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훌륭한 신하이자 백성의 적
6b-9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오늘날 군주를 잘 섬긴다 하는 자들은 모두 이와 같이 말한다: ‘나는 나의 군주를 위하여 토지를 개간하여 조세를 잘 거두어들여 국고를 충실하게 할 수 있도다.【沃案: 여기 가장 포인트가 되는 말은 ‘위군(爲君)’이라는 말이다. ‘위민(爲民)’이 아닌 군(君) 개인을 위하여 복무한다는 뜻이다】 아~ 진실로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위대한 양신(良臣)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옛 성왕의 기준으로 말하자면 모두 백성을 등쳐먹는 적들이다. 孟子曰: “今之事君者曰: ‘我能爲君辟土地, 充府庫.’ 今之所謂良臣, 古之所謂民賊也. 군주가 바른 정도의 도덕을 지향하지 아니 하고, 인(仁)의 실현에 근본적으로 뜻을 두지 않고 있는데 그런 불선(不善)한 군주를 부강하게 만들기를 꾀한다는 것은 곧 폭군 잡놈 걸(桀)을 부강하게 만드는 꼴일 뿐이다. 君不鄕道, 不志於仁, 而求富之, 是富桀也. 또한 오늘날 군주를 잘 섬긴다 하는 자들이 이와 같이 말한다: ‘나는 나의 군주를 위하여 동맹국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여 적국과 전쟁을 하게 되면 반드시 승리를 가져올 것이다. 아~ 진실로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위대한 양신(良臣)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옛 성왕의 기준으로 말하자면 모두 백성을 괴롭히는 적들이다. 我能爲君約與國, 戰必克. 今之所謂良臣, 古之所謂民賊也. 군주가 바른 정도의 도덕을 지향하지 아니 하고, 인(仁)의 실현에 근본적으로 뜻을 두지 않고 있는데 그런 불선한 군주를 위하여 전력을 다하여 전쟁을 수행한다고 하는 것은 곧 폭군 잡놈 걸(桀)을 도와 백성을 파멸로 이끄는 꼴일 뿐이다. 君不鄕道, 不志於仁, 而求爲之强戰, 是輔桀也. 오늘과 같은 세태의 길을 방치한 채 걸어가면서 오늘의 풍속을 개변시키는 혁명적 정치를 도모하지 아니 한다면, 그러한 군주에게 천하를 통일하는 왕자(王者)의 기회가 온다고 할 지라도 그는 단 하루도 그 왕좌(王座)를 편안히 지킬 수 없을 것이다.” 由今之道, 無變今之俗, 雖與之天下, 不能一朝居也.” |
맹자는 이미 진시황의 미래를 예언했다고 볼 수 있다. 그가 말하는 왕도의 실현이 진시황 스타일의 통일이 아니었다는 것이 너무도 명백히 논의되고 있다. 이 장은 물론 전국시대의 부국강병만을 꾀하고 인정(仁政)의 도덕의 구현을 거부하는 제후들을 향한 강렬한 비판이기는 하지만, 맹자의 외침은 결코 부국강병이 나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부국강병 자체의 방법론이 앞 장에서 말한 대로 전쟁을 수행하여 사람을 죽이고 영토를 빼앗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서는 아니 되며, 도(道)와 인(仁)에로의 지향성을 통하여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향도(鄕道)’의 ‘도(道)’는 ‘정도(正道)’를 말하는 것이며 그것은 결국 ‘의(義)’를 의미하는 것이다. 인의(仁義)의 도덕성이 결여된 어떠한 경제발전이나 군비확대도 민중에게 해악만 가져올 뿐이라고 절규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 우리 한민족은 너무도 불행한 시대를 살고 있다. 내가 공적인 매체를 통하여 ‘단군 이래 가장 야비한 지도자’를 모신 불행한 국민이 되었다고 공언했지만 이 확신은 한 치의 양보도 있을 수 없다. 금지소위양신(今之所謂良臣)이 고지소위적(古之所謂民賊)이라고 외치는 맹자의 명언은 천 균의 무게를 지니고 우리의 양심을 파고 든다. 오늘 현 정권 하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직자들의 부패상, 그리고 비굴한 외교정책, 그리고 대재벌들의 횡포, 그리고 여ㆍ야를 막론한 정치인들의 몰염치한 작태들은 사회정의를 외치는 그 행위 자체를 끊임없이 무기력하게 만들 뿐이다. 끊임 없이 밀어닥치는 불의의 사태가 하도 압도적이라서 정의로운 발언들이 정의롭게 인지될 인식의 기반이 상실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의 효율적인 공무원의 직책수행이 ‘민적(民賊)’의 행위일 뿐이라는 이 아이러니를 우리사회는 과연 앞으로 누가 감당할 것인가? 유능한 공무원들이 인천공항이나 KTX를 팔아먹고, 광우병의 가능성이 확실해진 미국 쇠고기를 수입하고, 공익사업의 상당 부분을 대통령의 친지가 장악하는 맥쿼리 회사의 이권으로 할양하고, 대통령의 사재를 불려주는 온갖 편법을 수행하며, 또한 이러한 유능한 공무원들이 4대강정비사업의 이권과 검은 돈을 누군가 독점하는 짓을 방조한다면 오늘날의 양신이야말로 민적이라고 외치는 맹자의 호통을 누가 감히 비켜갈 수 있을 것인가! 과거의 양 신은 국고를 충실하게나 했지만 현 정권 하의 양신은 국고를 비우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양신을 적으로 만들고 있는 그 사람이 누구인가? 그 사람을 누가 뽑았는가? 그 사람에게 누가 그 권력을 허락했는가? 과연 그 누가 그 사람에게 대통령 임기의 마지막 날까지 걸(桀)의 폭정을 계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는 것일까? 이 벙어리 냉가슴이 피를 토한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을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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