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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달라이라마와 도올의 만남, 대담 - 인도야말로 세계의 중심 본문

고전/불경

달라이라마와 도올의 만남, 대담 - 인도야말로 세계의 중심

건방진방랑자 2022. 3. 20.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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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야말로 세계의 중심

 

 

달라이라마는 하나의 군주로서 볼 때에도 정말 개명한 군주였다. 마음이 열려있고 부패하지 않았으며 모든 도전 속에도 명랑한 자신감을 잃지 않는 그런 인간이었다. 그는 갑자기 대화의 주제를 돌리려는 듯 엉뚱한 질문을 했다.

 

도올선생은 인도에 처음 오신 겁니까?”

 

, 처음입니다. 성하 덕분에 꿈에만 그리던 환상의 인도에 오게 되었습니다.”

 

~ 참 많은 것을 느끼셨겠군요. 우리 티벹인들은 인도를 아랴부미(Aryabhumi)라고 부릅니다. 거룩한 땅(the Land of the Holy)이라는 뜻이지요. 나 역시 인도에 한번 스쳐 오는 것을 등에 그쳤습니다. 제가 인도에 처음 발을 디딘 것은 1956년 겨울의 일이었습니다. 그때의 감회는 이루 다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라즈가트(Rajghat. 간디의 화장터)에서 느겼던 아힘사(Ahimsa, 불살생ㆍ비폭력 저항은 등 의 전을은 제 인생을 더받치는 힘이 되기도 했습니다. 도올선생께서는 무엇을 느끼셨습니까?”

 

저는 동경에 유학하고 있을 때 미국을 여행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레이하운드 뻐스에 몸을 싣고 필라델피아를 떠났는데 곤히 잠이 들었습니다. 어둠이 깊게 깔린 맨하탄 한복판으로 뻐스가 진입하기 시작했을 때 갑자기 눈을 뜨게 되었는데 제 눈에 비친 맨하탄의 야경은 정말 제 인생에서 두 번 다시 경험하기 어려운 경외감이었습니다. 코앞을 스쳐 지나가는 위압적인 마천루들의 음영은 정말 거대한 레바이아탄(leviathan)들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노자의 말을 빌어 인간의 유위(有爲)의 장난이 이 지경에까지 이를 수 있다니! 라는 감회를 발하는 한시를 한 수 지었습니다. 저는 유위를 싫어하는 자연주의자였지만, 맨하탄이라는 유위의 극치를 매우 심미적으로 경탄스럽게 바라보았습니다. 그런데 인도에서 받은 가장 경이로운 느낌은 무위(無爲)와 유위(有爲)의 공존이 주는 격렬한 콘트라스트였습니다. 인도처럼 태고의 무위와 최첨단의 유위가 이렇게 자연스럽게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상상키 어려운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인도문명은 인간의 모든 가능성의 극한태를 다 공유하고 용해하는 희한한 힘을 가진 문명인 것 같습니다.”

 

참 재미난 표현이군요.”

 

저는 아시아대륙의 극동변방의 조그만 반도에서 태어났고 성장했습니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암암리 자기가 태어난 문명이 세계문명의 중심이라고 생각하고 살게 됩니다. 저도 그러했습니다. 한국에서 어려서부터 본 세계지도는 태평양이 가운데 놓여있고 한국이 그 중심에 놓여있습니다. 제가 생각한 세계는, 한국이 직접적으로 속한 중국황하문명과 이 문명에 가장 큰 도전을 던진 그레코-로망 중심의 서구문명, 이 두 문명권을 동양과 서양이라는 개념으로 묶어 인류사 전체인 것처럼 생각하는 그러한 세계였습니다. 이러한 동ㆍ서양이라는 좁은 개념의 세계인식으로부터 벗어나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요번 저의 인도여행은 너무도 다른 세계인식의 가능성을 저에게 피부로 와닿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인도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세계의 중심이라고 말할 수 있는 곳이 아닐까? 최소한 그러한 시각에서 이 세계를 바라볼 때 훨씬 더 유용하고 다양한 세계인식이 생겨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죠. 고생대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코끼리가 인도대륙에 있는 것을 예로 들어, 아주 옛날에는 인도대륙과 아프리카대륙이 하나로 붙어있었다가 점점 떨어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일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인종적으로도 코카소이드(Caucasoid), 몽골로이드(Mongoloid), 오스트랄로이드(Australoid), 니그로이드(Negroid)4대 인종이 다양하게 섞여 인종박물관과 같은 느낌을 주고, 언어도 기어슨경(Sir George Gierson, 1851~1941)의 써베이에 의하면 723개의 언어가 있다고 하는데 크게 나누면, 드라비다어족(Dravidia), 인도-이라니안어족(Indo-Iranian), 남아어족(Austro-Asiatic), 한장어족(Sino-Tibetan)으로 대별됩니다. 인도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언어만 해도 15개가 됩니다남방의 5대 언어문화권: 1) Tamil 2) Kannada 3) Malayālam 4) Telugu 5) Orivā 그리고 북방의 10대 언어문화권: 1) Assamese 2) Bengali 3) Gujarātī 4) Hindī 5) Kashmīrī 6) Marāțhī 7) Punjābī 8) Sanskrit 9) Sindhī 10) Urdū.. 종교도 힌두교, 쟈이나교, 불교, 시크교, 이슬람, 기독교, 유대교, 조로아스터교(배화교) 등이 그 뿌리로부터 이 토양에서 성장해왔습니다. 기독교만 해도 예수의 사도인 도마AD 52년에 이곳에 와서 교회를 세운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니까요. 하여튼 저는 요번 여행을 통해 인도문명을 새롭게 탐구하게 되었고, 새로운 세계사의 인식에 도달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것은 정말 크나큰 소득입니다. 누에가 고치를 벗어버리고 나비가 되어 날아가는 듯한 해방감을 인도에서 느꼈습니다.”

 

도올선생님같이 다양한 문명과 언어의 체험을 가지신 분이시니까 아마도 그러한 느낌은 매우 리얼하고 또 타인보다 훨씬 더 증폭되어 나타났을 것입니다. 불교유적을 보시면서는 무엇을 느끼셨습니까? 궁금하군요.”

 

달라이라마는 정말 무한한 호기심의 소유자였다. 그리고 남의 말을 참으로 들을 줄 아는 귀를 가지고 있었다. 언젠가 나는 테레비 강연 속에서 우리말의 성인(聖人)이라는 표현에 귀 이()변이 있는 것을 들어, 성인이란 남의 말을 잘 들을 줄 아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달라이라마는 정말 귀가 열린 성인이었다. 불교유적에 관한 나의 소감이 뭐 그리 들을 만한 게 있을까보냐마는 그는 내가 말을 야물야물 재미있게 잘 해서 그런지 계속 궁금해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델리 라즈가트에 참배하고 있는 필자, 꺼지지 않는 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나는 비폭력주의에 대한 간디의 헌신이야말로 정치적 해결의 유일한 길을 예시했다고 확신했다.” 『유배된 자유』에서

 

 

인용

목차

금강경

반야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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