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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시평 상권 - 110. 광한루의 시회 본문

문집/소화시평

소화시평 상권 - 110. 광한루의 시회

건방진방랑자 2021. 10. 28.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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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0. 광한루의 시회

 

 

蓀谷嘗客遊帶方郡, 白玉峯林白湖梁松巖同登廣寒樓. 於酒席白湖林悌先賦一律: ‘南浦微風生晩波, 淸烟低柳碧斜斜. 山分仙府樓居好, 路入平蕪夜色多. 千里更成京國夢, 一春空負故園花. 淸尊話別新篇在, 却勝驪駒數曲歌.’

蓀谷次: ‘淸溪雨後起微波, 楊柳陰陰水岸斜. 南陌一樽須盡醉, 東風三月已無多. 離亭處處王孫草, 門巷家家枳穀花. 流落天涯爲客久, 不堪中夜聽嗚歌.’

王峯次: ‘畵欄西畔綠蘋波, 無限離情日欲斜. 芳草幾時行路盡, 靑山何處白雲多. 孤舟夢裏滄溟事, 三月煙中上苑花. 樽酒已空人易散, 野禽如怨又如歌.’

松巖次: ‘烏鵲橋頭春水波, 廣寒樓外柳絲斜. 風烟千里勝區在, 詩酒一場歡意多. 誰向筵前怨芳艸, 行看歸騎踏殘花. 天涯去住愁如織, 强把狂言替浩歌.’

世傳諸公此遊, 適値國恤. 詩濃麗, 圓熟, 蓀谷玉峯最逼唐韻, 蓀谷首末兩句却平平, 不若玉峯起得結得, 皆磊落淸新.

 

 

 

 

해석

蓀谷嘗客遊帶方郡, 白玉峯林白湖梁松巖同登廣寒樓.

손곡이 일찍이 나그네로 대방군(帶方郡, 남원의 옛 지명)을 유람할 때 백옥봉과 임백호와 송암(松巖) 양대박(梁大樸)과 함께 광한루에 올랐다.

 

於酒席白湖林悌先賦一律: ‘南浦微風生晩波, 淸烟低柳碧斜斜. 山分仙府樓居好, 路入平蕪夜色多. 千里更成京國夢, 一春空負故園花. 淸尊話別新篇在, 却勝驪駒數曲歌.’

술 연회석에서 백호 임제가 먼저 한 율시를 지었으니 다음과 같다.

 

南浦微風生晩波 남포의 잔바람에 늦물결 일어
晴烟低柳碧斜斜 갠 연기가 버들에 낮아 푸르름이 휘청이네[斜斜].
山分仙府樓居好 산이 신선 고을인 남원에서 나눠지니 누각에 있기가 좋고
路入平蕪野色多 길이 평야로 들어가니 들판의 색이 짙네.
千里更成京國夢 천 리에서 다시 서울의 꿈을 꾸고
一春空負故園花 봄 내내 공연히 고향의 꽃을 업는다네.
淸尊話別新篇在 맑은 술잔[]의 이별 얘기에 새로운 시가 있으니
却勝驪駒數曲歌 도리어 여구곡(驪駒曲)몇 곡조보다 낫다네.

 

蓀谷次: ‘淸溪雨後起微波, 楊柳陰陰水岸斜. 南陌一樽須盡醉, 東風三月已無多. 離亭處處王孫草, 門巷家家枳穀花. 流落天涯爲客久, 不堪中夜聽嗚歌.’

손곡이 다음과 같이 차운했다.

 

淸溪雨後起微波 맑은 시내에 비 갠 후 잔물결 일어나
楊柳陰陰水岸 버들개지는 어둑어둑 물가에 휘청이네[斜斜].
南陌一樽須盡醉 남쪽 언덕에서 한 잔하니[] 반드시 모두 취하지만
東風三月已無多 봄바람 부는 3월인데도 이미 짙지 않네.
離亭處處王孫草 이별하는 길목 곳곳에 왕손초가 있고
門巷家家枳穀花 문과 거리, 집마다에 탱자[枳穀花] 꽃 있지.
流落天涯爲客久 하늘 끝에 떠돌다가 나그네가 된 지 오래라
不堪中夜聽嗚歌 한밤에 오나라 노래 차마 못 듣겠네.

 

王峯次: ‘畵欄西畔綠蘋波, 無限離情日欲斜. 芳草幾時行路盡, 靑山何處白雲多. 孤舟夢裏滄溟事, 三月煙中上苑花. 樽酒已空人易散, 野禽如怨又如歌.’

옥봉이 다음과 같이 차운했다.

 

畵欄西畔綠蘋波 서쪽 언덕의 그림 난간에 푸른 마름 물결쳐
無限離情日欲斜 해질녘에 무한한 이별의 정.
芳草幾時行路盡 향기로운 풀은 어느 때에 다니는 길에 사라질꼬?
靑山何處白雲多 푸른 산은 어느 곳에서 흰 구름이 많을꼬?
孤舟夢裏滄溟事 외로운 배의 꿈 속에 푸른 바다의 일이고
三月煙中上苑花 3월의 연기 속에 상원의 꽃 폈네.
樽酒易空人易散 술자리도 쉽게 부질없어지고 사람도 쉽게 헤어지니
野禽如怨又如歌 들판의 새들도 원망하는 듯 또 지저귀는 구나.

 

松巖次: ‘烏鵲橋頭春水波, 廣寒樓外柳絲斜. 風烟千里勝區在, 詩酒一場歡意多. 誰向筵前怨芳艸, 行看歸騎踏殘花. 天涯去住愁如織, 强把狂言替浩歌.’

송암이 다음과 같이 차운했다.

 

烏鵲橋頭春水波 오작교 머리에 봄물 물결 치고
廣寒樓外柳絲 광한루 밖에 버들개지 휘청이네.
風烟千古勝區在 바람과 안개는 천고토록 명승지에 있고
詩酒一場歡意多 시와 술은 일장춘몽이지만 기쁨이 많다네.
誰向筵前怨芳草 누가 이별의 연회를 향해 향긋한 풀을 원망할까?
行看歸騎踏殘花 다니며 말타고 돌아가는 걸 보니 진 꽃을 밟는다네.
天涯去住愁如織 하늘 끝 떠나고 머묾의 근심이 베처럼 가득하지만
强把狂言替浩歌 억지로 미친 말을 걷어내고 호탕한 노래로 바꿔 부르네.

 

世傳諸公此遊, 適値國恤.

세상에 전하기로 여러 사람의 이런 유람은 마침 국상[國恤]을 당했을 때라 한다.

 

白湖以歌字先唱, 欲窘諸公, 玉峯之野禽如歌, 詩人皆以爲善押云.

백호는 ()’자로 선창하여 여러 사람들을 질색하게 하려 했지만 옥봉은 들판의 새 노래하는 듯하네[野禽如歌].’라고 지으니 시인들이 모두 잘 놓았다고 여겼다고들 한다.

 

詩濃麗, 圓熟, 蓀谷玉峯最逼唐韻,

대체로 임제의 시는 짙고 고우며 양산박의 시는 원숙하며 손곡과 옥봉은 가장 당나라 시체에 가깝지만

 

蓀谷首末兩句却平平, 不若玉峯起得結得, 皆磊落淸新.

손곡 시의 첫 구와 끝 구 두 구절은 도리어 평범해서 옥봉의 기구와 결구가 모두 기상이 활달하고[磊落] 맑으며 새운 것만은 못하다.

 

 

인용

목차 / 작가 / 서설

한시사 / 한시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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