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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초상집에서 만난 왕환과 말하지 않다
4b-27. 맹자가 제나라에 있었을 때의 일이었다. 제나라의 대부 공행자(公行子)가 장자(長子)의 상을 당하였기에 제나라의 대신들이 모두 가서 조의를 표하였다. 이때 우사(右師)인 왕환(王驩)도 조문하러 갔다【왕환에 관해서는 이미 2b-6를 비롯하여 4a-24, 4a-25에서 상설하였다. 맹자가 아주 싫어하는 제선왕의 총신, 자(字)가 자오(子敖)이다. 그리고 ‘자지상(子之喪)’ 관하여, 공행자가 아들로서 행한 상, 즉 부모상이라는 설과, 연(燕)나라 재상 자지(子之)의 상이라는 설이 있으나 호사가들의 잡설일 뿐이다. 취하지 않는다】. 왕환이 대문을 들어서자마자 종종 걸음으로 달려와서 왕환에게 말을 거는 자가 있었다. 왕환이 우사(右師)의 자리에 앉자마자 옆에서 알랑방구를 뀌며 말을 거는 자들이 있었다. 맹자는 우사(右師)와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우사는 불쾌하여 투덜거렸다: “제군들은 모두 나에게 친절하게 말을 걸어주는데 유독 맹자가 나 환과 더불어 말하려 하지 않는다. 이것은 나를 심히 홀대하는 것이다.” 4b-27. 公行子有子之喪, 右師往弔, 入門, 有進而與右師言者, 有就右師之位而與右師言者. 孟子不與右師言, 右師不悅曰: “諸君子皆與驩言, 孟子獨不與驩言, 是簡驩也.” 맹자가 이 소리를 듣고 말하였다: “예에 따르자면, 조정에 서는 위(位)를 건너뛰어 더불어 말하지 아니하며, 석차계단을 뛰어넘어 서로 읍(揖)하지 아니한다. 여기가 조정은 아니지만 상(喪) 또한 대례(大禮)의 장소이므로 나는 예식에 따라 행하였을 뿐이다. 자오가 내가 자기를 홀대한다고 말한다니 이상한 일이 아닌가?” 孟子聞之, 曰: “禮, 朝廷不歷位而相與言, 不踰階而相揖也. 我欲行禮, 子敖以我爲簡, 不亦異乎?” |
맹자는 제나라에서 등나라까지 왕복을 하는 긴 여로에서도 단 한 번 왕환과 이야기하지 않았다. 하물며 사람들이 그에게 몰려들어 아부를 떠는 상갓집 분위기에서 그에게 말을 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조기가 주를 달기를, 맹자가 자오를 싫어하는 품새로 볼 때 이 정도로 이야기했으면 맹자가 참 점잖게 이야기한 것이라고 했는데 적확한 해설이라고 할 것이다. 맹자의 성격, 권세가 앞에서 타협의 허점을 보이지 않는 자세는 참으로 요즈음 사람들이 배워야 할 자세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맹자가 왜 왕환을 그렇게 싫어하는지에 관해서 『맹자』라는 문헌은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바로 그런 감정의 구질구질한 사연을 이야기하지 않는 데에 『맹자』 편집자들의 위대성이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정치인들이 큰 자리 해먹고나서 자서전을 쓴다고 하면서 구질구질한 감정적 이야기를 쓰는 것에 비하면 얼마나 위대한 편집인지를 깨달아야 할 것이다. 옛 문장가들은 ‘여운’이라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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