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장 3.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광활함
大哉! 聖人之道. 위대하도다. 성인의 도여! 包下文兩節而言. 아래의 두 문장을 포괄하여 말하였다. |
주자 주를 보면 26장은 천도(天道)라고 했고, 27장은 인도(人道)라고 했죠?
‘대재 성인지도(大哉 聖人之道)’
참 멋있죠? 여기서 주자는 “아래의 두 절을 포괄하여 말한 것이다[包下文兩節而言].”라고 주를 달았는데, ‘아래의 두절’이란 뭐죠? ‘양양호(洋洋乎)! 발육만물 준극우천(發育萬物 峻極于天)’ ‘우우대재 예의삼백 위의삼천(優優大哉 禮儀三百 威儀三千)’이 바로 그 두절입니다.
洋洋乎! 發育萬物, 峻極于天. (성인의 도는) 넓고 넓도다! 만물을 생(生)하고 기르며 우뚝 솟아 하늘에 다하였다. 峻, 高大也. 此言道之極於至大而無外也. 준(峻)은 높고 크다는 것이다. 여기선 도가 지극히 커서 밖이 없는 데로 극진함을 말하였다. |
이 절은 앞에서 주자가 말한 대로, ‘대재 성인지도(大哉 聖人之道)!’에서 말한 성인지도(聖人之道)의 거대함을 구체적으로 상술해 들어간 부분인데, 그 거대함의 느낌을 전체적으로 ‘양양호(洋洋乎)!’라고 했습니다. 양양호(洋洋乎)! 이 말을 어떻게 번역해야 할까? 우리가 ‘의기양양하다’라고 할 때도 이 양양인데, 이 양(洋)이라는 것은 문자 그대로 바다 ‘양’자죠?
옛날 사람들에게 있어서 ‘크다’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경우는 대강 다음의 두 가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 하나는 하늘, 눈에 아무 것도 걸리지 않는 완벽하게 트인 저 광막한 하늘을 볼 적에 느끼는 거대함이 있겠고, 반면에 이 땅이라는 것은 언덕이나 산과 같은 주위 지형에 종속되어 하늘에 비해 시선이 도달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되어 있죠. 그런데 이러한 땅의 세계에서 그러한 제한이 거의 없는 곳이 있습니다. 그 곳이 바로 바다예요. 옛날에는 관동별곡 같은 작품을 봐도 상상할 수 있지만, 이 내륙에 갇혀 있는 사람들은 바다를 경험할 기회가 거의 없었어요. 내가 어렸을 적에만 해도 지금처럼 여기저기 다닌다는 것은 도대체가 있을 수 없는 얘기였으니까요. 인간이 지금처럼 이렇게 쏴 다닌 역사가 없었어요. 옛날에는, 예를 들어 경상도에 산 사람들 중에 문경새재를 넘어 본 사람이 아마 전체 인구의 0.00000.1%도 안 됐을 겁니다. 옛날 사람들은 자기 지역에서만 그 로칼리티를 지키면서 사는 거니까요. 그런데 그런 시절에 이 바다를 본다는 경험은 고대인들에게 엄청난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바다를 가서 보면, 거대한 평야를 볼 적에도 그렇겠지만, 바다처럼 완벽하게 시선이 탁 트인, 촤~악~터진 경험을 준 것은 없었을 거예요. 그래서 나도 바다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 바다에 가서 받은 느낌을 전체적으로 표현한 것이 바로 ‘양양호(洋洋乎)’라고. 그러니까 이 말은 사실은 번역이 안 되요. 바다의 그 광활함과 넘실넘실 탁! 트인 그 장엄한 모습을 양양호(洋洋乎)라고 표현한 겁니다. ‘의기가 양양하다’, 이런 표현도 나의 기(氣)가 바다처럼 탁 트인 모습을 묘사한, 같은 표현들입니다.
‘발육만물 준극우천(發育萬物 峻極于天)’에서 발육(發育)이란 생하고 기른다는 말이고 준(峻)이라는 말은 높다라는 뜻입니다. 준(峻) 자를 보면 ‘산(山)’이 들어가 있죠? 땅과 관련된 표현에서 가장 높은 것을 상징하는 것은 역시 산이거든요. 바다는 넓음으로서 호호탕탕(浩浩蕩蕩)하다든가 양양(洋洋)하다라는 표현을 쓰지만, 만물을 발육시키는 땅에서는, 그 만물을 길러주는 성인의 도(道)의 거대함을 그 땅의 가장 전형적인 상징인 산의 높음에 빗대어서 “우뚝 솟아 하늘에 다 하였다”라고 한 겁니다.
여기서 여러분들은 무엇이 느껴집니까? “연비려천 어약우연(鳶飛戾天 魚躍于淵)”라는 표현이 연상되죠? 그럴 때, “언기상하찰야(言其上下察也)”라고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여기에서도 “양양(洋洋)하게 만물을 생하고 길러서 그것이 하늘에까지, 그 높음이 하늘에 다하였다”는 말입니다. 카~ 멋있지요?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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