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시평후발(小華詩評後跋)
이존서(李存緒)
余自病廢以來, 閒居無事. 藥餌之暇, 求得我東諸子所著篇什, 以爲消遣之資. 病裏看書, 蓋取其着味而忘痛也.
一日玉川盧友奎燁來診, 袖一册以示余, 曰: “是乃玄默子洪公萬宗之所編『小華詩評』也, 此書成之已久, 今始刊行者矣.” 余欣然受之一覽, 可知其奇玩珍寶, 悅人耳目. 途抛却諸書, 專心看閱, 如服淸凉散, 不覺病根之自消矣.
嗚呼! 我東自高麗以及我朝, 文章輩出, 啁啾啽哢者, 各成一家, 皆自以爲獨得其妙. 玉石朱紫, 無以辨别. 賴得洪公之始有是評, 然后各家之姸媸美惡, 莫得逃形於一鑑中. 令人開卷, 瞭然如指掌, 定爲詩家千古之師表, 不待親炙而可期服矣.
余竊念洪公乃是仁廟朝人, 自仁廟以來迄今二百餘年, 文人才子世世並出, 其間作者之名章佳句, 勝似前人者, 亦多有之. 而未得定衡於洪公之筆下, 可勝惜哉.
噫! 今之人亦有欲如洪公之志者, 踵而繼之, 則昔者敖王二公之功, 豈獨專美於中華也哉! 遂感而題之曰: ‘洛陽才子問誰誰, 莫向詞林濫作詩. 今世若逢于海筆, 春秋袞鉞又安知.’
歲乙酉十月下澣, 野軒主人李存緒謹跋.
해석
余自病廢以來, 閒居無事.
나는 병든 이후로부터 한가하게 살면서 아무 일도 안 했다.
藥餌之暇, 求得我東諸子所著篇什, 以爲消遣之資.
약을 먹을 겨를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지은 시편 구하여 소일거리할 재료로 삼았다.
病裏看書, 蓋取其着味而忘痛也.
병 속에서 책을 보니 대체로 의미가 안겨와 병을 잊게 됐다.
一日玉川盧友奎燁來診, 袖一册以示余, 曰: “是乃玄默子洪公萬宗之所編『小華詩評』也, 此書成之已久, 今始刊行者矣.”
하루는 옥천(玉川)의 벗 노규엽(盧奎燁)이 병문안을 와서 소매의 한 책을 나에게 보여주며 “이것은 현묵자(玄默子) 홍만종(洪萬宗)이 지은 『소화시평(小華詩評)』인데 이 책이 지어진 지 이미 오래인데 이제야 막 간행되었네.”라고 말했다.
余欣然受之一覽, 可知其奇玩珍寶, 悅人耳目.
나는 기쁘게 그걸 받아 한 번 보니 기이한 놀잇거리이자 귀중한 보물로 사람들의 이목을 즐겁게 할 만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途抛却諸書, 專心看閱, 如服淸凉散, 不覺病根之自消矣.
도중에 여러 책은 던져두고 전심으로 보니 청량산(淸凉散)【청량산(淸凉散): 목이 붓고 아픈 증상에 사용하는 한약이다.】을 복용한 것 같아 병의 뿌리가 절로 사라지는 것조차 몰랐다.
嗚呼! 我東自高麗以及我朝, 文章輩出, 啁啾啽哢者, 各成一家, 皆自以爲獨得其妙.
아! 우리나라는 고려로부터 조선에 이르기까지 문장가가 배출되어 읊어대고 잠꼬대한 이들이 각각 일가를 이루어 모두 스스로 홀로 오묘함을 터득하였다고 생각한다.
玉石朱紫, 無以辨别. 賴得洪公之始有是評, 然后各家之姸媸美惡, 莫得逃形於一鑑中.
옥과 돌, 붉은색과 자주색을 변별할 수 없었지만 홍공이 처음으로 이것을 비평한 것을 얻은 데에 힘입은 후에 각 문장가의 곱거나 추하거나 좋거나 나쁘거나 한 것이 한 거울 속에서 형태가 도망갈 수 없게 됐다.
令人開卷, 瞭然如指掌, 定爲詩家千古之師表, 不待親炙而可期服矣.
사람들이 책을 편다면 뚜렷하게 손바닥을 가리키는 것 같아 바로 시 문장가들의 천고의 표본이 되니 친히 배우길 기다리지 않아도 감복하길 기약할 수 있다.
余竊念洪公乃是仁廟朝人, 自仁廟以來迄今二百餘年, 文人才子世世並出, 其間作者之名章佳句, 勝似前人者, 亦多有之.
내가 생각하기로 홍공은 인조 때 사람으로 인조 이래로부터 지금의 200여년에 이르기까지 문장으로 재주 있는 이들이 대대로 나왔고 그 사이 작가들의 이름난 문장과 아름다운 시구가 전대 사람보다 한결 나은 것이 또한 많았다.
而未得定衡於洪公之筆下, 可勝惜哉.
그러나 홍공의 붓 아래서 정하여 논평할 수 없으니 애석할 만하구나!
噫! 今之人亦有欲如洪公之志者, 踵而繼之, 則昔者敖王二公之功, 豈獨專美於中華也哉!
아! 지금 사람이 또한 홍공의 뜻과 같으려 하는 이가 밟아가며 계승한다면 예전의 오도손(敖陶孫)과 왕세정(王世貞) 두 분의 공이 어찌 유독 중국에서만 아름다움을 전담하겠는가.
遂感而題之曰: ‘洛陽才子問誰誰, 莫向詞林濫作詩. 今世若逢于海筆, 春秋袞鉞又安知.’
마침내 느꺼워져 다음의 시를 짓는다.
洛陽才子問誰誰 | 서울에서 재주 있는 이라 말하는 이 누구인가? |
莫向詞林濫作詩 | 시단을 향해서 함부로 시를 짓지 말라. |
今世若逢于海筆 | 오늘 만약 우해의 작품을 만난다면 |
春秋袞鉞又安知 | 『춘추』의 포폄[袞鉞]을 또한 이에 알리라. |
歲乙酉十月下澣, 野軒主人李存緒謹跋.
을유년 10월 하순에 야헌주인(野軒主人) 이존서(李存緒)서 삼가 발문을 쓰노라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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