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우왕의 치수는 달랐다
6b-11. 백규(白圭)가 말하였다: “저 단(丹)【백규의 이름이 단(丹)이다】이 치수사업을 행한 방식이 우임금의 방식보다도 뛰어납니다.”【沃案: 『한비자(韓非子)』의 「유로」 편에 이런 말이 있다: ‘백규는 제방을 쌓고 그 주변을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구멍이 나는 것을 막았다. 그래서 백규로 인하여 수해가 없어졌다[白圭之行堤也, 塞其亢, 是以白圭無水難].’ 이런 표현으로 보면 백규는 제방을 쌓아 막는 식의 치수를 한 것 같다. 그러나 ‘막는 식의 치수’는 한계가 있다. 연천ㆍ포천 지역의 치수가 그러한 어리석은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업자들과 공무원들의 농간으로 주민의 절대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제방공사가 지금도 강행되고 있다】 白圭曰: “丹之治水也愈於禹.”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선생의 방식은 잘못된 것이외다. 우임금의 치수는 물길을 따라 물의 본성에 맞게, 물을 흘려보낸 것이외다. 그러므로 우임금은 동쪽의 바다를 계곡으로 삼으신 것이니 그리로 모든 물이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가도록 만들어 인문세계가 수해로부터 벗어나게 만든 것입니다.”【沃案: 중국인들에게는 낙조를 볼 수 있는 서해바다가 없다. ‘사해(四海)’는 실제로 동쪽 바다를 의미한다. 3b-9를 참조할 것】 孟子曰: “子過矣. 禹之治水, 水之道也. 是故禹以四海爲壑, 그런데 선생께서는【여기 ‘오자(吾子)’라는 표현은 상대방을 매우 높인 경칭이다. 본 장에서 두 번, 2a-1에서 두 번 쓰였다】 동쪽의 바다가 아닌 이웃나라들을 계곡으로 삼으신 것이외다. 물길이 역행(逆行)하는 것을 강수(洚水)【‘강수(洚水)’는 맹자시대의 언어감각으로 볼 때 고어적 표현이다】라고 하지요. 그런데 이 강수라는 것은 요즈음 말로 하면 홍수(洪水)라 하는 것이지요. 선생은 치수를 한다 하면서 이웃나라에게 물길을 역류시켜 홍수를 일으키고 계시오. 어찌 인인(仁人)이 할 짓이겠소? 선생은 틀렸소이다.” 今吾子以鄰國爲壑. 水逆行, 謂之洚水. 洚水者, 洪水也, 仁人之所惡也. 吾子過矣.” |
맹자가 치수사업 등 모든 거대한 국가사업을 바라보는 시각의 콘템포러리한 감각에 우리는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요즈음 말로 하자면 맹자는 철저한 에콜로지스트(ecologist)라고 할 수 있다. 규구의 회맹의 내용에도 물길을 조작하여 주변국가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조항이 들어가 있었다. 나 혼자만 잘 살자는 것이 아니라 시각을 넓혀 모두가 같이 잘 사는 방식으로 치수사업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연천읍 고문에 85m 높이의 댐을 건설중인데 그로 인하여 한탄강 본류와 그 유역의 포천ㆍ연천ㆍ강원도 철원 일부를 포함한 14개 리가 물에 잠긴다. 국내 유일의 용암으로 이루어진 화산강인 한탄강은 U자로 급격하게 파인 기암절벽 사이로 흐른다. 그 아름다움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예로부터 기우제를 지내던 검룡소(이무기가 승천하여 용이 된 곳이라 하여 신비스러운 검룡소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이 소에는 예로부터 동네 아낙들이 전 나체로 들어가서 키로 물을 하늘에 날리는 매우 아름다운 기우제 제식을 행하였다), 급격한 낙차를 이루면서 신비롭게 여러 소가 연결되어 장관을 이루고 있는 가막소 계곡 등, 구석기 시대로부터의 유물이 가득 차 있는 우리 조선문명의 요람지 중의 하나이다. 이 풍요로운 역사와 풍속, 그리고 특이한 지층의 모습이 일거에 수장되는 이 사업은 여기 맹자가 말하는 잘못 설정된 치수사업의 ‘역류(逆流)’ 폐해의 대표적 케이스에 속한다. 주된 명분은 홍수조절효과라고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으로는 그러한 효과가 전혀 없다고 한다. 경제성도 없으며, 발전도 하지 않는 무용지물의 댐이다. 동강댐이 좌절된 이후, 사계의 업자들이 공무원과 결탁되어 이권사업의 지속을 위하여 강행하는 무의미한 짓거리일 뿐이라고 동리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이 고문리 사업은 4대강정비사업과는 별개의 이권사업으로 진 행된 것이지만 이런 폐해가 앞으로 4대강 유역에서도 계속 속출할 것이다.
고문리 댐사업은 지금도 늦지 않았다. 이권에 눈이 멀어 국가의 대계(大計)를 그르치지 말고 그 플랜을 재고하여, 새로운 합리적 구상을 수립하여, 국토를 보전하고 농민의 삶의 터전을 풍요롭게 만드는 보다 생산적인 방향으로 그 사업을 전향시켜야 할 것이다.
▲ 포천시 중리 한탄강 검룡소, 가뭄이 들면 동네 원로 할머니가 이렇게 말한다: “아가, 아가, 곡식들이 목이 탄단다. 가자, 가자, 물까불러 가자” 동리의 온 여인들이(치녀들은 제외) 벌거벗고 키로 물을 하늘에 올리면 사흘 후엔 여지없이 비가 오곤 했다. 그런데 테레비 일기예보가 생긴 후로 그 풍속이 사라졌다고 한다. 이토록 아름답고 유서 깊은 문화재가 토목공사 이권집단들의 농간으로 곧 수장되어 사라진다고 하니 얼마나 통탄할 일이냐! 이 땅의 정감어린 모든 전승을 다 수장시키고 파괴할 셈인가? 어딜가나 이 국토 사직의 신음소리가 들린다. 설악산 대청봉에까지 케이블카를 만든다니 백두대간의 하느님이 진노하시리라!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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