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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시(詩)와 문자유희(文字遊戱): 한시(漢詩)의 쌍관의(雙關義) - 8. 견우(牽牛)와 소도둑④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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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와 문자유희(文字遊戱): 한시(漢詩)의 쌍관의(雙關義) - 8. 견우(牽牛)와 소도둑④

건방진방랑자 2021. 12. 7.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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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견우(牽牛)와 소도둑

 

 

만해 한용운의 심은 버들이란 작품도 바로 그런 예에 해당한다.

 

 

뜰 앞에 버들을 심어

님의 말을 매렸더니

님은 가실 때에

버들을 꺾어 말채찍을 하였습니다.

 

버들마다 채찍이 되어서

님을 따르는 나의 말도 채칠까 하였더니

남은 가지 천만사(千萬絲)

해마다 해마다 보낸 한()을 잡아맵니다.

 

 

위 시에서 남은 가지 천만사(千萬絲)’는 님을 향한 남은 생각 천만사(千萬思)’와 쌍관(雙關)된다. 그러므로 보낸 한()’을 잡아매는 것은 천만사(千萬絲)’의 얽히고설킨 버들가지이면서 동시에 천만사(千萬思)’의 부질없는 기다림과 집착이 된다.

 

甲日花無乙日輝 오늘 핀 꽃이 내일 빛남 없음은
一花羞向兩朝暉 한 꽃으로 두 아침 햇살 부끄럽기 때문이라.
葵傾日日如馮道 해바라기 날마다 기움을 업신여겨 말한다면
誰辨千秋似是非 천추(千秋)의 옳고 그름을 뉘 있어 분별하리.

 

윤선도(尹善道)목근(木槿)이란 작품이다. 목근(木槿)은 무궁화다. 무궁화는 꽃의 생리가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이면 지는 까닭에 흔히 조개모락화(朝開暮落花)라 불린다. 이를 두고 일일영(一日榮)’이라 하여 덧없는 소인배의 작태에 견주기도 하나, 시인은 오늘 아침에 핀 꽃이 내일 아침까지 빛나지 않은 것은 두 아침의 햇살과 마주 향해 서기가 부끄럽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이렇게 본다면 날이면 날마다 태양만을 향해 하염없이 고개를 숙인 해바라기의 줏대 없는 일편단심(一片丹心)도 하냥 기릴 것은 없겠다. 따지고 보면 천추(千秋)의 시비(是非)라는 것도 이와 같은 것이 아니던가. 오늘의 ()’가 내일엔 ()’가 되고, 어제 쏟아지던 비난이 오늘은 기림이 되어 쏟아진다. 어찌 이깟 시비(是非)에 일희일비(一喜一悲) 할 것이랴.

 

무궁화를 두고 소인배라 비웃으면 씩 웃어줄 일이요, 두 조정을 섬기지 않는 충신(忠臣)으로 기리면 고개를 돌리고 말 일이다. 해바라기의 일편단심을 충신으로 기리면 침을 뱉을 일이요, 줏대 없는 아첨배라 한대도 상관 말 일이다. 인간 세상의 시비곡직(是非曲直)이란 원래 그런 것이니까. 여기서 2구의 양조(兩朝)’두 아침이면서 동시에 두 조정의 의미를 쌍관(雙關)하고 있다. 열녀(烈女)는 두 지아비를 섬기지 않고, 충신(忠臣)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다 했던가. ‘근화일일영(槿花一日榮)’의 상식을 뒤엎어 여기서 불사이군(不事二君)’의 의미를 읽고 있는 시인의 독법(讀法)은 그의 평생을 따라다녔던 훼예곡절(毁譽曲折)을 떠올리면 다른 설명이 필요 없겠다. 이와 같이 쌍관의(雙關義)는 시의 함축미를 효과적으로 제고시켜주는 매우 유용한 수단이 된다.

 

 

 

 

 

 

인용

목차

한국한시사

1. 초록 저고리, 국수 한 사발

2. 초록 저고리, 국수 한 사발

3. 장님의 단청 구경

4. 장님의 단청 구경

5. 견우(牽牛)와 소도둑

6. 견우(牽牛)와 소도둑

7. 견우(牽牛)와 소도둑

8. 견우(牽牛)와 소도둑

9. 뻐꾹새 울음 속에 담긴 사회학

10. 뻐꾹새 울음 속에 담긴 사회학

11. 뻐꾹새 울음 속에 담긴 사회학

12. 선덕여왕의 자격지심

13. 선덕여왕의 자격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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