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 광한루의 시회
蓀谷嘗客遊帶方郡, 與白玉峯ㆍ林白湖ㆍ梁松巖同登廣寒樓. 於酒席白湖林悌先賦一律曰: ‘南浦微風生晩波, 淸烟低柳碧斜斜. 山分仙府樓居好, 路入平蕪夜色多. 千里更成京國夢, 一春空負故園花. 淸尊話別新篇在, 却勝驪駒數曲歌.’
蓀谷次曰: ‘淸溪雨後起微波, 楊柳陰陰水岸斜. 南陌一樽須盡醉, 東風三月已無多. 離亭處處王孫草, 門巷家家枳穀花. 流落天涯爲客久, 不堪中夜聽嗚歌.’
王峯次曰: ‘畵欄西畔綠蘋波, 無限離情日欲斜. 芳草幾時行路盡, 靑山何處白雲多. 孤舟夢裏滄溟事, 三月煙中上苑花. 樽酒已空人易散, 野禽如怨又如歌.’
松巖次曰: ‘烏鵲橋頭春水波, 廣寒樓外柳絲斜. 風烟千里勝區在, 詩酒一場歡意多. 誰向筵前怨芳艸, 行看歸騎踏殘花. 天涯去住愁如織, 强把狂言替浩歌.’
世傳諸公此遊, 適値國恤. 盖林詩濃麗, 梁圓熟, 蓀谷ㆍ玉峯最逼唐韻, 而蓀谷首末兩句却平平, 不若玉峯起得結得, 皆磊落淸新.
해석
손곡이 일찍이 나그네로 대방군(帶方郡, 남원의 옛 지명)을 유람할 때 백옥봉과 임백호와 송암(松巖) 양대박(梁大樸)과 함께 광한루에 올랐다.
於酒席白湖林悌先賦一律曰: ‘南浦微風生晩波, 淸烟低柳碧斜斜. 山分仙府樓居好, 路入平蕪夜色多. 千里更成京國夢, 一春空負故園花. 淸尊話別新篇在, 却勝驪駒數曲歌.’
술 연회석에서 백호 임제가 먼저 한 율시를 지었으니 다음과 같다.
南浦微風生晩波 | 남포의 잔바람에 늦물결 일어 |
晴烟低柳碧斜斜 | 갠 연기가 버들에 낮아 푸르름이 휘청이네[斜斜]. |
山分仙府樓居好 | 산이 신선 고을인 남원에서 나눠지니 누각에 있기가 좋고 |
路入平蕪野色多 | 길이 평야로 들어가니 들판의 색이 짙네. |
千里更成京國夢 | 천 리에서 다시 서울의 꿈을 꾸고 |
一春空負故園花 | 봄 내내 공연히 고향의 꽃을 업는다네. |
淸尊話別新篇在 | 맑은 술잔[樽]의 이별 얘기에 새로운 시가 있으니 |
却勝驪駒數曲歌 | 도리어 「여구곡(驪駒曲)」 몇 곡조보다 낫다네. |
蓀谷次曰: ‘淸溪雨後起微波, 楊柳陰陰水岸斜. 南陌一樽須盡醉, 東風三月已無多. 離亭處處王孫草, 門巷家家枳穀花. 流落天涯爲客久, 不堪中夜聽嗚歌.’
손곡이 다음과 같이 차운했다.
淸溪雨後起微波 | 맑은 시내에 비 갠 후 잔물결 일어나 |
楊柳陰陰水岸斜 | 버들개지는 어둑어둑 물가에 휘청이네[斜斜]. |
南陌一樽須盡醉 | 남쪽 언덕에서 한 잔하니[樽] 반드시 모두 취하지만 |
東風三月已無多 | 봄바람 부는 3월인데도 이미 짙지 않네. |
離亭處處王孫草 | 이별하는 길목 곳곳에 왕손초가 있고 |
門巷家家枳穀花 | 문과 거리, 집마다에 탱자[枳穀花] 꽃 있지. |
流落天涯爲客久 | 하늘 끝에 떠돌다가 나그네가 된 지 오래라 |
不堪中夜聽嗚歌 | 한밤에 오나라 노래 차마 못 듣겠네. |
王峯次曰: ‘畵欄西畔綠蘋波, 無限離情日欲斜. 芳草幾時行路盡, 靑山何處白雲多. 孤舟夢裏滄溟事, 三月煙中上苑花. 樽酒已空人易散, 野禽如怨又如歌.’
옥봉이 다음과 같이 차운했다.
畵欄西畔綠蘋波 | 서쪽 언덕의 그림 난간에 푸른 마름 물결쳐 |
無限離情日欲斜 | 해질녘에 무한한 이별의 정. |
芳草幾時行路盡 | 향기로운 풀은 어느 때에 다니는 길에 사라질꼬? |
靑山何處白雲多 | 푸른 산은 어느 곳에서 흰 구름이 많을꼬? |
孤舟夢裏滄溟事 | 외로운 배의 꿈 속에 푸른 바다의 일이고 |
三月煙中上苑花 | 3월의 연기 속에 상원의 꽃 폈네. |
樽酒易空人易散 | 술자리도 쉽게 부질없어지고 사람도 쉽게 헤어지니 |
野禽如怨又如歌 | 들판의 새들도 원망하는 듯 또 지저귀는 구나. |
松巖次曰: ‘烏鵲橋頭春水波, 廣寒樓外柳絲斜. 風烟千里勝區在, 詩酒一場歡意多. 誰向筵前怨芳艸, 行看歸騎踏殘花. 天涯去住愁如織, 强把狂言替浩歌.’
송암이 다음과 같이 차운했다.
烏鵲橋頭春水波 | 오작교 머리에 봄물 물결 치고 |
廣寒樓外柳絲斜 | 광한루 밖에 버들개지 휘청이네. |
風烟千古勝區在 | 바람과 안개는 천고토록 명승지에 있고 |
詩酒一場歡意多 | 시와 술은 일장춘몽이지만 기쁨이 많다네. |
誰向筵前怨芳草 | 누가 이별의 연회를 향해 향긋한 풀을 원망할까? |
行看歸騎踏殘花 | 다니며 말타고 돌아가는 걸 보니 진 꽃을 밟는다네. |
天涯去住愁如織 | 하늘 끝 떠나고 머묾의 근심이 베처럼 가득하지만 |
强把狂言替浩歌 | 억지로 미친 말을 걷어내고 호탕한 노래로 바꿔 부르네. |
世傳諸公此遊, 適値國恤.
세상에 전하기로 여러 사람의 이런 유람은 마침 국상[國恤]을 당했을 때라 한다.
白湖以歌字先唱, 欲窘諸公, 玉峯之野禽如歌, 詩人皆以爲善押云.
백호는 ‘가(歌)’자로 선창하여 여러 사람들을 질색하게 하려 했지만 옥봉은 ‘들판의 새 노래하는 듯하네[野禽如歌].’라고 지으니 시인들이 모두 잘 놓았다고 여겼다고들 한다.
盖林詩濃麗, 梁圓熟, 蓀谷ㆍ玉峯最逼唐韻,
대체로 임제의 시는 짙고 고우며 양산박의 시는 원숙하며 손곡과 옥봉은 가장 당나라 시체에 가깝지만
而蓀谷首末兩句却平平, 不若玉峯起得結得, 皆磊落淸新.
손곡 시의 첫 구와 끝 구 두 구절은 도리어 평범해서 옥봉의 기구와 결구가 모두 기상이 활달하고[磊落] 맑으며 새운 것만은 못하다.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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