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인품의 네 등급
7a-19. 맹자께서 말씀하시었다: “내가 내 주변의 인물들을 바라보는 네 가지 틀이 있다. 그 첫째가 군주를 섬긴다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부류가 있다. 이 자들은 군주를 섬기면서 군주의 비위를 맞추는 데만 신경을 쓰는 아첨꾼들이다. 7a-19. 孟子曰: “有事君人者, 事是君則爲容悅者也. 그 두 번째가 국가사직을 평온하게 만든다는 일념만을 가지고 있는 신하들이다. 이 자들은 물론 국가사직이 편안하기만 하면 만족하는 현실주의자들이다. 有安社稷臣者, 以安社稷爲悅者也. 그 세 번째가 천하의 안위를 걱정한다고 뻑시는 좀 큰 스케일의 천민(天民)이 있다. 이들은 천하를 움직이고자 하는 포부가 실현될 수 있는 지위를 얻었다고 생각할 때에만 출사하여 행동하는 부류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기회주의자들이며 공리에 밝은 인물들이다. 有天民者, 達可行於天下而後行之者也.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인물은 네 번째의 부류이니 곧 대인(大人)이다. 대인은 오직 세태에 관계없이 자기를 바르게 함으로써 주변의 모든 사물이 바르게 되는, 그러한 인물이다.” 有大人者, 正己而物正者也.” |
앞의 세 부류는【① 사군인자(事君人者) ② 안사직신자(安社稷臣者) ③ 천민(天民)】 모두 긍정적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오직 대인만이 긍정적 의미를 지닌다. 대인은 삶의 공리적 계산이 전제되어 있지 않다. 칸트가 말하는 바 실천이성의 정언명령을 실행하는 인물이다. 여기 ‘정기이물정(正己而物正)’에서 ‘물(物)’이 사물일 뿐 아니라 주변의 인물일 수도 있다. 그리고 앞의 ‘정(正)’은 타동사이지만 뒤의 ‘정(正)’은 자동사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나를 바르게 함으로써 주변의 사람들이나 사물들이 모두 바르게 되는 것이다. 그러한 자연스러운 감화력이 있어야만 ‘대인(大人)’이다(7b-25 참조).
본 장의 ‘대인(大人)의 철학’은 반드시 『중용(中庸)』의 25장과의 관련성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성자물지종시(誠者物之終始)’라든가, ‘불성무물(不誠無物)’이라든가, 성자(誠者)는 성기(成己)할 뿐만 아니라 반드시 성물(成物)한다는 것, 이런 언어들과 같은 패러다임 속에서 이해되어야 하는 것이다. 『중용(中庸)』 22장의 진인지성(盡人之性)하면 진물지성(盡物之性)할 수 있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여기 맹자가 말하는 대인(大人)은 곧 대자연의 성(誠)을 체화시켜 천지의 화육(化育)을 도모할 수 있는 인물이다. 천하를 움직일 수 있다고 뻥치는 천민(天民)들은 소용없다는 것이다. 오직 성실한 대인(大人)만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바로잡을 수 있다. 여기 ‘세계’는 군주도 아니고 사직도 아니고 천하도 아니다. 진실한 우리 삶의 환경(Umwelt)일 뿐이다.
첫째 부류 | 사군인자 事君人者 |
사시군즉위용열자 事是君則爲容悅者 |
둘째 부류 | 안사직신자 安社稷臣者 |
이안사직위열자 以安社稷爲悅者 |
셋째 부류 | 천민자 天民者 |
달가행어천하이후행지자 達可行於天下而後行之者 |
넷째 부류 | 대인자 大人者 |
정기이물정자 正己而物正者 |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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