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의 분열
셋째 단계, 무의식 자체 내에 분열이 있다는 것을 인식합니다. 프로이트는 의식/무의식이라는 이론적 틀(위상학)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무의식 개념은 상반되는 두 가지 것으로 분할됩니다. 왜냐하면 성적인 욕망이나 통제되지 않는 충동이 무의식을 이룬다고 했는데, 이것을 억압하는 것 또한 의식된 행동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의식은 그것이 억압되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억압되는 욕망이나 억압하는 기제 모두 무의식이란 것입니다.
그래서 프로이트는 무의식을 두 가지 개념으로 분할합니다. 억압되는 욕망과 충동을 ‘거시기’(이드id)라고 하며, 억압하는 기제를 초자아(Super-ego)라고 합니다. 거시기는 ‘쾌락원칙’에 따라 움직이며, 초자아는 그것을 통제하려는 사회적 질서ㆍ도덕적 질서가 내면화된 것입니다. 이 양자는 언제나 충돌합니다. 거시기는 쾌락을 찾아서 움직일 걸 요구하고, 초자아는 그러면 안 된다고 금지하니까요. 이 충돌을 화해시키고 조절하는 것을 자아(ego)라고 합니다. 이것은 금지된 것을 피하면서 쾌락을 추구하도록 조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현실원칙’에 따라 움직이는 거지요. 거시기와 초자아가 무의식인 반면, 자아는 대략적으로 의식과 일치합니다. 결국 이전에 프로이트의 이론적 틀이 ‘의식/무의식’이었다면, 이젠 ‘거시기/초자아/자아’로 전환된 것입니다.
▲ 거세된 남근
이 사진을 여기에 넣은 이유를 아직도 모른다면 어지간히 눈치가 없는 사람이다. 하늘을 향해 치솟은 건물, 거기서 정신분석가들은 발기한 남근을 본다. 남성성, 힘, 능력 등등을 상징하는 것, 그것이 바로 남근이다. 마치 우리가 자랑스레 일어선 자신의 남근을 보며 은근히 목에 힘을 주듯이, 도시의 건물들은 “내가 좀더 높아야 돼”하며 경쟁하듯 하늘을 향해 치솟아 올라간다. “아시아 최고층” “세계 최고의 높이” 등을 목표로, 능력이 안 되면 남산탑처럼 산 위에라도 지어서 최고 높이를 자랑하고자 한다. 하지만 이는 단지 군사독재 시절 자랑할 것이라곤 없던 후진국의 특징만은 아니다. 정신분석가가 보기엔 얼마 전에 비행기 테러로 무너진 위 사진의 쌍둥이 빌딩이나, 100층을 넘은 최초 기록을 가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그의 눈에는 고스란히 무너져 내려버린 이 한 쌍의 빌딩이 ‘거세’의 상징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미국의 자존심”을 외치며, 확실한 증거도 없이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는 일대 전쟁을 벌인 것이라고 할지도. 어쨌든 정신분석가들에게 도시란 남근들이 경쟁하듯 세워지고, 그 남근 주변을 사람들의 욕망이 배회하는 초현실주의적 세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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