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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한시미학산책, 시(詩)와 문자유희(文字遊戱): 한시(漢詩)의 쌍관의(雙關義) - 13. 선덕여왕의 자격지심②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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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산책, 시(詩)와 문자유희(文字遊戱): 한시(漢詩)의 쌍관의(雙關義) - 13. 선덕여왕의 자격지심②

건방진방랑자 2021. 12. 7.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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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선덕여왕의 자격지심

 

 

작호도(鵲虎圖)와 노안도(蘆雁圖)의 속뜻

 

인사동 거리를 지나다 보면 흔히 표범을 그려놓고 그 배경에 소나무와 까치를 그려 둔 민화와 마주하게 된다. 이 그림은 일종의 세화(歲畵)로서 정월에만 붙이는 것이다. 반드시 표범이라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표범을 본 일이 없어 슬며시 호랑이로 둔갑해 그려져 있기도 한다. 이를 작호도(鵲虎圖)라 하여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호랑이와 까치를 친근하게 여겨왔고 운운하는 설명이 친절하게 붙어 있기도 하지만, 사정을 알고 보면 표범과 소나무와 까치는 상황을 상징하는 하나의 코드일 뿐이다. 표범을 나타내는 한자 ()’빠오로 읽혀지니, 알린다는 뜻의 ()’와 발음이 같다. 까치는 희작(喜鵲)’이라 하여 기쁜 소식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까치와 표범이 합쳐지면 기쁜 소식을 알린다는 뜻이 된다. 소나무 ()’은 보낼 ()’과 발음이 같으니, 결국 이 그림은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 기쁜 소식을 알린다는 송구영신(送舊迎新), 신년보희(新年報喜)의 의미로 읽히게 되는 것이다.

 

그림 쌍관의 원리 의도
표범 그림 =’ / 발음의 유사성 소식
까치 그림 =喜鵲’ / 상징 기쁜 소식
소나무 그림 =’ / 발음의 유사성 보낸다.

 

 

 

 

작자 미상, 작호도(鵲虎圖).

머리는 표범이고 몸은 호랑이다. 소나무 가지에 앉은 까치와 서로 기세 싸움이 한창이다.

 

 

 

갈대숲에 기러기를 얹은 그림은 노안도(蘆雁圖)라 하여 지금도 흔히 볼 수 있다. 이때 갈대를 나타내는 ()’()’와 기러기 ()’()’과 쌍관되어 늙어 편안하시라는 노안도(老安圖)’가 된다. 또 버드나무 밑에 오리 두 마리를 그려 놓으면 이는 과거(科擧) 시험에 연달아 장원 급제하는 행운을 기원하는 그림이 된다. 버드나무 ()’자는 머문다는 뜻의 ()’와 쌍관되고, 오리 ()’은 파자(破字)하면 장원급제를 나타내는 ()’의 뜻이 되는 때문이다. 두 마리는 초시와 복시에 잇달아 패스함을 뜻한다. 예전에 한시에서 버들가지 꺾는 것이 이별의 정표임을 말한 바 있는데, 이 또한 쌍관의 독법(讀法)으로 읽으면 떠나지 말고 머무시라는 의미로 파악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림 쌍관의 원리 의도
갈대 그림 =’ / 발음의 유사성 늙다
소나무 그림 =’ / 발음의 유사성 편안하다.
버드나무 그림 =’ / 발음의 유사성  
두 마리 오리 그림 =’ / 破子의 원리 초시와 복시에서 급제함

 

 

 

쌍관을 통한 언어유희로 시에 생명을 불어넣다

 

대개 동양화에서 이러한 쌍관의(雙關義)를 활용하여 입상진의(立象盡意)하는 수법은 연원이 매우 오래고 다분히 관습적이다. 이러한 관습은 너무나 일상화되어 뒤에 오면 그 본래 의미에 변질을 가져오기도 한다. 또한 실제 경물과는 동떨어진 인습적 화풍의 모방복제를 되풀이하는 폐단을 낳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사물과 언어를 결합하여 쌍관할 줄 알았던 선인들의 정신이 낳은 상징과 함축의 예술임도 부인할 수 없다동양화의 이러한 상징 원리에 대해서는 조용진 교수의 동양화 읽는 법(집문당, 1992)에 설명과 예시가 자세하다.

 

이렇듯 한자(漢字)의 발음과 의미상의 연관을 통해 깊은 함축을 담는 쌍관의(雙關義)의 활용은 한시뿐 아니라 그림에서도 널리 사용되었다. 갑오년 동학혁명 당시를 노래하고 있는 민요 갑오세 가보세, 을미적 을미적과 같은 예도 모두 쌍관의(雙關義)의 활용이 돋보이는 예이다. 물론 시는 문자유희와는 엄연히 구분된다. 그러나 언어 예술로서 시가(詩歌) 언어가 이러한 유희적 성분을 갖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것은 시가(詩歌) 예술 위에 신선한 호흡과 생동하는 활기를 불어 넣어 준다. 시인이 문자 유희에만 탐닉해서도 안 되겠지만, 그 속에서 뜻밖에 언뜻언뜻 드러나는 언어의 발랄한 생기를 일부러 멀리 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강한정(江寒汀), 춘류쌍압도(春柳雙鴨圖), 20세기, 135X65cm, 중국 상해미술관.

두 마리 오리는 소과와 대과에 급제하란 뜻이다. 버들가지는 그런 행운이 머물라는 의미. 수험생을 위해 그려준 그림이다.  

 

 

 

인용

목차

한국한시사

1. 초록 저고리, 국수 한 사발

2. 초록 저고리, 국수 한 사발

3. 장님의 단청 구경

4. 장님의 단청 구경

5. 견우(牽牛)와 소도둑

6. 견우(牽牛)와 소도둑

7. 견우(牽牛)와 소도둑

8. 견우(牽牛)와 소도둑

9. 뻐꾹새 울음 속에 담긴 사회학

10. 뻐꾹새 울음 속에 담긴 사회학

11. 뻐꾹새 울음 속에 담긴 사회학

12. 선덕여왕의 자격지심

13. 선덕여왕의 자격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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