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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이랑 놀자

한시미학산책, 시(詩)와 문자유희(文字遊戱): 한시(漢詩)의 쌍관의(雙關義) - 11. 뻐꾹새 울음 속에 담긴 사회학③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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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미학산책, 시(詩)와 문자유희(文字遊戱): 한시(漢詩)의 쌍관의(雙關義) - 11. 뻐꾹새 울음 속에 담긴 사회학③

건방진방랑자 2021. 12. 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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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뻐꾹새 울음 속에 담긴 사회학

 

 

한시에는 이렇듯 새 울음소리를 음차하여 훈독(訓讀)함으로써 이중 의미를 담는 금언체(禽言體)라는 것이 일찍부터 발달되었다. 노고지리를 노고질(老姑疾)’로 표기하여 늙은 시어머니의 병환을 노래한다든지, 아예 부과자(負鍋者)’라 하여 노구[] 솥을 등에 질[] []’라고 풀기도 한다. 소쩍새는 솥적다고 정소(鼎小)’라 하고, 까마귀는 고악(姑惡)’이라 하여 시어머니를 향한 며느리의 푸념을 늘어놓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소쩍새의 다른 이름인 주걱새를 死去’(죽어)로 표기하여 나 죽겠네의 탄식을 털어 놓기도 한다. 모두 쌍관(雙關)의 묘미(妙味)를 활용하고 있는 예들이다.

 

鼎小 鼎小 솥적 솥적
飯多炊不了 쌀이 많아 밥 지을 수 없다지만
今年米貴苦艱食 금년엔 쌀이 귀해 끼니 잇기 어려우니
不患鼎小患無粟 솥 작아 근심 없고 곡식 없어 근심일세.
但令盎中有餘粮 다만 동이 속에 남은 곡식 있어서
乘熱再炊猶可足 불 때어 두 끼만 먹어도 오히려 좋겠네.

 

장유(張維)정소(鼎小)란 작품이다. 소쩍새는 자꾸만 솥이 적다고 아우성이지만, 실제로는 말할 수 없는 흉년이다. 곡식은 많은데 솥이 적어 하는 근심이라면 근심이랄 것도 없겠다. 뒤주를 박박 긁어도 남은 곡식이 없으니 말이다.

 

그런가 하면 유득공(柳得恭)동금언(東禽言)4수 중 정소(鼎小)에서 이렇게 노래하고 있다.

 

鼎小鼎小 粟多鼎小 솥적 솥적 쌀은 많고 솥은 작네.
婦憂悄悄 아낙은 걱정되어 안절부절 못하는데
夫來笑謂婦 낭군 와서 웃으며 아낙에게 하는 말이
朝朝夕夕 兩炊喫了 아침마다 저녁마다 가뜬가뜬 배 불리 먹어치웁시다.

 

봄부터 솥이 작다고 소쩍새가 울더니 대풍(大豊)이 들었다. 배불리 먹을 욕심에 쌀을 잔뜩 얹고 보니 솥이 작아 넘칠 판이다. 아까운 쌀밥이 넘치기라도 하면 어쩌나 싶어 아낙은 안절부절 못하는데, 타작을 마친 낭군은 활짝 웃으며 아침에도 저녁에도 배불리 먹읍시다 한다. 참으로 흥겨운 정경이다. 이런 걱정이라면 아무리 해도 기쁠 것만 같다.

 

이러한 금언체(禽言體)의 문학 전통은 앞서 뻐꾹새가 복국조(復國鳥)로 되는 예에서도 보았듯이 개화기에 와서도 활발하게 이어졌다. 19206월 창간된 개벽(開闢)창간호에 실렸다가 압수 삭제된 시 금쌀악옥가루에서도 새울음 소리의 음차를 통한 시대 풍자를 읽을 수 있다.

 

 

북풍한설(北風寒雪) 가마귀 집 귀()한줄 깨닷고 가옥가옥(家屋家屋) 우누나

유소불굴(有巢不居) -가치 집 일홈을 부끄러 가치가치(可恥可恥) 짓누나

명월추당(明月秋堂) 귀뚜리 집 일흘가 저허서 실실실실(失失失失) 웨놋다 금쌀악

 

황혼남산(黃昏南山) 부흥이 사업(事業) 부흥(復興)하라고 부흥부흥(復興復興) 하누나

만산모야(晩山暮夜) 속독새 사업독촉(事業督促) 하여서 속속속속(速速速速) 웨이네

경칩(驚蟄) 맛난 개구리 사업(事業) 저다 하겠다 개개개(皆皆皆皆) 우놋다 옥가루

 

 

둥지를 짓지 않은 까마귀는 북풍한설을 만나고서야 집 귀한 줄 알고 가옥가옥(家屋家屋) 울고, 제가 지은 둥지를 남에게 빼앗긴 까치는 그것이 부끄러워 가치가치(可恥可恥) 하며 우짖는다는 것이다. 모두 다 나라 잃은 슬픔과 치욕에 대한 암유이다. 그래서 남산의 부엉이도 다시 일어서자는 다짐으로 부흥부흥(復興復興) 울고, 속독새는 한 밤중에도 자지 않고 빨리빨리 잃은 국권을 회복하자고 속속속속(速速速速) 운다는 것이다. 경칩을 만나 몸을 푼 개구리마저도 그 사업에 저마다 참여하겠다고 개개개개(皆皆皆皆) 울어대니 진정 겨레의 독립은 요원한 이야기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러한 시적 전통은 장만영의 소쩍새로까지 이어진다.

 

 

소쩍새들이 운다.

소쩍 소쩍 솥이 작다고

뒷산에서도

앞산에서도

소쩍새들이 울고 있다.

 

소쩍새가

저렇게 많이 나오는 해는

풍년이 든다고

어머니가 나에게 일러주시는 그 사이에도

소쩍 소쩍 솥이 작다고

소쩍새들은 목이 닳도록 울어댄다.

 

밤이 깊도록 울어댄다.

아아 마을은

소쩍새 투성이다.

 

 

 

 

 

 

인용

목차

한국한시사

1. 초록 저고리, 국수 한 사발

2. 초록 저고리, 국수 한 사발

3. 장님의 단청 구경

4. 장님의 단청 구경

5. 견우(牽牛)와 소도둑

6. 견우(牽牛)와 소도둑

7. 견우(牽牛)와 소도둑

8. 견우(牽牛)와 소도둑

9. 뻐꾹새 울음 속에 담긴 사회학

10. 뻐꾹새 울음 속에 담긴 사회학

11. 뻐꾹새 울음 속에 담긴 사회학

12. 선덕여왕의 자격지심

13. 선덕여왕의 자격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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