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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철학과 굴뚝청소부, 제2부 유명론과 경험주의: 근대철학의 동요와 위기 - 1. 유명론과 경험주의, 유명론과 경험주의 본문

책/철학(哲學)

철학과 굴뚝청소부, 제2부 유명론과 경험주의: 근대철학의 동요와 위기 - 1. 유명론과 경험주의, 유명론과 경험주의

건방진방랑자 2022. 3. 2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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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론과 경험주의

 

 

지금까지 우리는 중세철학에서 유명론과 실재론의 대립을 살펴보았습니다. 근대철학, 특히 경험주의를 다루는 자리에서 이토록 장황하게 중세철학을 이야기하는 것이 어찌보면 뜬금없어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유명론과 경험주의의 관계를 본다면 이런 장황함은 용납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알다시피 유명론은 중세 전체를 지배한 실재론에 대한 반대로서 제기되었습니다. 그것은 이데아와 유사한 보편자가 세계를 만들어내고 움직인다는 사고에 대한 반대입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이데아와 같은 관념으로 세계를 설명하려는 관념론에 대한 비판으로 기능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러한 반대는 주로 개별적인 사물이나 현실에 대한 지식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제시되었습니다. 예컨대 하늘에 떠다니는 이데아나 관념에다가 사물을 꿰어 맞추는 게 아니라, 땅 위에 있는 저토록 다양한 사물들을 올바로 관찰하고 그것들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인식함으로써 올바른 지식은 만들어지리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유명론자들이 개별적인 사실에 대해 정확하게 관찰하고 경험하는 걸 강조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입니다. 경험적 연구나 관찰과 무관하게 이미 알려진 사실들을 신학적 원리에 따라 해석하고 꿰어맞추는 스콜라철학과는 반대로, 개별 사실들을 강조하고 그것이 원리에서 벗어난다면 벗어나는 대로, 있는 그대로 인식하자는 견해가 생겨 나오는 것은 바로 이 유명론적 전통 속에서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유명론이 어떤 관념이나 보편원리로써 전체를 다 설명하려는 경향에 대해 해체적이고 비판적인 효과를 갖는다는 건 분명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예전에는 신학적 원리나 신의 말씀에 맞는 한에서만 사실이나 경험이 유의미했다면, 이제는 종종 그러한 원리로는 설명되지 않으며 때론 정면충돌하기도 하는 사실들에 일차적인 중요성을 두자는 것입니다. 사실 유명론이 가능했던 것 자체가 신학적 원리에서 벗어나는 사실들 때문이었을 것 같습니다. 초기의 신플라톤주의적 철학이 후기의 아리스토텔레스적 철학으로 바뀐 것 자체가 그런 요소들과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유명론이 점점 목소리를 키워가고 있다는 사실은 경험이나 경험적 지식에 대한 지적인 개방이 시작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구체적으로 접하고 경험하는 구체적 사물, 구체적 지식에 대한 개방 말입니다. 이런 생각이 경험주의라고 부르는 흐름에 그대로 이어진다는 것은 대개 다 알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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