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 허균을 경복케 한 이달의 시재
蓀谷李達少與荷谷相善, 一日往訪焉. 許筠適又來到, 睥睨蓀谷, 略無禮容, 談詩自若.
荷谷曰: “詩人在坐, 卯君曾不聞知耶? 請爲君試之.” 卽呼韻, 達應口而賦一絶, 其落句云: ‘墻角小梅開落盡, 春心移上杏花枝.’ 筠改容驚謝, 遂結爲詩伴.
且如「贈湖寺僧」詩曰: ‘東湖停棹暫經過, 楊柳悠悠水岸斜. 病客孤舟明月在, 老僧深苑落花多. 歸心黯黯連芳草, 鄕路迢迢隔遠波. 獨坐計程雲海外, 不堪西日聽啼鴉.’ 絶似唐人韻響.
해석
손곡 이달이 젊었을 적에 하곡 허봉과 서로 좋아하여 하루는 가서 방문했었다.
許筠適又來到, 睥睨蓀谷,
하곡의 동생 허균이 마침 또한 와서 도착했고 손곡을 흘겨보며,
略無禮容, 談詩自若.
거의 예의를 갖춘 태도도 없이 시를 말하는 게 태연자약했다.
荷谷曰: “詩人在坐, 卯君曾不聞知耶?
하곡이 말했다. “시인이 앉아 있다는 것을 아우는 일찍이 들어 알지 않는가.
請爲君試之.”
청컨대 아우를 위해 시험 삼아 지어주게나.”
卽呼韻, 達應口而賦一絶, 其落句云: ‘墻角小梅開落盡, 春心移上杏花枝.’
곧 운자를 부르자 이달은 즉석에서 하나의 절구(「운자를 부르다呼韻」)를 지었으니, 결구는 다음과 같다.
牆角小梅風落盡 | 담장 모서리의 작은 매화 바람에 다 떨어져, |
春心移上杏花枝 | 춘심은 살구꽃 가지로 옮겨 갔다네. |
筠改容驚謝, 遂結爲詩伴.
허균은 낯빛을 고치더니 놀라며 사죄하고 마침내 시반(詩伴)을 맺었다.
且如「贈湖寺僧」詩曰: ‘東湖停棹暫經過, 楊柳悠悠水岸斜. 病客孤舟明月在, 老僧深苑落花多. 歸心黯黯連芳草, 鄕路迢迢隔遠波. 獨坐計程雲海外, 不堪西日聽啼鴉.’
또한 「호숫가 절의 스님에게 주다[贈湖寺僧] / 연상인의 시축에 짓다[題衍上人軸]」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東湖停棹暫經過 | 동호에 노를 멈추고 잠시 들러 가려고 하니, |
楊柳悠悠水岸斜 | 수양버들은 치렁치렁 강둑에서 늘어졌는데, |
病客孤舟明月在 | 병든 객의 외로운 배에 밝은 달빛이 비추겠고, |
老僧深院落花多 | 늙은 스님의 깊은 뜰 진 꽃잎만 가득하겠지. |
歸心黯黯連芳草 | 돌아가려는 마음에 시름겹게 고운 풀로 이어지나, |
鄕路迢迢隔遠波 | 고향 길은 까마득이 큰 파도에 막혀 있어, |
獨坐計程雲海外 | 홀로 앉아 갈길 따져보니 구름바다 밖이라, |
不堪西日聽啼鴉 | 해질녘 길가마귀 울음소리 차마 못 듣겠네. |
絶似唐人韻響.
매우 당나라 시인의 운치와 음조에 비슷하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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