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장 6. 간명한 게 아름답다
詩云: “維天之命, 於穆不已!” 蓋曰天之所以爲天也. “於乎不顯, 文王之德之純!” 蓋曰文王之所以爲文也. 純亦不已. 『시경(詩經)』에서 말하기를, “아! 하늘의 명(命)이여, 오! 심원하여 그침이 없다”고 하였으니, 이는 하늘이 하늘된 소이를 말한 것이요, “아! 드러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문왕(文王)의 순수함이여!”라고 하였으니, 이는 문왕(文王)의 문(文)됨을 말한 것으로서 순(純)하여 그치지 않음을 말한 것이다. 詩, 「周頌維天之命」篇. 於, 歎辭. 穆, 深遠也. 不顯, 猶言豈不顯也. 純, 純一不雜也. 引此以明至誠無息之意. 程子曰: “天道不已, 文王純於天, 道亦不已. 純則無二無雜, 不已則無間斷先後.” 시는 「주송 유천지명」의 편이다. 오(於)는 감탄사다. 목(穆)은 심원하단 것이다. 불현(不顯)은 ‘어찌 나타나지 않으랴?’라는 말과 같다. 순(純)은 순일하여 잡되지 않은 것이다. 이것을 인용하여 ‘지성무식(至誠無息)’의 뜻을 밝힌 것이다. 정자가 “하늘의 도가 그치지 않으니 문왕은 하늘에 순수하여 도가 또한 그치지 않았다. 순수하면 둘도 아니고 잡되지 않는다. 그치지 않으면 선후에 조금이라도 끊어짐이 없다.”라고 말했다. 右第二十六章. 言天道也. 여기까지가 26장이다. 천도(天道)를 말했다. |
유가(儒家)는 문명의 순(純)을 통해 천지로 확장하려 함
여기 『시경(詩經)』의 구절은 「주송 유천지명(周頌 維天之命)」편에 나오는 네 구절인데, 중용(中庸)의 저자는 그 네 구절을 두 구절씩 떼어서 둘로 나눴습니다. 즉, “아! 천지명(天之命)이여, 오! 목불이(穆不已)하여라!” 이것은 하늘이 하늘 된 바의 까닭을 표현한 것이고, “아! 드러나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문왕지덕(文王之德)의 순수함이여!” 이 말은 문왕(文王)의 문(文)됨을 나타낸 것이예요.
여기서 ‘순(純)’이라는 말은 ‘잡(雜)’하지 않다는 뜻인데, 송명유가(宋明儒家)에서는 이것 때문에 순(純)·잡(雜) 논쟁이 많았습니다. 우리나라 ‘성명론(性命論)’에도 순하다, 잡하다는 논쟁이 많이 나와요. 잡하지 않다는 문왕의 문(文)됨은 뭐냐? 이 ‘문(文)’은 추상적인 의미를 띠는 것으로서, 이 『시경(詩經)』의 네 구절이 ‘천(天)’과 ‘문(文)’으로 나뉘어져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서 그 뜻을 풀어야 합니다. 즉, 천(天)은 자연세계이고 문(文)은 문명, 문명질서의 세계를 말해요. 천(天)의 세계는 ‘지성무식(至誠無息)’하는 ‘목불이(穆不已)’의 세계, 끊임없는 세계, 끊임없이 천명(天命)을 받는 세계로서, 중용(中庸)의 저자는 ‘이것이 곧 천(天)이 천(天)다운 것’임을 영탄조로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가하면, 인간이 만들어가는 문명은 잡하면 안 되고 순해야 한다는 것이죠. 문명에서는 순하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깨끗하고, 맑고 그래야 해요.
도가(道家)는 이런 문제에서 문명을 최소화시키는 ‘박(樸)’의 세계, 심플한 세계를 지향했죠? 가장 좋은 문명의 형태는 심플한 것입니다. 모든 물리학의 법칙은 가장 단순한 일반법칙을 향해서 가고 있는 거 아닙니까? 상대성이론이든 통일장이론이든 뭐가 되었든 물리이론들이 깔고 있고 추구하는 대전제는 가장 단순한 법칙이 이 우주를 지배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중력이 법칙이든 뭐든 원리에 있어서는 가장 단순한 그 무엇인가가 지배하고 있을 것이라는 거죠. 순해야지 잡하면 안 됩니다. 우리는 마치 문명의 모습이 잡하면 잡할 수록 좋은 걸로만 알고 있는데 이건 크게 잘못된 생각이고,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적 삶은 가급적 순해야 합니다. 과거와 현대, 서양과 동양을 불문하고 잡하게 살면 안 되요!. 동양사상의 가장 핵심적인 것은 ‘간명한 게 아름답다(Simple is beautiful!)’는 겁니다. 단지 크기의 작음(Small is beautiful!)이 문제가 아니라, 단(單)하고 순(純)해야 한다는 것이죠.
조선은 단순함을 존중했으나 1세기 만에 망가졌다
일본놈들은 사이즈에 관심이 많지만, 조선문명은 단순성에 대한 담박(淡泊)한 감각을 추구합니다. 에도 문명과 조선문명의 차이가 여기에 있고, 또한 조선문명의 심플한 맛을 일본문명이 당해낼 수가 없습니다. 우리 조선조 목기(木器)같은 것을 보면, 거기에 깃들어 있는 단순미, 그 단순한 맛이라고 하는 것은 세계 어느 문명도 당해낼 수 없는 ‘맛’이요 ‘멋’이죠【“담박이명지 성근이일신(淡泊以明知, 誠勤以日新)!” 우리 아버지 60 평생의 깨달음이요, 우리 가족 하나하나의 귓전에서 항상 맴돌고 있는 ‘계언(戒言)’이다. 조선문명의 ‘멋’과 ‘맛’은 조선인민들의 평범한 일상생활에서 완전히 소멸된 것이 결코 아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스스로 왜곡시켜 버린 그릇된 패러다임에 젖어 있는 탓에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것을 단지 못보고 못 느끼고 있을 뿐이다. 인(仁)하면 이걸 볼 수 있으나, 불인(不仁)하면 볼 수 없다. 볼 수 없다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과 사회 주변을 하찮게 생각했다. 뭔가 모자란 듯한 것으로 비하시켜버리는 시선을 고수하게 된다. 인(仁)이란 인간의 신비적 감정(mithtical emotion)이 아니라 바로 나의 과학적 자세와 방법이자 삶의 실천이다(scientific paradigm, methodology and practice)】. 중국문명을 보면, ‘문왕지도(文王之道)’를 말하면서도 그 잡스러움이 그지 없습니다. 심플한 맛은 조선 문명이 최고다! 그런데 왜 이렇게 잡스러워져 버렸냐? 우리는 단 1세기 만에 세계에서 가장 잡스러운 민족으로 둔갑해 버렸는데, 이제 다시 이 심플한 삶의 지혜를 회복해야 합니다. 그 다음에 27장 첫 머리에, “대재(大哉)라 성인지도(聖人之道), 양양호(洋洋乎)! 카아!” 이 얼마나 좋습니까?
여러분들은 이 26장을 반드시 외워둬야 합니다. 얼마나 좋으냐 이말이요? ‘지성무식(至誠無息)’에서부터 시작해서 맨 마지막에 ‘순역불이(純亦不已)’라! 천지자연은 지극히 성실하고 쉼이 없어야 하는 한편, 문명은 순수해야 하고 끊임이 없어야 한다 이겁니다. 맨 끝의 ‘순역불이(純亦不已)’가 맨 앞의 ‘지성무식(至誠無息)’에 연결되어 있으면서 끝나고 있는데, 이 26장은 맨 처음과 맨 끝이 시종 일관된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중용(中庸)이 가지고 있는 자연예찬과 인간의 문명에 대한 예찬, 이 스케일, 그 문학성, 그 상상력 등등 이 모든 것이 곧 중용(中庸)의 맛이고 또한 중용(中庸)의 아름다움을 형성하고 있는 것입니다. 나는 대학생 시절 이 중용(中庸)을 읽을 때, 참으로 격정적으로 감동되어(pacinated) 중용(中庸)에 대해 열광했었어요. 나는 이 정도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면 백번 죽는다고 해도 여한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대학교 때 이 중용(中庸)을 읽으면서 나의 상상력과 문장력을 키운 거예요. 그래서 내가 오늘의 문필가가 된 것입니다. 그러니까 여러분들도 중용(中庸)을 통해서 끊임없이 삶의 예지와 통찰력을 배우도록!
오늘 강의는 여기서 끝납니다. 중용(中庸)의 맛은 참으로 좋다! 집에 가서 자꾸 반복을 해서 보시도록! 눈으로만 보지 말고 반드시 입으로 낭독을 해 보세요. 입으로 읽으면 읽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읽는 소리가 귀로 다시 들어가고 또 선명하게 메모리에 남습니다. 그러니 낭독하는 습관을 기르십시오. 29일부터 2월 5일까지는 명절 휴가이기 때문에 일주일 동안 여러분들과 이별입니다. 이 지긋지긋한 김용옥을 일주일 동안 안 보고 살아도 되고 하루에 4시간씩 책상다리하고서 앉아 있지 않아도 되지 참 신나죠? 아주 신날거야! 오늘은 남재하고 같이 점심을 먹겠습니다.
21장 핵심 내용 |
천도 (天道) |
22장 | 24장 | 26장 | 30장 | 31장 | 32장 | 33장 전편 요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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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人道) |
23장 | 25장 | 27장 | 28장 | 29장 |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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