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임금의 잘못을 바로잡아줄 수 있는 신하
4a-20.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치자의 경우 그 인간이 소인배인 경우에는 아무리 그를 비판하여도 별 소용이 없다【여기 ‘적(適)’은 ‘적(謫)’의 뜻이다】. 또한 그의 정책에 관하여 아무리 간섭하고 비판의 화살을 퍼부어도 별 소용이없다. 별 소용이 없다는 뜻은 근본이 개선되지 않는다는 뜻이며 비판의 행위가 지엽말절(枝葉末節)에 그치고 만다는 것이다. 신하라도 오로지 대인(大人)의 품격을 갖춘 사람만이 임금의 마음의 과오[君心之非]를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이다. 최고통치자인 임금이 인(仁)하게 되면 나라의 모든 사람이 인하지 않을 수 없으며, 임금이 의롭게 되면 나라의 모든 사람이 의롭지 않을 수 없으며, 임금이 바르게 되면 나라의 모든 사람이 바르게 되지 않을 수가 없다. 일단 임금의 사 람됨을 바로잡기만 한다면 나라는 안정되는 것이다.” 孟子曰: “人不足與適也, 政不足間也. 惟大人爲能格君心之非. 君仁莫不仁, 君義莫不義, 君正莫不正. 一正君而國定矣.” |
너무 논의가 군주중심의 논의라고 현대의 학자들이 비판할지는 모르겠으나, 이 맹자의 논의는 오늘의 민주제에도 적용될 수 있는 정확한 논의일 수밖에 없다. 자유민주주의 세계의 모범인 것처럼 평가되어오던 미국의 대통령을 볼 때에도 우리는 어떤 인간이 그 자리에 앉느냐에 따라 전 세계의 운명이 좌우될 정도의 영향력의 우열이 결정된다는 것을 관찰하여왔다. 미국의 대통령의 인품의 질적 저하는 참으로 놀라운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그런데 그 저열한 수준에도 못 미치는 저급성을 우리나라의 대통령제도가 충실히 구현하고 있다.
여기 맹자의 논의는 군주제도에 관한 것이지만, 맹자의 군주는 왕도를 전제로 해서만 인정되는 군주이다. 후대에 수동적으로 수용되는 숙명적인 절대군주는 아니다. 맹자가 여기 말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원리적 문제이다. 군주에 대한 인간비판이나 정책비판은 소모적이고 지엽적일 뿐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핵심은 통치자라는 인간 그 자체가 인의 정도를 구현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비판도 ‘소인의 비난’이 아니라 ‘대인의 바로잡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메시지는 맹자가 공생애를 거치면서 많은 군주를 만난 경험이 형상화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오늘날 한국과 같이 고도화된 민주사회에서도 대통령에게 아무리 그 정책의 비판을 퍼부어도, 대통령은 임기 5년 동안 그러한 비판에 아랑곳 없이 자기 ‘꼴리는 대로’ 무자비하게 사욕을 채우는 행동을 해도 아무 탈 없이 넘길 수 있는 사례를 수없이 보아왔다. 임기가 끝난 후에 아무리 의법조치가 이루어진다 해도, 나라는 이미 한 개인의 그릇된 판단과 색깔에 의하여 망가질 대로 망가진 상태인 것이다.
맹자는 대인에 의한 군주의 마음의 교정(격군심지비格君心之非)을 권고하고 있지만, 그것은 맹자시대에 생각할 수 있었던 최대의 성의있는 논의였다. 유교의 덕치주의는 인구의 마음, 즉 수신(修身)의 바름에 달린 것이라는 생각을 이념으로서 표방한다. 『대학』의 ‘정심(正心) - 성의(誠意) - 치지(致知) -격물(格物)’은 이러한 맹자의 ‘격군심지비(格君心之非)’의 논의가 발전된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대통령제도에 있어서는 그 인간이 본질적으로 나라를 망가뜨리는 인격과 판단력과 사욕충족의 구현체일 때는 가차없이 탄핵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그가 소속한 정당이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한, 그 인간의 해악은 군주제보다 더 치명적인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임기를 핑계로 하여 사회악이 지속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더 잘 고안되어야 할 것이다. 맹자는 근원적으로 왕도를 실현할 수 있는 인간적 품격을 갖춘 자가 통치자이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표방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대통령의 지위에도 폭넓은 교양과 정확한 판단력과 다양한 인식능력을 갖춘 자라야 그 지위에 앉을 자격이 있다. 선거라는 제도가 선거운동 자체의 선동적 성격, 그리고 기묘한 대세의 최면적 성격 때문에 그러한 국민의 판단을 호도할 때가 많다는 것은 심히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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