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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맹자한글역주, 이루장구 하 - 29 다른 처지 속 같은 취지 본문

고전/맹자

맹자한글역주, 이루장구 하 - 29 다른 처지 속 같은 취지

건방진방랑자 2022. 12. 28.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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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 다른 처지 속 같은 취지

 

 

4b-29. 요ㆍ순시절의 명신하로서 치수를 담당한 우()와 농경을 담당한 후직(后稷)은 태평한 치세를 살았지만여기 평세(平世)’라는 단어선택은 아래의 안회의 난세(亂世)에 대비하여 좀 과장되게 표현된 것이다. 홍수가 범람하고 문명의 질서가 잡히지 않은 난세였으나, 그 재앙을 바로잡아가는 충신들이 활약한 시대였다, 자신의 맡은 바 직무에 충실하여 일만 열심히 했기 때문에 아내와 자식이 기다리고 있는 자기 집 앞을 세 번이나 지나치게 되었지만 결코 대문을 열고 들어가질 않았다이 이야기는 보통 우()에 해당되는 것으로 거론되었다. 3a-4 참조. 공자는 이들을 현()하다고 평가하였다. 안자(顔子)공자의 수제자 안회는 난세 속에서 살면서 누추한 동네에 살았고 한 소쿠리의 밥, 한 표주박의 물로써 만족하였다. 보통 사람이라면 감내하기 어려운 고로(苦勞)를 안자는 오히려 변함없이 낙으로 삼았다논어(論語)6-9. 그래서 공자는 그를 현()하다고 평가하였다.
4b-29. 稷當平世, 三過其門而不入, 孔子賢之. 顔子當亂世, 居於陋巷. 一簞食, 一瓢飮. 人不堪其憂, 顔子不改其樂, 孔子賢之.
 
맹자께서 이러한 문제에 관하여 평론하시었다: “우와 후직과 안회는 얼핏 보면 각기 자기의 다른 삶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길을 같이 걸어가고 있다[同道]. 우는 직책상치수를 담당했기 때문에 천하에 한 사람이라도 물에 빠지는 사람이 있으면 자기가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처럼 느꼈다. 후직은 직책상 농경을 담당했기 때문에 천하에 한 사람이라도 끼니를 굶는 사람이 있으면 자기가 끼니를 굶고 있는 것처럼 느꼈다. 이 두 사람은 그들이 담당한 직무가 긴급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에 반하여 안회의 상황은 그렇게 긴급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정도를 걸어가는 마음은 같았다. 만약에 우ㆍ직과 안회의 상황을 바꾸어서 생각해본다면, 안회 또한 우ㆍ직처럼 긴급하게 이 세상을 구원하는 데 분주하게 살았을 것이고 우ㆍ직 또한 안회처럼 안빈낙도하면서 느긋하게 살았을 것이다.
孟子曰: “顔回同道. 禹思天下有溺者, 由己溺之也; 稷思天下有飢者, 由己飢之也, 是以如是其急也. 顔子易地則皆然.
 
여기 예를 하나 들어보자! 지금 한 방에 같이 앉아있는 옆 사람들이 코피 터지게 싸우고 있다면 당연히 말려야 한다. 흩어진 머리를 빗어 상투를 틀고 갓끈을 맬 여유도 없이 달려가 말려야만 마땅하다. 이것은 우직의 상황이다. 그런데 동네자락 저 끝 언저리 집에서 누가 싸우고 있는데 흩어진 머리를 빗어 상투를 틀고 갓끈을 맬 여유도 없이 달려가 말린다는 것은 괜한 참견이다. 그것은 미혹이다. 그때는 창문을 닫고 드러눕는 것이 옳다. 이것이 안회의 상황이었다.’
今有同室之人鬪者, 救之, 雖被髮纓冠而救之, 可也. 鄕鄰有鬪者, 被髮纓冠而往救之, 則惑也, 雖閉戶可也.”

 

맹자의 위대한 커먼센스의 감각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명프라그먼트라할 것이다. 여기 맹자의 커먼센스를 지배하는 것은 ()의 철학이다. 역사적 상황, 그리고 개인적 직분에 따라 사회정의(social justice)의 감각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뒤에 5b-5에도 비슷한 논의가 있다. 중용(中庸)14군자는 그 자리에 처하여 그 자리에 합당한 행동에 최선을 다할 뿐, 그 자리를 벗어난 환상적 그 무엇에 욕심을 내지 않는다[君子素其位而行, 不願乎其外]’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도 맹자의 메시지의 컨텍스트에 따라 해석되는 것이 정당할 것이다. 맹자가 이러한 자사의 사상을 창조적으로 발전시켰을 것이다. 논어(論語)에도 정확한 직책의 명분을 얻지 않은 이상, 정사를 도모하지 않는다[不在其位, 不謀其政].’(814, 14-27)라는 공자의 말씀이 있고, 증자의 말로서 군자의 생각은 그 위를 넘어가지 않는다[君子思不出其位]’(14-28)라는 파편이 수록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유가에서는 방유도(邦有道)하면 세상에 나가 활동을 해야 마땅하지만 방무도(邦無道)하면 물러나 일신(一身)을 깨끗이 하는 것이 장땡이라는 생각이 있는데(5-1B, 5-20, 8-13, 14-1, 14-4, 15-6), 이런 생각도 여기서 말하는 평세(平世)와 난세(亂世)의 맥락에서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쓰는 역지사지(易地思之)’(출전 없음)라는 말도 이 장의 역지즉개연(易地則皆然)’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4b-31에도 동일한 표현이 있다. 중국사람들은 역지사지라는 말은 쓰지 않는다. 보통 역지개연(易地皆然)’이라고만 말한다.

 

 

 

 

인용

목차 / 맹자

전문 / 본문

중용 강의

논어한글역주

효경한글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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