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자포자기(自暴自棄)
4a-10.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자포자(自暴者)【스스로 자기에게 폭력을 가하는 자】와는 더불어 가치있는 의론을 할 수가 없다. 자기자(自棄者)【스스로 자기를 버리는 자】와는 더불어 가치있는 행동을 할 수가 없다【여기 ‘유 언(有言)’ ‘유위(有爲)’는 독특한 맹자의 어법이다. ‘유위’는 ‘유행(有行)’이라고도 쓰는데 ‘유소작위(有所作爲)’의 뜻이다】. 입을 뻥끗했다 하면 예와 의를 비난하는 자를 의를 일컬어 스스로 자기에게 폭력을 가하는 자(자포자)라고 한다. 나 자신은 인에 살고 의에 의거하여 행동하는 것이 불가능하외다 하고 나자빠지는 자를 일컬어 스스로 자기를 버리는 자(자기자)라고 한다. 4a-10. 孟子曰: “自暴者, 不可與有言也; 自棄者, 不可與有爲也. 言非禮義, 謂之自暴也; 吾身不能居仁由義, 謂之自棄也. 인은 사람의 안택(安宅, 가장 안전한 주거)이다. 의는 사람의 정로(正路, 가장 바른 길)이다. 그토록 안전한 안택을 비워놓고 그곳에 살 생각을 하지 않으며, 그토록 바른정로를 저버리고 그곳으로 걸어갈 생각을 하지 않으니, 그러한 인간의 모습이야말로 얼마나 슬픈 비극이리오!” 仁, 人之安宅也; 義, 人之正路也. 曠安宅而弗居, 舍正路而不由, 哀哉!” |
인간이 이 땅에 한 생명으로 태어났다면 이 한 장만은 반드시 외워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중ㆍ고등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고1부터 고2까지 정규과목으로서 ‘한문’시간이 있었다. 제대로 된 고금의 한문선(漢文選)을 강독하는 시간이었다. 내가 다닌 보성고등학교에는 우리 나라에서 『삼국사기』를 최초로 완역하신 한학의 대가인 김종권 선생님께서 가르치고 계셨다. 고1 때 나의 담임선생님이기도 하셨는데 나는 실상 김종권 선생님으로부터 최초로 본격적 한학의 훈도를 받았다. 어릴 때는 외할아버지와 엄마에게서 한문을 배웠는데, 하여튼 김종권 선생님은 내가 한학의 소양이 있고 특히 한문을 좋아한다고 나를 너무도 귀여워해주셨다. 그때 고1 첫 수업에서 배운 한문이 바로 이 『맹자』의 구절이 었다.
여기서 말하는 ‘자포자기’가 무엇인지 그때는 너무도 어렴풋했지만, ‘자포자기’는 정말 나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평생 자포자기만은 해서는 아니 되겠다는 결의를 굳혔다. 어릴 때 이 한마디가 한 인간의 생애에 던지는 영향은 너무도 큰 것이다. 예수의 말씀은 내 폐비간신을 파고들지 못했지만 맹자의 말씀은 내 기혈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던 것이다. 우리나라 기독교장로회를 만든 사람들은 『맹자』를 수천독을 하신 분들이었다. 장공 김재준 선생은 『맹자』를 당신의 기독교신앙의 바탕으로 삼은 분이었다.
이 장에 나오는 표현들이 2a-7(夫仁, 天之尊爵也, 人之安宅也), 6a-11(仁, 人心也; 義, 人路也), 7a-33(居惡在? 仁是也; 路惡在?義是也. 居仁由義, 大人之事備矣) 등등에도 나오고 있다. 4a-8, 4a-9도 같이 참조하라. 공자도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나는 분발치 아니 하는 학생을 계도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의심이 축적되어 고민하는 학생이 아니면 촉발시켜 주려고 노력하지 않는다[不憤不啓, 不悱不發].’(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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