隔簾授琵琶指法, 今尙有姜典樂私淑.

其甞所御琵琶, 紫檀槽, 文理盤蹙, 光鑒毛髮. 後人不知其樂器, 用爲陶井之具, 甚至屈辱廠中. 姜若山偶得於天潢故家, 爲之重新, 審音調律, 大有䨓輥之美.

余旣感歎姜若山, 又摭氏逸史而修書之, 系以歌.5

 

 

 

 

해석

蘓州良家子,

명나라 숭정제(崇禎帝, 毅宗의 연호)의 궁녀인 굴씨는 소주의 양가집 자식으로

 

幼選侍長秋殿,

어렸을 때 장추천(명나라 후비의 궁전)의 시녀로 뽑혔고

 

崇禎末, 李自成陷京師,

숭정 말기에 이자성이 북경을 함락하자

 

氏逃匿民間,

굴씨는 민가로 도망쳐 숨었으며

 

自成, 氏爲淸九王[각주:1]所獲,

자성이 실패함에 이르러 굴씨는 청나라 구왕에게 포획 당해

 

常置軍中.

항상 군영 속에 두었다.

 

昭顯世子質于瀋, 氏隷焉,

우리 소현세자께서 심양에 인질로 잡히자 굴씨로 시중들게 했고

 

竟從至國, 屬萬壽殿, 事莊烈王妃.

마침내 따라서 조선에 이르러 만수전에 소속되어 장열왕비를 모셨다.

 

氏善琵琶, 又能擾禽獸指使,

굴씨는 비파를 잘 탔고 또한 손가락을 사용하여 짐승을 요란케 할 수 있는데

 

無不如意.

뜻 같지 않음이 없었고

 

有弟子進春者幷傳法.

제자 진춘이란 사람이 아울러 법을 전수 받았다.

 

孝廟甞詢䯻制於,

효종이 일찍이 상투 만드는 법을 굴씨에게 물었는데

 

今士大夫家䯻制自屈氏,

지금 사대부가의 상투 만드는 제도는 굴씨에게서부터 시작된 것이니

 

氏固多識也.

굴씨는 진실로 지식이 많았던 것이다.

 

氏旣東來, 常泫然北望,

굴씨가 이미 조선으로 와서 항상 눈물 흘리며 북쪽을 바라보았고

 

年七十餘將死, 語其人曰:

나이 일흔 여살에 죽으려 할 때 그 사람에게 말했다.

 

幸埋我西郊路.”

나를 서쪽 길에 묻어주길 바랍니다.”

 

不忘首邱[각주:2].

고향에 살고 싶음을 잊지 못한다는 말이다.

 

肅廟命廣平[각주:3]氏祀,

숙종이 광평 전씨에게 명하여 굴씨의 제사를 주관하게 하고

 

歲給祭需, 至今不絶.

해마다 제수를 공급하여 지금에 이르도록 끊이질 않는다.

 

氏亦明朝尙書應揚之後云.

전씨는 또한 명나라 조정의 상서인 전응양의 후손이라 한다.

 

余聞老梨園, 氏隨世子出,

내가 늙은 장악원의 말을 들어보니 굴씨는 세자를 따라 와서

 

居鄕校坊邸, 往往召梨園數輩,

향교방(안국동 교동초교 근방)의 저택에 살며 이따금 장악원의 몇 무리를 불러

 

隔簾授琵琶指法,

발을 가로막고 비파의 운지법을 전수했으니

 

今尙有姜典樂私淑.

지금 아직도 강전악이란 사람이 사숙한 것이다.

 

其甞所御琵琶, 紫檀槽, 文理盤蹙,

일찍이 연주한 비파는 자단목으로 만든 것으로 무늬가 광대하다가 움츠러들어

 

光鑒毛髮.

머리털이 빛나 비칠 정도였다.

 

後人不知其樂器, 用爲陶井之具,

후대 사람들은 그 악기를 모르고 우물 푸는 그릇으로 사용하다가

 

甚至屈辱廠中.

심지어 헛간 속에서 굴욕 당하게 됐다.

 

姜若山偶得於天潢[각주:4]故家, 爲之重新,

강약산이 우연히 임금 왕실의 오랜 집에서 찾아 그것을 위해 거듭 새롭게 하고

 

審音調律, 大有䨓輥之美.

음을 살펴 조율하니 매우 우레가 구르는 듯한 아름다운 소리가 있었다.

 

余旣感歎姜若山,

나는 이미 강약산의 일에 감탄했고

 

又摭氏逸史[각주:5]而修書之, 系以歌.

또한 굴씨의 일사를 모아 그것을 찬수하며 서술하고서 노래를 붙였다.

 

 

인용

전문

작가 소개

해설

 

 
  1. 청구왕(淸九王): 청 태조 누루하치의 14번째 아들로 이름은 다이곤(多爾袞, 1612~50)이고 예친왕(睿親王)에 봉해졌으며, 북경에 입성하여 이자성 농민반란군을 진압하고 순치제(順治帝)를 맞이했다. 순치제는 당시 어렸기에 그가 섭정왕이 되어 왕권을 행사했다. [본문으로]
  2. 수구(首邱): 수구(首丘)로 표기하는데, 여우가 죽을 때에 제가 살던 굴이 있는 언덕 쪽으로 머리를 둔다는 말에서 연유한 것으로, 고향 땅에서 살고 싶어 하는 소원을 이른다. 『예기』 「단궁(檀弓)」 상(上)에 "여우는 죽을 때에 머리를 바로 하여 언덕으로 향한다[狐死正丘首]"라고 보인다. [본문으로]
  3. 광평전씨(廣平田氏): 중국 광평부(廣平府) 계택현(鷄澤縣) 사람 전호겸(田好兼)이 병자호란 이후 귀화해서 형성된 성씨다. 이규상(李奎象)이 『병세재언록(幷世才彦錄)』 「우예록(寓裔錄)」에 "전상서 자손이 병자년 뒤에 들어와서 지금 무가(武家)의 대족이 되었는데, 서울 새문밖에 살고 있다"라고 하였다. [본문으로]
  4. 천황(天潢): 임금의 왕통(王統). [본문으로]
  5. 일사(逸史): 정사에 빠져서 드러나지 않은 사실을 기록한 역사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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